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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지혜로운 삶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4-10-08 10:31     최종수정 2014-10-08 10:4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에피소드 1)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러 모텔에 간 부인이, 역시 외간 여자와 바람을 피우러 온 남편과 모텔 복도에서 마주쳤다. 부인과 남편 둘 다 기겁을 하였지만, 부인은 재빨리 냉정을 되찾고 같이 온 외간 남자에게 “김형사님, 저 사람이 바로 제 남편입니다”라고 외쳤다. 그 결과로 남편만 외도 현장에서 잡힌 꼴이 되었단다. 부인의 임기응변(臨機應變)의 기지(機智)가 놀라울 따름이다.

(에피소드 2) 성경(왕상 3:26)을 보면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가 엄마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을 재판한 솔로몬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솔로몬 왕은 “둘 다 자기 자식이라고 주장하니 할 수 없다. 칼로 그 아이를 둘로 나누어 공평하게 갖도록 하라”고 판결하였다. 그러자 한 여인이 “이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차라리 저 여인에게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이를 본 솔로몬은 아이를 양보한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하였단다. 이를 솔로몬의 지혜(智慧)로운 판결이라고 한다. 

(에피소드 3) 한편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갑이라는 사람은 을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을은 갑더러 빌린 돈을 갚으라고 억지를 쓴다. 심지어 자기가 갑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본 증인까지 있다며 소송을 걸었다. 난감해진 갑은 동네 어른을 찾아 가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지혜로운 어른은 이렇게 조언하였다. “판사 앞에서 차라리 돈을 빌린 적이 있다고 해라. 그런 다음 얼마 전에 그 돈을 다 갚았다고 해라. 그리고 네가 돈 갚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하며 네 편을 들어 줄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거라. 그렇게 하는 편이 안 빌렸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어른의 조언은 기지일까, 지혜일까?

(토론) ‘기지’와 ‘지혜’는 둘 다 어떤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나타내는 말인 것 같다. 사전을 준용하면, 기지란 ‘전혀 다른 관념을 서로 연결시켜 모순을 순간적 동시적으로, 그러나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내며 해결하는 고도의 지적 조작’ 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wit라고 한단다. 한편 지혜는 ‘사리를 분별하여 적절히 처리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결국 사전에 의하면 두 말에 큰 의미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지 보다는 지혜의 어감(語感)이 한결 좋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즉 기지에는 ‘잔꾀’의 이미지가 있는데 반하여, 지혜에는 동기(動機) 측면에서 순수하고 선한 뉘앙스가 있다. 또 기지는 순간적, 피상적(皮相的), 임기응변적인 느낌을 주지만, 지혜는 본질적(本質的)이며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진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약학적 표현으로 비약시켜 보면, 지혜가 유전형 (genotype)이라면, 기지는 발현형(phenotype) 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성경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잠9:10)”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지혜롭게 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스스로 ‘지혜서(智慧書)’ 임을 자처하는 책들이 많다. 어떤 책은 ‘지혜롭게 사는 99가지 방법’ 이라는 류의 제목으로 독자를 유혹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책들의 대부분은 삶의 몇 가지 기지(노하우)를 알려주고는 있지만, 삶의 본질에 대한 지혜는 결코 가르쳐 주지 못한다. 이는 내가 책을 잘 읽지 않는 핑계이기도 하다. 


(결론)
신기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혹시 헌신(獻身)의 삶이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객지(客地), 벽지(僻地), 오지(奧地)에서 수고하는 선교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적 삶이 그 동안 내게 준 교훈이다. 그들의 헌신은 나에게 ‘기지를 넘는 지혜의 삶을 추구하라’고 경고(警告)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목사님은 ‘결혼은 서로 헌신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설교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라도 가정 헌신을 통해 가정의 삶을 지혜롭게 영위해야 하지 않을까? 은은한 가을 국화 향기 사이로 지난 삶을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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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검색 중 기사를 읽던 중에 눈에 띄어서 교수님 글 읽고 댓글 남기고 갑니다~
(2014.10.20 11:49)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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