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비발디를 다시 쓰다!
편집부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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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순히 전에 없었던 참신한 편곡이라는 이유로는 충분치 않다. 바로크 시대 비발디 원곡의 본질과 리히터 자신만의 참신한 선율과 코드, 트렌디한 미니멀리즘과 리듬의 변칙적인 재구성, 게다가 전자악기까지 탑재한 현대미가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틱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막스 리히터는 어떤 인물인가. 1966년생, 독일 태생의 영국작곡가로 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선도했던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에게 사사했다.스승의 영향 덕분에 리히터는 관현악 악기와 전자음악의 자연스러운 결합에 능하며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의 뒤를 잇는 포스트 미니멀리스트, 요즘 힙한 네오클래식 작곡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게다가 클래식을 넘어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셔터 아일랜드> 등 영화음악에 손을 대며 외연을 확장시켜 팬층도 넓은 작곡가다. 특히 영화<셔터 아일랜드>와<어라이벌>에 등장하는 'On the Nature of Daylight'라는 곡은 그의 히트곡으로 JTBC 뉴스룸 엔딩곡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친숙하다.
사실 TV다큐, 드라마,영화의 음악을 맡으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그가 올드(old)한 비발디를 골라 '재작곡' 하겠다는건 의외의 행보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클래식으로 불리우는 사계라니. 어느 분야나 리메이크는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왠만큼 잘하지않고는 본전도 못 건진다는 건 주지의 사실.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22개국 클래식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보란듯 성공시켰다.
무엇보다 리히터가 비발디 원곡의 DNA를 남겨두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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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과거와 현재가 이질감없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솔리스트로 참여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는 <가을>에서 비발디가 작곡한 네 마디를 기초로 리히터가 반복적인 루프기법을 사용했음을 언급하며 "1725년 비발디 음악을 재료삼아 최고의 미니멀리즘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극찬했다. 흔해져버린 비발디의 식상함을 불식시켜버린 작업이 아닐까. <봄>의 첫 시작부분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처음 들었을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전자음이 과해서 원곡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너무 급진적이진 않을까?
곡 전체를 들어 본 결과 기우에 불과했다. 아쿠스틱 악기와의 고른 배합을 위해 분량이나 다이나믹에 신경 쓴 흔적과 더불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삽입된 전자음을 통한 '엠비언스'적 효과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가오며 원곡과 어우러졌다. 늘 과거에 머무르기 쉬운 클래식에 건강한 자극이랄까.
과거를 가져와 현대와 조화롭게 접목한 리히터. 영국 가디언지가 이 작품을 소개하며'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리히터는 식상해져버린 비발디와 다시 사랑에 빠지기위해 이 곡을 썼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다시 비발디의 사계와 사랑에 빠졌다고. 리히터의 사계를 들어보라.비발디의 사계가 식상한 사람들에게 이처럼 신선한 처방전은 없다.
이 음반에 솔리스트로 참가한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가 가장 좋아한다는 <여름 3>을 추천한다. 뭐니뭐니해도 사계를 통틀어 가장 다이나믹하며 열정적인 음악이다. 리히터는 기존의 비발디 음악에 다른 뉘앙스를 부여하고 새로운 코드를 점진적으로 추가해나가며 곡을 길게 늘어뜨렸다. 리히터가 작곡하여 얹은 바이올린의 솔로가 격정적인 오케스트라 위에 애절하게 노래부르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부분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참신한 자극이 될 듯 하다.
(유튜브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tU5i0biE1pQ)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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