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Prologue!

수궁가 VS 춘향가

편집부

기사입력 2020-07-06 13:34     최종수정 2020-09-23 12: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판소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꾼과 북치는 사람인 고수, 단 두 사람만 있으면 공연이 가능한 세상에서 가장 미니멀한 음악극이다. 조선 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았던 장르다. 청중을 두루 만족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보완하고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며 발전하다 보니 오늘날에는 상당한 공력을 들여야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되었다.

이야기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장단을 알아야 한다, 완창 판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판소리 감상법 가운데에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배경지식이나 사전 준비 없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판소리 어디 없을까?

판소리 수궁가

판소리 수궁가는 토끼의 간을 구하러 육지에 나온 별주부, 자라의 이야기다. 동물이 주인공이고 서로 속이고 속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라 우화적이고 해학적인 장면이 많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는 대중음악 연주자들과 소리꾼들이 의기투합한 팀이다. 그들의 정규 1집 「수궁가」는 판소리 수궁가의 재미난 노랫말과 판소리 본연의 흥을 잘 살린 곡들로 빼곡하다. 네 명의 소리꾼이 드럼, 베이스 등 악기 반주에 맞추어 편곡한 판소리 눈대목(주요 대목)을 노래한다. 반복되는 노랫말과 리듬이 금방 귀에 익는다. 타이틀곡 ‘범 내려 온다’에 현대 무용을 가미해 만든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와 댓글 수를 늘려가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 곡은 토끼를 찾아 육지에 당도한 별주부가 토끼를 발견하고 ‘토 생원’ 하고 부른다는 것이 그만 ‘호생원’ 하고 발음하는 바람에 호랑이가 자길 부르는 줄 알고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을 노래했다.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곡으로, 김덕수 사물놀이패 음반에 실린 ‘토끼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사물놀이와 독일 재즈그룹 레드선의 연주에 안숙선 명창이 부르는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을 더한 곡이다. 수궁에 잡혀 온 토끼가 위기를 모면하려 ‘나 토끼 아니오’ 외치며 꾀를 내는 장면인데, 토끼의 임기응변을 익살스럽게 표현해내는 대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1995년에 나온 곡이지만 20여 년의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판소리 춘향가

청춘남녀의 연애담을 그린 판소리 춘향가는 대중에게 친근한 레퍼토리로 드라마나 영화, 창극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또 춘향가에는 사랑가, 이별가, 쑥대머리 등 잘 알려진 곡들도 많다.

광고 음악, 드라마 OST로 유명한 에스닉 퓨전밴드 '두번째달'이 소리꾼들과 합작한 앨범 「판소리 춘향가」는 ‘판소리 입문 음반’으로 꼽힌다. 원곡의 노랫말이나 장단 등을 살리면서도 귀에 쏙 들어오게 편곡한 열네 곡을 소리꾼 김준수와 고영열이 불렀다. 춘향가에서 자주 불리는 대목에 북 장단 대신 유럽의 민속 악기들이 반주를 맡아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중 사랑가는 ‘가장 사랑스러운 사랑가’, ‘세상 감미로운 판소리’라는 평을 듣는다. 고영열이 내는 저음의 부드러운 음색과 경쾌한 두번째달의 음악이 시너지를 일으킨다. 원래 판소리에서 사랑가라 일컫는 대목을 이 음반에서는 ‘만첩청산’과 ‘사랑가’ 두 곡으로 나누어 놓았다. ‘만첩청산’이 아주 느린 장단으로 다음 세상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는 내용을 노래하는 한편, ‘사랑가’는 그보다 빠른 장단에 알콩달콩 대화하는 형식으로 노래를 이어간다. 

덧붙여 닮은 듯 다른 곡으로, 두번째달이 영화 <소리꾼>의 주연 배우인 이봉근과 협연한 ‘사랑가’와 JTBC 팬텀싱어에 출연한 고영열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불렀던 ‘사랑가’도 비교해 들어볼 만하다.

판소리는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이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문화유산이지만 제대로 들어보거나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용에 따라 어떤 장단과 선율로 노래하는지, 지역 혹은 유파에 따라 음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판소리 명창들의 계보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등. 파면 팔수록 재미있어지는 그러나 초심자로서는 철벽을 뚫어야 하는 장르가 판소리다.

쉬운 길도 없지만 정답도 없지 않을까? 판소리에 오늘의 감성을 입힌 음악들을 즐기다 보면 판소리 한 자락을 부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브레히트부터 헤밍웨이, 마르께스까지 세계적 거장들의 명작을 가져다 참신한 창작 판소리로 만들어내는 이자람의 공연에 매료되면 판소리 공연 마니아가 될 수도 있다. 소리판에서는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관객을 ‘귀명창’이라 하여 대접하는데 그 귀명창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완창 소리판 입성을 꿈꾸어 봐도 좋겠다.

최소 3시간 이상이라는 완창 판소리를 감상하며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추임새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귀명창들 틈에 끼어 앉아 꿈인 듯 생시인 듯 판소리에 빠져들다 보면그 뒤야 뉘가 알리 더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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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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