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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Curtain Call)

영상으로 만난 킹키부츠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

편집부

기사입력 2021-01-08 12:42     최종수정 2021-01-11 09:1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연말을 맞아 공연계가 다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한 칸씩 비워두던 방역 시스템이 더욱 엄격한 거리두기로 두 칸을 비워야하는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만석을 기록해도 티켓은 1/3만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작비 회수는 커녕 막을 올리면 올릴수록 손해라는 의미다. 공연계 특히 상업적 성격과 대중성과 완성도가 남다른 뮤지컬계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고사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커머셜 씨어터라는 이유로 공공적 차원에서의 지원이나 보호책도 주요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나마 순수예술보다는 사정이 낫지 않냐는 편견 탓이다. 뉴욕 타임즈에서까지 대서특필되며 세계 공연가에서 남다른 성장으로 주목받던 K뮤지컬 시장의 위기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고 한숨만 나온다. 배 부른 뮤지컬계라며 도외시하다가는 언젠가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때 더 이상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는 충격파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예술가들과 관계자들은 모두 사라진 이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대한민국만의 사정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매출규모가 훨씬 컸던, 그래서 아날로그 예술장르이면서도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각광받던 세계적인 공연가의 메카들 –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공연가가 겪고 있는 충격파도 만만찮다. 공연 자체의 막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관련된 부가산업, 기념품 판매, 레스토랑, 카페, 할인 티켓 부스 등 관련 산업의 거의 모든 부분들이 정지돼버렸다. 그나마 막은 올리고 있는 대한민국 공연가를 보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정도다. 실제로 내한공연에 참여했던 한 배우는 언론지상과의 인터뷰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대한민국에 있어서 행복하고 고국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마냥 손 놓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왕성하게 시도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한 공연 동영상의 공개다. 물론 막을 올리지 못하는 기간동안에도 공연을 찾았던 관객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매력과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의 유명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주축이 돼 진행하고 있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다. 인터넷 유투브를 통해 그간 소문으로만 접했거나 건너서 알고 있는 유명 무대들의 영상화된 콘텐츠를 한시적인 시간동안 무료 공개를 하고 있다. 애호가들, 마니아들에게는 덕분에 주말이 즐거워지는 소소한 즐거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넷째주 주말에 무료 공개된 뮤지컬 영상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던 화제작 ‘킹키부츠(Kinky Boots)’의 영국 캐스트 공연실황이다. 영국 시골의 한 기울어가는 신발공장을 배경으로 여장을 하는 남성들을 위한 뒤축이 튼튼한 하이힐 부츠를 만들어 니치마켓을 활용해 화려하게 부활한다는 줄거리다.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는 실화다. 영국 노스햄프턴 지방의 실존했던 신발공장 사연을 BBC 방송에서 1999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바가 있었는데 세인의 관심이 높아지자 2005년 코미디 영화의 소재로 활용이 됐고, 다시 그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근간이 돼 2012년 무대용 뮤지컬로 각색됐다. 그러니까 실제 사건이 다큐멘터리가 되고, 영화를 거쳐,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환생하는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생산 공식인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적인 루트를 거쳐 대중들에게 인기를 모은 모범 사례라 인정할만하다. 

음악을 만든 작곡가도 화제다. 바로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인 신디 로퍼가 이 뮤지컬의 음악을 만든 탓이다. ‘걸스 저스트 워너 해브 펀’, ‘쉬 밥’, ‘타임 애프터 타임’등 1980~90년대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에서 빅 히트를 기록했던 그녀는 이제 환갑을 넘긴 노년의 아티스트가 됐다. 엘튼 존이나 아바의 남자 멤버인 비요른 울바에스, 베니 앤더슨처럼 그녀도 팝 뮤직을 넘어 무대용 뮤지컬 작곡가로서의 변신을 꾀했는데, 그런 신디 로퍼의 첫 작품이 바로 ‘킹키 부츠’다. 그리고 마치 아직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듯 그녀는 이 뮤지컬 작품으로 미국 무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수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작곡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다. 말 그대로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쳐낸 놀라운 기록이자 뮤지션 개인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지만, 토니상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단독으로 작곡상을 수상한 진기록이라는 데에도 그녀의 특별함은 특히 남다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처럼 역시 대중을 잘 아는 대중음악 가수 신디 로퍼답게 뮤지컬의 흥행은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의 성공으로도 이어졌다. 2013년 3월에 발매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음반은 단박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공연 음악으로서의 정체성 뿐 아니라 신디 로퍼의 음악적 스타일이 대중적 인기에도 한 몫을 톡톡히 행사한 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힐에는 성적 매력이 담겨야 해(Sex is in the Heel)’와 같은 뮤지컬 넘버는 빌보드 클럽 차트의 25년 역사 중 최초로 톱 10에 진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극중 성소수자인 드레그 퀸 - 롤라도 화제다. 브로드웨이의 원작 무대에 이 역할로 등장했던 배우 빌리 포터는 실제 오랜 무명배우였는데, 이 작품을 만나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 태풍의 눈 같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결국 그는 토니상 시상식의 가장 주요한 시상부문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자신의 독특한 성정체성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내용이 담긴 ‘나는 못난 아들(I’m not my father’s son)’은 그래서 더욱 눈물짓게 되는 이 뮤지컬의 명장면이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오만석과 강홍석, 정성화, 최재림 등이 이 역으로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공개된 영상의 마지막 스텝 스크롤에선 우리나라 기업인 CJ ENM을 발견할 수도 있어 즐겁다. 초연 당시 프로듀서의 한 축으로 참여한 덕분이다. 문화산업에서는 꼭 신토불이만이 전부가 아니라 남의 것을 가져다 다시 가공해 되팔기도 하고, 글로벌 제작과정에 동참할 수도 있다는 열린 사고의 바람직한 사례인 것 같아 흥미롭다. 문화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라 부르는 이유이자 방증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감염병 세상에서의 생존을 넘어 또다른 변화에 대한 대비이자 긴 안목에서의 혜안임을 다시금 곱씹어보게 된다. 이제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꿈꿔야 하는 이유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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