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사라져서 좋아요 – 욕과 견학

기사입력 2013-07-17 07:09     최종수정 2013-07-17 07:1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호에는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던 우리나라의 나쁜 풍속들이 용케도 사라진 사실로부터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은 대학에서 사라진 풍습 두 가지를 더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는 욕이다. 예전의 서울대학 학생들은 자기들끼리의 일상의 대화에서 별의별 화려한 (?) 욕들을 사용했었다. 1966년 학원에 다닐 때 서울대 법대를 나온 영어 강사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어떤 높은 외국인이 여름 방학이 끝나 막 개강을 한 서울대에 가 보았더니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을 들어 보니 “야, 이 새끼야 잘 지냈냐? 오랜만이다”라는 것이었다. ‘최고 명문 서울대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나 웃으며 나누는 말이니까 저 말은 틀림없이 품위 있고 좋은 말일 것이다’. 외국인은 그렇게 생각했단다. 그래서 다음날 청와대에 가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뜸 활짝 웃으며 “야 이 새끼야 오랜만이다” 하며 손을 내밀었다나.

지어낸 이야기이겠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로 대학생들 대화의 상당 부분이 욕이었다. 영어에서 ‘first name bases’ 란 말이 친한 사이임을 나타내는 말인 것처럼, 우리 말에는 ‘욕을 하고 지내는 사이’ 라고 해야 진짜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별로 욕을 하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주 잘된 일이다. 참 욕설이 대화의 대부분이던 군대의 대화는 요즘 어떻게 바뀌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둘째는 실습시간에 가는 견학(見學)이다. 67학번인 우리 동기들은 대충만 꼽아 보더라도 구의동 수원지, OB맥주, 해태제과, 삼양라면, 종근당, 한독약품, 연초제조공장, 홍삼제조 공장 등을 견학 갔었다. 또 공기 오염도를 측정한답시고 흰 가운을 입고 공기 채취 병을 들고 대한극장에 들어 갔던 일도 생각난다. 약용식물학 실습시간에는 뚝섬 약초원에 가서 약초를 구경하였다. 그러나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던 간에 학생들의 관심사는 견학 자체가 아니었다. 선물로 무얼 주려나가 관심사이었다. 종근당은 견학 간 우리 학생 80명 전원을 회사 버스에 태워 영등포 시내에 있는 음식점에 데리고 가 맛있는 설렁탕을 사 먹였다. 아마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던 견학이 아니었던가 기억된다. 해태제과에서는 과자를 얻어 먹고, OB맥주에 가서는 맥주를 공짜로 얻어 먹는 것이 재미 있었다. OB맥주에서는 견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재떨이 같은 기념품도 주었다. 삼양라면에 견학 갔을 때에는 방문 기념으로 라면 5개가 들어있는 덕용 포장 한 개씩을 받았다. 누군가의 제의에 따라 이를 들고 뚝섬에 가서 라면 집 아주머니에게 5개를 주고 2개를 끓여 받아 먹었던 추억이 아련하다.

왜 당시에는 이처럼 견학이 많았을까? 졸업을 하고 난 한참 뒤에 알고 보니 그것은 오로지 돈 때문이었다. 견학을 가면 실습에 한 푼의 돈도 들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견학을 간 것이었다. 아마 위생화학 실습 시간에 견학을 가장 많이 갔었던 것 같다. 

훗날 유기제약 연구실의 조윤상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설사 학교에서 실습을 할 때에도 실습 주제를 선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돈이었다. 되도록 싼 화학 물질을 가지고 오랫동안 반응을 시켜야 합성이 되는 반응을 찾아서 실습을 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실습시간은 늘 지루하기만 하였다. 영리한(?) 학생일수록 실습 테이블을 두세 명의 착실한 학생에게 맡기고 실습실 앞에 있는 운동장에 나가 야구시합을 하거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당구장에 가곤 하였다. 당시에는 그런 것을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많았다. 낭만의 극치(?)는 실습 담당 조교가 종종 학생들의 야구 시합 심판을 보았던 일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비뚤어진 낭만이다. 지금은 그런 류의 견학이나 실습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대학에서 욕과 농땡이 실습(견학)이 사라진 것은 일말(一抹)의 아쉬움도 있을 수 없는 아주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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