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고전하는 개인 약국 (Independent Pharmacy)

기사입력 2015-12-02 09:40     최종수정 2015-12-02 10:0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 삼성상회라는 조그만 회사를 설립한 후 이 회사를 기반으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대기업을 이루었다. 그 때 이병철 회장이 돈을 모은 비결은 무역업과 '별표 국수' 였다고 한다. 또한 정주영 회장은 쌀장사로 시작해 돈을 벌어 역시 오늘날의 현대를 이루었다.

최근 5조원대의 대박 기술료 수출을 달성한 한미약품의 시작은 현 회장의 이름을 상호로 딴 임성기 약국이었다. 나도 어릴 때 임질 매독 전문 임성기 약국이란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왠지 약국명과 잘 어울리는 광고라 약국이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약국은 번창해 임회장은 한미약품이라는 제약회사를 차리더니 마침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다.

미국의 최대 약국 체인인 Walgreen은 창립자 Mr. Walgreen이 1901년에 시카고에서 시작한 조그만 점포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 7000개, 유럽에 수 천개의 약국을 거느린 거대 약국 기업이 되었지만 그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Walgreen은 얼마전엔 업계 3위인 Rite Aid와 합병을 선언하고 조만간 공룡약국 체인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이나 미국에서나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한 기업들이 그 동안은 많이 있었다. 한국의 상당수 제약회사들의 시작은 조그만 약국이었고 미국도 Walgreen뿐 아니라 체인 약국들의 시작은 동네의 작은 점포였다.

하지만 지금도 이런 대도약이 일개 약국으로부터 가능할 까는 의문이 든다. 아직도 미국의 약국 중 38%에 이르는 개인 약국(Independent Pharmacy)들이 요즘 무척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베데스다의 개인약국인 RiverRx의 소유주이며 약사인 Dhallan은 어느 날 두시간 동안 제네릭 항진균제 크림 처방을 조제할 것인지 아니면 환자를 체인 약국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왜냐하면 이 약의 약값은 지금 180달러 인데 보험회사에서는 겨우 60달러만 환급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 전에는 가끔 나오던 일이었는데 요즘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항우울제 Prozac 제네릭을 조제하면 26달러가 손해나고 류마티스약을 조제하면 83달러가 손해 난다. 이런 식으로 한 달 손해액은 무려 48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우선 제네릭 약값이 갑자기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약값이 100%, 1000% 올랐어도 보험회사는 최근 3개월간의 평균 가격으로 보전해 주기 때문에 그 손해는 너무 컸다.

두 번째로 보험회사가 자체 메일 오더 약국을 운영하며 개인 약국과 경쟁을 하더니 심지어는 보험회사가 약국 체인과 합병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연히 이 보험회사는 자기 약국을 더 선호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개인 약국의 보험 적용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RiverRx의 20년 단골고객인 미스 허치슨도 아쉽지만 약국을 옮겨야 될 처지에 놓였다. 새로 바뀐 보험이 RiverRx 약국을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 둘 떠난 고객이 2015년 한 해만도 전체의 20%나 된다고 Mr. Dhallan은 전했다.

RiverRx는 작년에 처음으로  적자를 보았는데 오히려 처방수는 그 전 해보다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Mr. Dhallan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독점대기업의 횡포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끝이 창대 하기는 커녕 곧 쓰러져갈 개인 약국들의 미래가 안타깝게도 눈앞에 훤히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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