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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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홍랑(洪娘) <제1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9-04-03 09:36     최종수정 2019-04-03 09:5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 분위기는 밤이 깊어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늘엔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떴다. 홍랑(洪娘)의 가야금 병창소리에 하늘을 날던 기러기들도 날갯짓을 멈춘 듯 울음소리가 멈추었다.

사또(李生麗)는 밤 분위기가 익어가자 자리를 피해주고 싶은 상황이다. 이생려와 최경창(崔慶昌:1539~1583)은 동문수학 죽마고우다. “허허, 나는 이제 그만 피곤해서 가서 자야겠네! 내일도 정무가 산적해 있어 두 사람은 술로 밤을 샐 듯하네!” 이 사또는 들었던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상위에 탕 소리가 나게 놓고 김별장(金別將:최경창)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홍랑과 객고를 풀라는 눈치다. 이때 홍랑은 가야금과 거문고를 번갈아치며 분위기를 한껏 높여갔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솜씨다. 홍랑도 김별장과 주고받은 술기운에 몸이 붕붕 뜨는 기분이다. 몸과 마음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가야금 병창에 이어 거문고를 키면서도 마음은 온통 김별장에게로 가 있다. 사내가 손을 내밀면 지체 없이 빨려 들어갈 태세다.

하지만 사내는 요지부동이다. “허허, 홍랑의 가야금 병창이 놀랍구먼! 너는 이 벽촌에서 어느 누구한테 배웠기에 가야금과 거문고를 신기에 가깝게 자유자재로 키느냐?” 김별장도 선녀같이 너울너울 춤까지 추는 홍랑을 덥석 안아 잠자리로 들어가고 싶으나 혀를 깨물며 참고 있다. 섣불리 행동을 했다가 다 잡은 기회가 공염불이 될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서로 누가 먼저 행동을 하나 눈치를 살피는 상태다. 홍랑의 춤과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홍랑아, 이제 너도 쉬어라. 춤도 그만추고 술이나 마시자...” 홍랑은 귀를 의심했다. ”이제 밤도 깊었으니 그만 자자 소리가 들려오길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데 술이나 마시자는 말에 부아가 치밀었다. “술이야 나중에 마셔도 될듯하여 김별장께선 날이 밝으면 북방변경으로 부임하셔야 되는데 소녀 《초한가》(楚漢歌)를 불러 드릴까 합니다.” 홍랑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도 연신 곁눈질로 김별장의 동태를 살폈다.

어젯밤 꿈에 홍랑이 오매불망 사모했던 고죽 최경창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에 보았던 고죽과 똑같은 사내 김별장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홍랑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입안의 혀를 깨물며 현실을 확인중이다.

하지만 홍랑은 기녀 신분임을 망각하지 않았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 승부 들어보소 / 절인지용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 / 한패공의 백만대병 구리산하 / 십면매복 대진을 둘러치고 / 초패왕을 잡으랄 제 / 천하병마 도원수는 표모걸식 한신이라 / 장대에 높이 앉아 천병만마 호령하니 / 오강은 일천리요 팽성은 오백리라 /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이라 // 간계 많은 이좌거는 패왕을 유인하고 / 산 잘 놓는 장자방은 계명산 추야월에 / 옥퉁소를 슬피 불어 팔천제자를 해산할 제 / 때는 마침 어느 때요 구추삼경 깊은 밤에...중략’ 홍랑의 노래에 김별장은 몸과 마음이 구름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홍랑을 품고 뒹굴고 싶다. 하지만 왠지 홍랑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여인같이 생각이 들었다.

하룻밤 여인으로 끝내고 싶지 않고 영원히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하룻밤 객고를 푸는 대상에는 아까운 여인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제 그만 앉아라... 너무 힘이 들것 같으니 쉬엄쉬엄 놀자구나.” 하지만 홍랑은 홍랑대로 생각이 다르다. 그녀도 어젯밤에 꾼 꿈이 예사롭지 않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떻게든 김별장의 정체를 알고 싶은 것이다.

이번엔 홍랑이 장자방(張子房·張子의 자)의 《설화》(說話)를 이어 노래한다. ‘초진중에 장졸들아 고향소식 들었소 / 남곡녹초 몇 번이며 고당명경에 부모님은 / 의문하여 바라보며 독수공방 처자들은 / 한산낙목 찬바람에 새 옷 지어 넣어두고 / 날마다 기다릴 제 허구한 긴긴날에 / 이마 우에다 손을 얹고 뫼에 올라 / 바라다가 망부석이 되겠구나 / 집이라고 들어가니 어린자식 철없이 / 젖 달라 짖어 울고 자란자식 애비 불러 / 밤낮없이 슬피 우니 어미간장이 다 썪는다’ 홍랑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간장을 녹이는 노래에 김별장은 넋이 나간 듯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팔도에서 내로라하는 기녀들이 모인 장악원에도 들려봤으나 홍랑만한 여인은 보지 못하였다.

지금 김별장은 홍랑에게 혼백을 빼앗겼다. 《초한가》를 부를 때 불쑥 치고 일어났던 하초(下焦·생식기)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처음엔 얼른 잠자리로 들어가 객고를 풀고 아침 일찍 임지로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밤새 곱디고운 모습을 보려면 객고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뜨거운 살을 섞으면 깨끗한 영혼에 흠집이 날까 염려가 앞서서다. 동문수학한 이 사또가 말한 옥출곤강(玉出崑岡)이라 하여 진짜 옥은 곤륜산(崑崙山)같이 깊은 산속에서 나온다고 한 말이 김별장은 새삼 떠올랐다.

밤은 깊어가도 두 남녀는 서로 자존심을 꺾고 무릎을 꿇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어느덧 먼 산사에서 울려오는 새벽 종소리에 상황이 바뀌었다. 노래를 하던 홍랑이 갑자기 김별장 가슴을 파고들었다.

김별장은 의외의 상황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다. 품에 들어온 여인을 떠밀어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허겁지겁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구실을 할 수는 더더욱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홍랑은 가슴을 팔딱거리며 김별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래도 사내구실을 하지 않을 거냔 뜨거운 표정이다. 사내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홍랑을 품고 싶으나 혀를 깨물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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