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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Curtain Call)

[클래시그널] 영화 사랑과 영혼이 무대로 다시 환생시키다_뮤지컬 고스트

편집부

기사입력 2020-10-23 08:55     최종수정 2020-10-26 15:3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클래시그널] 사랑스런 연인 샘과 몰리는 어느 날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숨을 거둔 샘을 안고 오열하는 몰리는 그러나 바로 곁에 영혼이 된 샘이 서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던 샘은 자신을 죽인 괴한이 몰리 또한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필사적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오로지 그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온갖 사기전과로 얼룩진 하지만 유령의 소리를 진짜로 듣는 기괴한 영매 한 사람뿐이다. 그리고 좌충우돌의 과정에서 그의 죽음에 얽힌 거대한 음모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유령이 된 샘은 몰리를 지키고,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새롭게 앙코르 무대의 막을 올린 뮤지컬 ‘고스트(Ghost)’의 줄거리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인기 영화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1990년대 초반의 최고 화제작이라면 아마 ‘고스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사랑과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불렸던 흥행영화다. 남자 주인공 샘 역이었던 패트릭 스웨이지가 여주인공이었던 몰리 역의 데미 무어와 함께 원판을 돌리며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은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패러디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물론 영상의 배경으로 쓰였던 라이쳐스 브라더스의 노래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는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사랑받았던 진기록을 낳았다. 지난 2009년 패트릭 스웨이지는 지병인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 ‘고스트’나 ‘더티 댄싱’ 등은 여전히 올드 영화팬들로부터 사랑받고 기억되는 명작으로 남아있다.

직배 파동 논란도 대단했다. 당시까지의 관행과 달리 이 영화는 국내 기획사가 아니라 원작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외국 회사 UIP가 직접 영화를 배급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개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덕분에 우리 영화인들의 반발도 거셌는데, 유명 영화배우들이 시내 한 가운데에서 삭발을 하며 시위 퍼포먼스를 펼치는가 하면, 영화관에 뱀을 풀어놓겠다고 윽박을 지르던 기억도 생생하다. 하지만 극장은 관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글로벌 시장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지닌 위력이 어떤 것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WTO 체제의 요즘 국제무역 환경을 감안하며 되새겨보면 웃지못할 해프닝이다.

바로 그 추억의 화제작이 뮤지컬로 환생했다. 요즘 공연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무비컬(Movical, 영화를 의미하는 Movie와 무대용 콘텐츠인 Musical의 합성어)이다. 예전의 원작 영화를 기억하는 기성 세대들에겐 추억속 명장면들이 무대로 어찌 구현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미 대중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재미난’ 이야기를 다시 무대로 재연해냄으로써 더할 나위 없는 흥미로운 대중문화 속 산물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요즘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공식의 전형적인 사례다.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무대로 재구성된 이야기가 단순히 영화의 재연 수준에 머문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렇다. 많은 무비컬들이 그렇듯 익숙하면서도 다시 새로운 해체와 재구성의 묘미를 십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앞서 언급한 도자기 씬이 그렇다. 이 영화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상징적인 명장면이지만 무대에서 주요한 장면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통기타를 메고 나온 남자 주인공이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같은 창법으로 사랑의 장난을 여인에게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슬로우 모션 같은 로맨틱한 감수성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식상하지는 않아 참신한 무대적 재연이다. 물론 멜로디가 워낙 익숙한 탓인지 관객들은 그저 선율 하나만으로도 꽤나 만족한 미소를 띠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무대는 라이브로 연주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므로 뮤지컬을 통해 새삼 음악의 힘을 깨닫게 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건네주기도 하다. 

뮤지컬이 처음 막을 올린 곳은 축구로 유명한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다. 지방은 서울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콘텐츠의 소비지쯤으로만 여기는 우리 사정과 달라 흥미롭다. 사실 문화상품을 만들어 테스트 마켓을 거치게 하는 과정에서는 지역과 도시의 시차가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이지, 반드시 대도시의 상업시장에서 첫 삽을 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28일 맨체스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버전의 ‘고스트’는 곧바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5월 14일까지 약 두 달간 전회 매진을 이어가는 ‘상큼’한 흥행을 일궈냈다. 결국 초연의 흥행과 소문은 곧바로 런던으로 공연장을 옮기게 만들었고, 웨스트엔드의 가장 중심가에 있는 피카딜리 극장에서 같은 해 6월 22일 막을 올려 장기상연의 흥행은 물론 글로벌한 진출을 시도하게 됐다. 


영화의 재미는 2중의 합성 화면 – 그래서 자동차에 치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인물의 영혼이 자신의 주검을 다시 바라보며 놀라는 것과 같은 재미난 상상력이 담긴 영상 기법에서 출발했다. 자연스레 뮤지컬의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영상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의 여부였다. 고민 끝에 제작진이 선택한 방식은 영상과 실사의 조화다. 예를 들자면 마지막 장면 이별을 고하는 여인 몰리는 실제 배우가 등장하고, 그녀를 떠나는 영혼 샘은 홀로그램과 같은 특수 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2차원의 평면이었던 영상이 무대라는 입체 공간에서 실감나게 재구성되어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글로벌 흥행 뮤지컬들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의 비주얼적인 특수 효과를 가장 극대화한 무대적 표현이 된 셈이다. 뮤지컬의 음악을 ‘듣는’ 재미 못지않게 ‘보는’ 재미 역시 충실히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라 손꼽을만하다.

그렇다고 음악이 비주얼 효과에 비해 뒤쳐진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영화에서 배경음악이 서정적인 선율의 복고풍 정서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면, 무대에서는 현대적인 리듬과 선율의 일종의 판타지같은 느낌이 오랜 뒷맛을 남긴다. 뮤지컬 넘버들은 80~90년대 애니 레녹스와 함께 듀엣으로 활동하며 ‘스윗 드림스’, ‘후스 댓 걸’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유리스믹스의 남자멤버 데이빗 스튜어트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알라니스 모리셋의 ‘잭드 리틀 필’ 등을 프로듀싱한 글렌 발라드가 공동으로 작곡을 맡았다. 

2020년 우리말 앙코르 무대에선 탤런트로도 활약 중인 주원이 김우형, 김진욱과 함께 샘으로, 가수 출신인 아이비와 사랑스런 뮤지컬 배우 박지연이 몰리로, 그리고 영매인 오다 메 브라운으론 관록의 최정원과 박준면이 등장한다. 이미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배우들도 많아 농익은 무대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만끽해보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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