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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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자동선(紫洞仙) <제23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9-03-13 09:36     최종수정 2019-03-13 11:2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동기(童妓) 자하(紫霞)가 며칠 전부터 시장을 오가며 각종 혼숫감을 사들인다. 자동선은 일가친척이 없다. 수양어미 제일청과 동기 자하가 가장 가까운 관계다. 자동선은 영천군과 부부가 될 것을 대비하여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호박 관자를 받고 마음을 굳혔다. 비록 양가 부모와 친척들을 모셔 놓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조촐히 결혼식을 올린 뒤 초야를 치르려는 속내다. 그렇게라도 해야 18년 동안을 고이 간직했던 정조를 아낌없이 줄 수 있어서다.

숱한 사내들이 금은보화로 회유했으나 지금껏 어렵사리 지켜온 정조를 떳떳이 바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선은 영천군이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해올 경우를 위해 결혼준비를 하고 있다. ‘이웃집 찾아가서 서너번 부르자 / 아이가 나와서 주인 안계시다 말하네 / 막대 짚고 꽃 찾아가지 않았으면 / 거문고 끼고서 술꾼 찾아 가겠지...’ 조선전기 문인 성희(成禧)의 딸 성씨(成氏)의 《꽃 찾아가지 않았으면》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남편이 외도할까 걱정이 태산인 것 같다. 오다가다 예쁜 여인이 지나가면 반사적으로 힐끗힐끗 쳐다본다. 동물적이다. 동물적이란 원시시대에 사냥감을 보고 달려 나가는 맹수의 본능과 같은 것이다. 그 본능이 없으면 맹수는 먹이를 놓친다.

남자에게 예쁜 여인이 지나갈 때 무관심은 맹수에게 사냥의 본능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라 할 것이라 할까? 지금 이 시에서 꽃은 여자를 지칭함일 게다. 어쩌면 자동선과 숱한 사내들이 자신의 정조를 노렸으나 끝까지 지켜 이제 평생을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영천군에게 화촉동방을 허락하였다.

사실 기녀의 몸이야 어차피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재화(花代)가 필요하여 노류장화의 길을 택하였으니 사람을 가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하지만 더러는 자동선 같이 화대보다는 사람을 고르는 기녀도 있다. 황진이가 그러했고 지금 자동선이 대표적이다.

화대를 내는 사내가 아니고 화대를 받는 여자가 사내를 선택하는 기막힌 경우다. 자동선이 18년 동안 고이 간직해 온 초야권을 영천군에게 넘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론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은 것이다. 평범한 사내가 아니여서다. 임금의 조카요 효령대군의 자제가 아닌가! 그리고 자신은 노류장화로 불리는 기녀가 아니던가! 아무리 노래와 가무에 뛰어나고 학식이 높아도 기녀는 노류장화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동선은 호박관자를 받고서야 꼭꼭 감가 두었던 정조를 아낌없이 바치려 하는 것이다. 결혼식은 자신의 집에서 한다. 결혼식에 필요한 혼수품은 자신이 틈틈이 오늘과 같은 경사스런 일이 생기면 지체 없이 치르려고 준비해 놓았으며 식장은 내실이다.

영천군은 제일청의 안내로 내실로 들어섰다. 자동선은 녹의홍상(綠衣紅裳)에 머리엔 족두리를 썼고 얼굴엔 연지곤지를 찍어 완연한 신부차림새다. 이때 자동선이 속삭였다. “나으리께서 입으실 사모관대를 마련했으니 초례복(醮禮服)으로 갈아입으시고 소녀의 배례를 받아주시옵소서...” 드디어 영천군이 자동선의 초야권을 허락받는 순간이다.

영천군의 화촉동방은 순간적으로 치러졌을 것이다. 아마 하룻밤이 일향(一晌:짧은 순간)처럼 지나갔을 터다. 자동선은 18년을 고이 간직했던 동정(童貞)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영천군은 30여년에 처음으로 기가 막힌 여인의 사랑을 맛보았을 것이다.

영천군과 자동선의 첫날밤이 조선의 밤을 지배하는 여인 중의 여인이 그의 품에 있음이다. 밤이 짧다. 조금 전에 자동선을 품었는데 동창으로 어느새 여명이 들어오고 조금 있자 사가정의 인기척이 났다. ‘봄밤이 짧아 해 뜬 후에 일어나니 / 천자는 그때부터 늦잠만 자더라’ 사가정은 짜증 섞인 어조로 백락천의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일부를 소리쳐 낭송하였다. 그리고 “제일청이 새신랑 부부를 위해 반살미상(갓 결혼한 신랑신부 초대상)을 차려 준다니 어서 준비하시고 갑시다.”라고 외쳤다.

사가정이 월하빙인으로 영천군과 자동선이 맺어져 화촉동방을 치렀는데 그도 남자로 은근한 질투로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한양을 넘어 명나라에까지 소문이 그 이름이 자자하여 사신들이 조선에 오면 꼭 찾아와 수청 들기를 간청으로 안되면 위협까지 했으나 끝까지 지킨 정조를 영천군한테 바쳤으니 사내로서 질투를 넘어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터다.

사실 영천군과 사가정의 풍류와 멋을 즐김은 조선팔도에서 둘째가라면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사양을 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사가정은 언제 어디서나 영천군이 먼저다. 학식이나 재능으로만 보면 사가정이 영천군 보다 한발 앞설 것이다. 그러나 사가정은 언제나 뒷전에 섰다. 지금 화촉동방에서 꿀맛 같은 사랑의 미봉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천군과 자동선의 소원성취가 이뤄진 것도 사가정의 희생에서 꽃 피어진 경사다.

영천군도 그림엔 능하지만 대인관계에선 사가정이 스승격이다. 더욱이 영천군은 왕손으로 한양에선 거칠 것이 없다. 옥골선풍에 헌헌장부로 왕손이 아니더라도 사내가 예쁜 여인이 지나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듯 여인들도 영천군을 도둑시선으로 훔쳐볼 사내다.

영천군은 좀처럼 신혼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동선의 체취에 취해버렸다 자동선의 몸에선 야릇한 향기가 피어났다. 밤새 방사를 거듭해도 피곤하지 않으며 하면 할수록 힘이 솟고 더욱 짙은 향기가 피어올랐다.

동창이 밝자 자동선은 일어나 꿀물부터 대령하였다. 흡족한 표정이다. 영천군도 자동선이 살포시 일어날 때 깨어있었다. 그러나 잠든척하며 자동선의 행동을 살폈다. 자동선도 밤새 시달렸으니 피곤할 것이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는 순간 영천군의 손이 와 끌어당겼다. 그들은 밤샘도 부족한 듯 다시 뜨겁게 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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