•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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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자동선(紫洞仙) <제16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9-01-23 09:36     최종수정 2019-01-23 14:4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송악산은 아름답고 웅장하기까지 하다. 개성(옛 송도)을 내려다봄은 장관이다. 쌍쌍이 앉았다. 몇 백 년은 됨직한 소나무 밑에 두 사내 두 여인이 술잔을 나눈다. 신선이 따로 없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이따금씩 쪽빛 하늘에서 뱃놀이를 하듯 오락가락하며 지루한 여름 한낮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고 있다. “영천군 나리, 저 아름다운 개성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리면 어떠하신지요?” 술잔이 두어 순배 돌자 사가정이 영천군을 바라보며 정적을 깼다. 소나무 그늘에서 술잔을 기우리며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남자는 남자대로 신나고 가슴이 뻐근한 생각을 했을 것이며 여자는 여자 취향에 맞는 가슴이 뻥 뚫리는 아름다운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말하지 않았다. 개성을 내려다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에 사가정이 정적을 깼다.

영천군은 아무 말 없이 지필묵을 꺼냈다. 이때다. “자동선아! 영천군께서 그림을 그리시니 너는 거문고 선율에 맞춰 춤을 추거라...” “거문고가 어디 있나이까?” “거문고는 내 입안에 있느니라. 어서 거문고 걱정은 말고 춤이나 추거라...”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속곳 바람의 자동선이 갑자기 불어 온 돌개바람에 엉덩이와 음문까지 보이고 말았다. “어머나 이를 어쩌나!” 자동선은 기겁을 하고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두 사내는 신나고 즐겁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잠자리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진짜 보고 싶고 갖고 놀고 싶은 것을 돌개바람이 알아서 해주었으니 얼마나 기분 좋고 신나는 장면이었을까? 자동선의 엉덩이와 음문은 미색(美色)과 재기(才氣) 못지않게 예쁘고 앙증맞았다.

영천군은 벌써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자동선은 오늘따라 팬티를 입지 않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속곳과 치마만 입고 왔는데 심술궂은 돌개바람이 장난을 치는 소동에 본의 아니게 잠자리에서나 보일 수 있는 비밀스런 곳을 드러냈다.

그런데 두 사내는 비밀스런 두 곳만 본 것이 아니다. 다리를 번쩍 드는 찰나에 사타구니 등에 불긋불긋하게 돋아나 있는 땀띠도 보았던 것이다. 사실 자동선도 엊저녁은 꼬박 뜬 눈으로 밤을 새 아침도 설치고 얼떨결에 팬티를 못 입고 왔던 것이다. “어머니(제일청 지칭) 나 어떻게 창피해서 그대로 못 있겠어요!” 자동선이 헝클어진 치마의 매무새를 다잡으며 석류알처럼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영천군과 사가정을 쳐다보았다. ‘송악산 신령한 사당을 찾아보려고 / 꼭대기에 오르니 전망이 놀랍구나 / 성안의 집들은 벌떼처럼 촘촘하고 / 오가는 사람들은 개미같이 부산하다.’ 사가정의 읊음이 끝나자 “그 시가 사가정의 시요?”라고 영천군이 물었다. “당연하지요. 제 시올시다.” “아니에요. 사가정 풍류객이 읊은 시는 고려시인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 시 이옵니다.” 자동선이 방금 전까지 돌개바람의 심술궂은 장난에 엉덩이와 음문까지 드러내 침울해 있다 시 얘기가 나오자 발랄함을 되찾았다. “역시 자동선은 미색 못지않게 재기와 시문에도 탁월하구나!” 영천군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동선 칭찬에 열을 올렸다.

자동선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신이 혼미해진 영천군은 애써 마음의 중심을 찾아 허리에 차고 있던 필낭(筆囊)과 묵두(墨斗)를 꺼내 바위에 놓았다. 이때 영천군은 갑자기 생각난 듯 “화선지가 없지 않느냐?”라며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서 있던 자동선이 비단치마 한쪽을 부드득 찢어 바위에 펼쳐 놓으며 “영천군 나으리, 소녀 치마에다 그림을 그리시죠...”라고 생긋 웃음까지 보이며 말하였다.

두 사내는 다시 한 번 놀란다. 거침없는 자동선의 행동에 경의까지 표시하는 눈치다. “너는 그렇게 치미를 찢으면 속곳 바람이 아니냐?” 제일청이 되레 백지장 얼굴이 되었다. “괜찮아요. 어머니! 어차피 엉덩이에 음문까지 보였는데 더 숨길게 뭐 있어요?” 자동선은 돌개바람에 엉덩이와 음문이 드러났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대담하기까지 하다. ‘한 떨기 송악산이 하늘 높이 솟았는데 / 노을 진 옛 성터에 잔 연기가 서린다. / 애달프게 옛일은 물어 무삼하리오 / 영화롭던 때와는 경치조차 다른 것을...’ 사가정의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휘갈겨 쓴 영천군의 그림 찬시(贊詩)다.

자동선의 독촉으로 사가정이 흥에 겨워 단숨에 쓴 절창(絶唱)이다. 영천군보다 자동선이 더 좋아한다. “사가정 풍류선비님! 오늘 저녁과 엊저녁 술값은 아니 받을 것이옵니다.” “허허 그럼 자동선 너는 이 사가정에게서 술값을 받으려 했었느냐?” “아니 그게 무슨 해괴한 말씀이신지요? 기생집에 와서 술을 마셨으면 당연히 술값을 내셔야지요! 외상술을 드시려 하셨는지요?” “그것이 아니고 이 사가정은 술값을 내고 기생집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어 그런다..” 이때 옆에 있던 제일청이 자동선에게 눈짓을 하였다.

술값 얘기는 하지 말라는 신호다. 제일청 본인은 사가정의 사내답고 풍부한 해학의 매력에 빠져 맛있는 술과 알뜰히 지킨 몸도 주고 노잣돈까지 두둑이 준 사실을 떠올리는 눈치다. 하지만 자동선이 사가정과 제일청의 하늘과 땅만 아는 비밀스런 과거를 알리 만무하다. 그래도 제일청이 자동선에게 지금처럼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언행을 제지시키기는 처음이라 얼른 말길을 돌려야 했다.

지금까지 제일청의 말을 들어서 일을 그르친 적이 없어서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어 가네요. 집으로 가서 그림 턱을 내겠사오니 어서 하산하시지요.” 자동선은 제일청이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대비했던 치마를 입고 자하동 집으로 영천군과 사가정을 안내하였다. “어머니 고마워요!” 자동선은 제일청의 어느 경우에도 철저한 대비로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는 기지에 다신한번 놀란다. 
 한편 두 사내는 오늘 저녁이야 말로 주지육림의 황홀한 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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