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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사람을 두려워하는 나라, 일본(13) – 수동태와 동명사가 많은 일본어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4-08-20 09:38     최종수정 2014-08-20 09:4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나는 약창춘추 67-76, 102 및 105 (총 12회)를 통하여 ‘일본 사람은 사람 (남)을 두려워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주장을 펴 왔다. 오늘은 이러한 특징이 일본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주장을 추가하기로 한다. 즉, 일본어에서는

1. 명사(名詞) 앞에 ‘오’나 ‘고’를 붙임으로써 말을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차(茶)를 ‘오차’, 스시를 ‘오스시’, 벤또를 ‘오벤또’, 주문(注文)을 ‘고주문’, 끼겐(기분)을 ‘고끼겐’이라고 하는 식이다. 남이 두려우니 말이 자연 부드럽고 예의바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2. 윗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되도록 간접적으로 묻는다.

예컨대, ‘언제 오십니까?’라는 직접적인 질문 대신, “언제 ‘보이심’이 됩니까?(이쓰 오미에니 나리마쓰까?)”라는 식으로 돌려 묻는다. 상대방에게 대 놓고 묻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윗사람의 움직임을 능동태(能動態)가 아닌 수동태(受動態)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수와레마쓰’나 ‘노마레마쓰’ 처럼 동작을 수동태로 표현함으로써, 각각 ‘앉으십니다’와 ‘마시십니다’를 의미하는 경어(敬語)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말에도 ‘언제 뵐 수 있을까요?’가 있고, 영어에도 ‘Be seated (앉으세요)’와 같은 수동태적 표현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이들의 목적 역시 말을 예의 바르게 하려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말이나 영어는 일본어만큼 수동태 동사를 많이 쓰지는 않는 것 같다. 상대방의 심기(心氣)를 건드리지 않고 말하려고 애쓰는 일본인의 모습이 보인다.

3. 유난히 ‘받습니다’란 표현이 많다. 우리 같으면, ‘맛있게 먹겠습니다’라고 할 때에, 일본인들은 ‘이따다끼마쓰(받겠습니다)’라고 한다 (‘이따다끼마쓰’를 ‘주십시오’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받겠습니다’가 더 정확한 번역이다). 또 우리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라고 할 것을, 일본인은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쳐 받았습니다(오시에떼 이따다끼마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선생님, 다음 주에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라고 하면 되지만, 일본인에게 그렇게 말하면 무례한 통보(通報)가 된다. 그래서 ‘다음주에 폐를 끼치게 해 받겠습니다(오자마사세떼 이따다끼마쓰)’라고 말한다. 일본 음식점은 여름 휴가철이 되면 입구에 ‘3일간 쉬게 해 받겠습니다(밋까깐 야스마세떼 이따다끼마쓰)’라고 써붙인다. 우리 같으면 그냥 ‘3일간 휴업’이라고 써 붙이면 될 일인데 말이다.

이북 출신의 고 이왕규 교수님께서는 생전에 ‘내가 가르쳤다’ 하시지 않고, ‘내가 배워주었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내가 남에게 무언가를 ‘해 주었다’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만, 일본인은 거꾸로 ‘남으로부터 내가 무언가를 해 받았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상대방이 두렵기 때문에 ‘받았음’을 강조하는 어법이 고착된 것은 아닐까?

4. 동명사(動名詞)를 많이 쓴다. 앞에서도 소개하였지만, ‘언제 오십니까?’를 ‘언제 보이심(오미에)’이 됩니까?’라고 묻는다. ‘오미에’는 동사(動詞)인 ‘보다(미루)’의 명사형이니 일종의 동명사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이쓰 오까에리 데스까?(언제 돌아옴이십니까? = 언제 돌아오세요?)’, ‘오스끼데스까?(좋아함이십니까? = 좋아하세요?)’, ‘고주문와 오끼마리 데스까?(주문은 결정입니까? = 주문은 결정하셨나요?)’ 등이 있다.

‘돌아오다, 좋아하다, 결정하다’라는 동사 대신 ‘돌아옴, 좋아함, 결정함’ 등과 같은 명사형 단어(즉 동명사)를 만들어 쓰는 것이다. 게다가 ‘오’라는 접두어(接頭語)까지 붙여서!

이는 아무래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직설적인 능동태 동사보다는 명사 형태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덜 불손(不遜)해 보인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어에서 ‘사람(人, 히또)’이란 ‘남(타인)’을 의미한다. 그만큼 일본인은 남, 특히 힘센 사람들을 내심 두려워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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