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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무관중 공연과 온라인 학습 그리고 우리의 일상

편집부

기사입력 2021-02-09 11:30     최종수정 2021-02-22 13:4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코로나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요즘,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의, 학습 이제는 공연까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 중 하나이다. 덕분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로 소파에서 편안히 공연을 접하고 있다는 것은 예기치 않게 누리는 작은 사치이다. 플랫폼의 변화로 좁혀진 거리감은 상대적으로 공연 문화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이에 세계 공연 단체들은 앞다투어 온라인 관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s://www.wienerphilharmoniker.at>  

1940년부터 매해 1월 1일에 열리는 비엔나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해를 축하하며 왈츠와 폴카를 연주하는, 매년 많은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공연이다. 특히 매해 신년음악회의 앙코르는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어우러져 모두가 함께하는 분위기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 전통 아닌 전통이었다. 그러나 2021년 신년음악회에  라데츠키 행진곡은 있었지만 관객의 갈채는 없었다. 신년 음악회 역사 상 처음으로 무관객으로 공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90여 개국의 5000만 명의 관객이 공연을 관람했지만 그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공연장만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도 마찬가지였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디지털 콘서트홀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년 음악회를 송출했다. 디지털 콘서트홀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자체적으로 공연 온라인 스트리밍만을 위해 만든 플랫폼으로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높은 퀼리티의 공연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두 공연 모두 관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연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수 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관객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기분 좋은 피로감을 과연 무관중 공연에서 채울 수 있을까?
  
공연 관계자로서 무관중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순수하게 새로운 플랫폼의 활성화를 축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음을 감사해야할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공연의 주체인 연주자에게 무관중 온라인 공연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질문에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백주영씨는 “공연이란 관객과 연주자가 하나 될 때 완벽한 무대가 만들어진다”며 "연주는 관객에게 주는 ‘선물’같은 개념인데, 같은 공간에서 ‘선물’을 줄 상대가 없으니 교감을 형성하기가 힘들다"고 답변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면대면으로 나눌 상대가 없으니 연주하며 느끼는 무대의 희열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무엇보다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느낄 때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나간다고 강조했다. 
 
배우이자 공연기획자인 송승환씨 역시 이렇게 이야기 한다. “공연의 묘미는 현장성에 있다.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그런 얘기하는 이에게 나는 생선회를 통조림에 넣어서 팔 수 있냐고 반문한다. 다른 나라를 증강현실로 본다고 직접 여행 가서 느낀 공기와 냄새, 사람들의 체취, 느낌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겠나.” 
  
                                       <사진 출처 :  https://www.wienerphilharmoniker.at > 

공연장은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연의 현재를 느끼는 곳이다. 공연장에서 살아 숨쉬는 ‘현장감’을 느끼는 것과 제한된 시청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무 한 그루를 두고 숲이라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2020년에는 공연뿐만 아니라 학습까지 1년 내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며칠 전 아이와 오랜만에 새 학년 교과서를 받으러 학교에 갔다. 컴퓨터 화면에서만 만나던 같은 반 친구들과 온기를 느끼며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 아이는  소풍가기 전날처럼 내내설렌 모습이었다. 교과서를 받는 짧은 시간 내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친구들을 찾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학교 쪽을 자꾸만 뒤돌아 봤다. “엄마, 아까 내 친구가 있었던 것 같던데...”라며.
 
어쩌면 누군가는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두고 학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옷도 갈아입을 필요 없이 컴퓨터를 켜면 바로 교실이다. 아침마다 잔소리를 할 필요도 없으니 부모 역시 진을 뺄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관중 공연에서 느꼈던 것처럼 아이들도 분명히 느끼고 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을.
 온라인 공연과 온라인 학습은 큰 맥락에서 동일하다. 제한된 시청각, 교육과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의미의 부재. 
  
공연 시간에 늦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제 시간에 도착했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과 공연장에 들어가 좌석을 찾는 시간, 공연이 끝나고 나와 헤어지기 전까지 방금 전의 감동을 이야기하다 기분 좋은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특별하지만 당연했던 일상. 선생님,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방과 후 교실에서 사슴벌레와 달팽이를 가지고 와 엄마를 놀래는 ‘당연했던, 그래서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던’ 일상이 그립다.
  
우리는 그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쌓였을 때 만들어지는 정서적 공감대. 온라인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냄새와 온정을 연주자, 관객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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