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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의 문화사, 동·서양 상징코드로 본 치유의 상징들

편집부

기사입력 2021-03-19 11:18     최종수정 2021-03-19 15:3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약사불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인간의 희망은 고통 없이 사는 것!!”

세계보건기구 표식과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 세계보건기구 표식과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아프면 달려가게 되는 곳이 바로 약국이다. 자주 찾는 단골약국에서는 환자의 얼굴만 봐도 먹어야하는 약을 쉬이 건네준다. 빨간 색 ‘약’이란 글자와 십자모양의 결합만 봐도 금세 열이 떨어지고 아픈 속내가 낫는 느낌, 이것이 바로 약국이 가진 치유의 힘이다. 

유럽여행 중 만나는 약국의 상징 기호엔 반드시 뱀이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 치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와 그의 딸 휘게이아(Hygieia)의 도상 속에서 또아리를 틀며 어딘가를 기어오르는 뱀이 약국의 상징으로 형상화 된 것이다. 

동양에서는 다양한 불상들이 손에 약합을 들고 있는데, 이들을 ‘약사불’이라고 부른다. 약을 통해 고통을 잊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했던 선인들의 바람은 이렇게 다양한 상징코드와 만나 ‘약업의 문화사’를 탄생시켰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약사불’에 담긴 치유

약사신앙의 성격은 질병 치료를 대표로 한다. 불교에서는 중생의 번뇌와 고통을 질병발생의 원인으로 본다. 산스크리트로는 Bhaiṣajya-rāja인 약사보살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질병을 치료하는 보살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약사불 ▲ 통일신라시대의 약사불
통일신라시대 말엽부터 유행한 약사불사상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양식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다부진 얼굴, 아담하지만 당당한 체구, 손에 쥔 약합의 모습 등에서 중생의 질병을 당장 고쳐줄 듯한 건강한 모습이 느껴진다. 약사유리광여래(藥師瑠璃光如來)·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하며,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키는 부처이다. 극락왕생을 원하는 자, 악귀를 물리쳐서 횡사를 면하고 싶은 자, 온갖 재앙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자들이 약사여래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면 구제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외적의 침입과 내란, 때 아닌 비바람, 가뭄, 질병의 유행 등 국가가 큰 재난에 처했을 때도 약사여래에게 빌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확고한 믿음은 고려시대 약사도량(藥師道場)의 개설로까지 이어지는데, 대표적인 방법은 7일 동안 팔재계(八齋戒)를 지키면서 주야 6시에 약사여래를 예배, 공양하면서 ≪약사경≫을 49번 독송하고 49등(燈)을 밝히는 것이다. 


고려시대 약업문화와 관련한 미술품 가운데 재밌는 것은 관음신앙이다. 관음보살은 버드나무 가지로 물을 뿌리면서 병을 치료하는데, 실제 고려불화 속 ‘수월관음(水月觀音)’ 그림에는 청자정병에 버드나무를 꽂은 상징물이 등장한다. 버드나무의 껍질과 뿌리는 한방 약재에서 치료제로 널리 이용되면서 버들가지를 씹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처방이 있었으며, 버들가지를 씹어 이를 닦기도 했다. 현대에 밝혀진 것은 버드나무가 해열제 역할을 하며 아스피린의 약제로 쓰인다는 것이다. 

건강과 위생을 상징하는 치료의 상징, 뱀 

건강과 위생의 여신 휘게이아 ▲ 건강과 위생의 여신 휘게이아
서양에서는 지팡이를 타고 올라가는 뱀의 형상 혹은 성배(컵)를 두 번 휘감는 뱀의 모양새 등이 약국을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된다. 약업에 부여된 이러한 기호는 고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아스클레피오스와 휘게이아 신앙에서 유래하는데, 이들은 건강과 위생, 의학과 치료를 상징하는 부녀(父女) 신들이다. 

휘게이아는 종종 큰 뱀으로 휘감겨 있거나, 큰 뱀에게 물/먹이를 먹이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미주 지역에서 약업 공동체에 큰 공을 세운 약사에게 ‘Bowl of Hygeia Award’라는 이름으로 상이 수여된다. 

이에 앞서 고대인들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서 하루를 보내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신앙을 가졌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은 뱀이 또아리를 틀고 기어오르는 지팡이로, 현재 유럽전역에 약국표시가 여기에서 유래한다. 뱀이 치료의 상징이 된 것은 허물을 벗으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죽음과 부활의 개념을 도입한 고대인들은 뱀을 통한 치유, 재생, 회복의 관념을 신화화 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신화를 과학으로 대체한 현대인들은 대량생산된 약을 파는 약국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까. 신화화를 벗어낸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약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를 풀어주는 실존적 실마리는 바로 현대미술의 거장 ‘데미안 허스트’에게서 찾을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 속 ‘약과 약국’ 

약장(Medicine Cabinets)은 죽음에 이르기 전 인간의 수많은 생명들을 치유와 만나게 하는 창구다. 세계적인 영국의 스타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약국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음을 포착했는데, 그는 그 믿음이 약의 효능에 기인한다기보다 약장 속에 진열된 약 상자의 형태와 포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다. 

데미안 허스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약’ 시리즈▲ 데미안 허스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약’ 시리즈

복용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약의 효능, 그러나 ‘약국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신뢰(과거에는 신화였던)를 보여준다. 현대 약업의 심리에 주목한 작가는 유명미술관에 약국의 진열대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대량생산된 공산품의 미학, 혈액순환을 조절하고 우리 몸을 치유하는 물질로서의 약(medicine, remedy)은 분명 우리에게 긍정적 의미를 제공한다. 

1980년대 청년기를 보냈던 허스트는 신자유주의를 주장했던 대처(Margaret Thatcher)의 복지정책 축소와 국영사업 민영화 속에서 긴축정책으로 많은 병원들이 문을 닫는 것을 목도했다. 방치된 빈 병동과 병실에서 버려진 약병을 손쉽게 구한 작가는 사회현상 그대로를 전시장의 문화로 옮겨와 “나는 오늘 무슨 약을 먹는가? 내가 지금까지 먹어온 약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를 고민토록 했다. 

갤러리와 약국의 공통점은 대상이 예술작품과 약품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흰 벽을 바탕으로 한 치유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발상이었다. ‘약업=제약회사’가 우리의 삶에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약에 의존해 살고 있는 현대인들, 약에 의한 구원이라는 믿음은 우리가 모두 죽는다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정신적 치료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시대를 아우른 약업의 문화사는 인간행복을 향한 구원의지가 있는 한 계속해서 우리 삶 속에 존재할 것이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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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macmaca/3154
(2021.03.20 02:38)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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