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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멋쟁이 희극인에게 들려주었던 그 음악

편집부

기사입력 2020-11-27 13:09     최종수정 2020-11-30 10:5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2번으로 인정받기까지    

[클래시그널] 지난 봄, 지인의 소개로 함께 식사를 하게된 그녀는 자신을 '희극인'으로 소개했다. 그녀는 위트가 있으면서도 침착했고 조리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조금 놀랐던건 식사메뉴를 고르는데 있어서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것. 탄수화물을 피한다는 말을 그때는 별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지만 지병으로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몇주 전 그녀의 생을 마감했다.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선사했던 그녀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였다. 그날 함께했던 모습은 우리 일행과 함께 연남동 거리를 거닐던 경쾌한 발걸음의 밝은 모습이었는데.. 워낙 방송에서 밝고 웃음이 넘치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그녀에게 소개했던 유일한 클래식 곡 하나가 기억난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아름다운 클라리넷 솔로가 인상적인 3악장이 잘 알려져있다.

                   월트 디즈니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 (출처: Rebecca Franks's blog)

라흐마니노프는 1873년생 러시아 태생으로 1년 늦게난 동시대의 전위적인 작곡가 쇤베르크와 달리 고전적인 음악어법을 고집했다. 러시아 낭만주의의 끝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음악은 낭만적인 선율과 극적인 음악적 서사로 인기가 높으며 어려운 클래식의 단비같은 존재다. 

걸출한 피아니스트이기도했던 라흐마니노프를 떠올리면 한국인들은 의례 피아노협주곡 2번을 떠올리는데 피아노곡을 제외하면 '교향곡 2번'이 자타가 공인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역작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교향곡 2번을 가리켜 "라흐마니노프의 가장 위대한 작품인 동시에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차이콥스키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현재 클래식의 가장 대표적인 레파토리로 인정받기까지 그 과정은 어떘을까.

그는 교향곡 2번을 세상에 내놓기전 한참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있었다. 나이 스물셋에 야심차게  발표한 교향곡 1번의 초연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1894년 차이코프스키의 부고소식을 접하고 우울증의 나락에 빠졌을정도로 약한 멘탈이었던 그에게있어 초연의 실패는 크나큰 정신적 충격이었다. 마음을 추스리기위해 찾아간 대문호 톨스토이가 그의 연주를 듣고 했던 말. " 누가 이런 음악을 듣겠는가". 거의 3년간 신경쇠약에 걸려 거의 작곡에 손을 놓았던 그에게 찾아온 전환점은 1900년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Nicolai Dahl) 박사와의 만남이다. 최면요법을 포함한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라흐마니노프는 다시 작곡가로 재기할 것이라는 것을 자기암시를 통해 끊임없이 되새김질 했다고한다. 

결국 1901년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초연은 대성공을 거두며 그에게 '글린카 상'을 안겨주었고 이 작품은 달 박사에게 헌정되었다. 1906년 그는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독일 드레스덴으로 건너왔는데 이곳에서 교향곡 2번이 탄생한다. 비밀리에 작곡을 진행했던 그가 작곡을 마친 후에서야 지인에게 했던 말. " 사실 한 달전에 교향곡을 하나 작곡하긴 했지만 치워버렸다네, 심각하게 걱정스러워서 더 이상 생각하고싶지 않네". 교향곡 1번에서 맛본 실패의 아픔이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시카고 심포니의 전담 주석가이자 평론가였던 필립 허셔는 "1번 교향곡의 참담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2번 교향곡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1908년 모스크바에서 그는 자신의 지휘로 교향곡 2번을 초연하여 성공을 거두고 두번째 글린카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 이후 교향곡이 너무 길고 장황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며 곧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고민끝에 라흐마니노프는 지휘자가 임의로 길이를 줄여서 연주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했는데 교향곡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전례로 작곡가로써의 자존심을 내려놓은 것이며 나름의 타협점을 모색한 것이다.

1시간정도 걸리는 교향곡은 결국 대부분 30분내와로  축약되어 연주되었지만 이마저 점차 잊혀졌고 피아노 협주곡 2번이나 파가니니 주제에의한 랩소디같은 피아노곡에 비해 저평가 되어왔다.

하지만 1973년 녹음된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 심포니의 음반을 통해 상황은 반전되었다. 작품의 빼어난 음악적 함의를 알아본 프레빈이 음반녹음은 물론 유럽을 비롯해서 미국, 아시아 곳곳에 무삭제 버전을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많은 지휘자들이 다시 이 작품을 찾았고 수많은 음반녹음까지 가세하며 큰 인기를 누리게되었다. 심지어 싱어송라이터 에릭 칼멘이 3악장의 주제선율을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라는곡에 차용하여 대중성까지 갖추게 되었다.  현재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에 능한 탁월한 심포니스트(Symphonist)로 인정받고 있다.

참담한 실패의 아픔을 딛고일어나 우울증을 극복해나가며 다시 한번 교향곡에 도전했던 라흐마니노프. 그래서인지 더욱 그의 작품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고(故)박지선씨에게 직접  3악장을 들려주었을때  그녀가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게 했던 말이다 " 뭔가 아직 어려운데 뭔가 좋은 것 같아요". 참 두루뭉실하고 솔직한 대답이다. 먹먹하게 심금을 울리는 3악장의 클라리넷 솔로와 함께  유쾌한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고 떠난 우리의 '멋쟁이 희극인'을 추모한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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