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얼굴을 사랑하는 법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수신

기사입력 2019-03-06 09:40     최종수정 2019-03-06 11:4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수신
참된 표정을 소유했던 한 스님이 있었다. 또 스스로를 '바보'라 칭했던 성직자가 있었다. 지금 나는 예전에 세상을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의 얼굴을 떠올린다. 한 분은 ‘바보’로, 또 한 분은 ‘무소유’로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신 분들이다.

성형의의 입장에서 감히 두 분의 얼굴을 바라본다면 어찌 고쳐야 할 곳, 또는 고칠 수 있는 곳이 없겠는가?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은 그 분들의 얼굴에서 평화와 겸손, 그리고 사랑을 읽었다.

하나의 종교가, 아니 온전한 하나의 삶이 그 분들의 얼굴에 웅숭깊은 표정을 새겨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분들의 얼굴에서 욕망과 가식을 비워낸 진심과 진실을 발견한다. 내면과 외면이 아름답게 일치한 결과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면의 아름다움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하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나에게 가장 즐겁고 어려운 수술은 내면의 얼굴을 드러내주는 수술이다. 훌륭한 조각가는 대리석만 봐도 거기에서 무엇을 꺼내야 할지를 안다고 한다.

돌이 품고 있는 형상을 드러내기만 할 뿐 인위적으로 모양을 만드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이 있을 리 없는 차가운 대리석 속에서 형상을 읽어내는 조각가에 비하면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겨우 환자의 내면을 읽어내는 나는 하수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영감에 의존하는 예술가라기보다는 의술을 연마하고 환자와의 소통에 힘쓰는 의사이다. 환자의 내면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수술은 이미 반쯤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얼굴에 배어나오기 힘든 가치이다.

두께가 1cm에 불과한 얼굴 피부가 빙하보다 두껍게 내면을 가둬놓기도 한다. 그럴 때 얼굴은 내면의 감옥이 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그 감옥의 빗장을 아주 조금 풀어 주는 것이다. 그 변화는 놀랍다.

얼굴을 바꾸면 내면이 바뀌고, 내면이 바뀌면 얼굴이 바뀐다. 이 간단한 전환에 성형의 보람과  의미가 깃들어 있다.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관건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예쁘게 보이는 눈, 코, 입, 윤곽을 만들어주는 게 얼굴 성형의 목적이 아니다. 나에겐 환자 자신의 내면이 드러날 수 있는, 또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얼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얼굴을 성형하면서 모두 다른 얼굴, 다른 표정을 지닌 얼굴들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노력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수술 후에 다시 만난 환자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르지만 아름다운 얼굴들로 바뀌어 있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이 개성이 다르고 내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마, 눈썹, 눈, 코, 광대뼈, 입, 턱 등등이 나름의 조화를 이루게 도와준다면 자연스럽게 개성도 살아난다. 개성은 V라인 얼굴이나 짙은 쌍꺼풀로, 혹은 유행하는 수술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지구상에는 6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똑같은 얼굴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조차 서로 완전히 닮지는 않는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남과 다른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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