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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있을 시네마천국을 상상하며

편집부

기사입력 2020-07-31 14:05     최종수정 2020-07-31 14:1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영화평론가가 될 운명이었을까. 용돈을 모아 처음 산 카세트테이프가 ‘시네마천국’(1988,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OST였다. 시칠리아섬의 이국적인 풍광,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던 이탈리아어, 영화관에서의 사건사고들과 선남선녀의 첫사랑을 담고 있던 ‘시네마천국’은 청소년기 나에게 또렷하게 각인되었고 그 음악을 반복해 듣는 것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머릿속에서 되살려 곱씹는 나름의 의식과도 같았다. 


영화는 유명 영화감독 ‘살바토레’(마르코 레오나르디)가 자신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의 부음을 듣고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살바토레의 플래시백은 그의 천진난만했던 유년기와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청년기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선명하지는 않아도 분명히 존재했던 한 시절, 그 빛나는 청춘의 순간들이 이제는 중년이 된 살바토레 위에 겹쳐진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빛바랜 필름처럼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희미한 이미지의 조각들일 뿐이다.
 
‘시네마천국’을 관통하는 정서는 바로 그 아련함이며 영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밀착된 음악은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엔진과도 같다. 그만큼 ‘시네마천국’을 본 사람들이라면 음악 없이 영상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아니, 그 영상은 기억할 수는 있어도 거기에 짙게 묻어 있는 향수(鄕愁)까지 소환하기는 어렵다. 

나이차를 뛰어 넘어 우정을 나누는 두 남자의 모습에 나오는 경쾌한 왈츠풍의 ‘토토와 알프레도’, 살바토레가 매일 ‘엘레나’의 집 앞을 지키는 신에서 깔리는 ‘러브 테마’의 애잔한 선율은 그 장면을 이끌어가는 투명한 캐릭터 같은 존재다.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연출도 부족하지 않지만 ‘시네마천국’을 전설로 만든 것은 의심할 바 없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초창기에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던 엔니오 모리꼬네는 웨스턴, 갱스터, 스릴러,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천재적 재능을 펼쳤던 작곡가다. 그의 음악에는 잔혹하고 자극적인 장면도 미학적으로 격상시키는 우아함이 있다. ‘석양에 돌아오다’(1966), ‘황야의 무법자’(1964),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미션’(1986), ‘벅시’(1991), ‘러브 어페어’(1994) 등에서 흘러나왔던 테마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만큼 미디어가 사랑하고 소비해왔던 음악이다. 이처럼 엔니오 모리꼬네는 시대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멜로디로 유명하지만 전자 기타, 휘파람 등을 클래식 악기와 접목시키고 현실의 사운드까지 음악에 포함시키는 등 음악적 실험도 멈추지 않았다. 현대의 영화음악이 음악의 완결성보다 영상의 톤 앤 매너를 강렬하게 뒷받침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엔니오 모리꼬네나 존 윌리엄스가 창조해낸 것만큼 유명하고 익숙한 스코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언컨대, 이들의 자장 아래 있지 않은 현대 영화음악 작곡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7월 6일, 엔니오 모리꼬네는 93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어갔다. 영화음악으로 수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그가 있는 곳은 어디든 시네마천국이 아닐까. 삭막한 세상을 아름다운 예술혼으로 촉촉이 적셔주고 간 거장의 안식을 빈다. 

윤성은의 Pick 무비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침묵을 깨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위하여,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등장했을 때 이야기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언론사인 폭스뉴스는 트럼프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노심초사 한다. 그런데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과 여자관계를 문제 삼는 사건이 터진다. 이에 트럼프는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SNS를 통해 메긴을 맹비난한다. 폭스뉴스측은 대중들에게까지 위협을 당하는 메긴의 일신을 걱정하면서도 트럼프를 건드린 데 대해서는 불편해한다. 한편, 폭스뉴스의 또 다른 진행자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한 회장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를 성희롱 혐의로 고소한다. 그레천이 또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운데, 메긴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갈등한다.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시작된 할리우드의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1년 전 일이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감독 제이 로치)은 그레천의 르포에 메긴과 가상인물인 ‘케일라’(마고 로비)를 등장시켜 만든 작품이다. 공공연히 여성들을 상품화하고, 성희롱을 서슴지 않았던 로저 에일스의 만행은 구역질이 날 정도지만 그가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는 결말부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피해자들의 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나는 더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는 그레천의 책 제목처럼 침묵을 깨는 용기야말로 세상을 바꿀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비단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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