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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회사 맡기기, 물려주기

기사입력 2016-10-12 09:38     최종수정 2016-10-12 10:1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사례 1 - 외국 서적의 복사판 제작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작지만 나름대로 건실해진 어느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초창기에는 회사가 너무 작아서 소위 인재들을 채용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장은 종신고용제 도입을 선언하고 틈틈이 직원들의 직무 교육을 실시하였다. 다른 회사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고생하는 것을 본 직원들은 이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며 회사에 충성을 다하게 되었다.

이제 문자 그대로 사장과 직원간에 튼튼한 신뢰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지금은 사장이 오전 근무해도 회사가 잘 돌아 간다고 한다. 아마 사장이 회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회사는 더 발전할 지도 모른다.

이미 그 회사 직원들은 사장이 자리를 비우면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열심히 일하는 회사로 바뀌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출판업계의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이 회사는 살아 남을 것으로 믿는다. 사장이 직원을 믿고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어찌 망할 수 있겠는가?

사례 2 -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창업주들은 온갖 역경을 딛고 회사를 이루어 놓은 분들이다. 그분들의 노고는 ‘아무리 존경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덧 제약 환경은 그들이 창업할 때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져 버렸다.

그들이 창업할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신약개발’이란 화두를 지금은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가볍게 입에 담는 세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제 창업주들이 고령이 되었다. 이제는 자의반타의반 회사를 2세들에게 넘겨 주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창업주들의 입장에서 볼 때 2세들의 경영 능력이 영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처럼 산전수전 다 겪어 보지 않은 2세들이 험난한 경쟁의 격랑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2세에게 회사를 물려 주고도 이런 저런 형태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창업주들이 많다. 물론 2세들은 창업주의 간섭을 싫어한다. 그들은 새 시대에는 새 감각을 갖고 있는 자신들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창업주와 2세 간에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드물지만 일찌감치 2세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뗀 창업주도 있다. 대단한 용단이다.

사례 3 - 얼마 전 중견 기업을 경영하는 창업주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의 아들은 회사 계승에 도통 관심이 없는 반면, 딸은 관심도 있고 능력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회사를 넘겼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건실한 회사 오너에게도 그런 고민이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회사를 2세에게 넘겨 줄 때 어느 자식에게 넘겨 줄 것인가 결정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청년들에게 ‘롯데 사태를 봐라, 장치 재벌이 될 생각이 있거든 아들 딸 구별 말고 한 명만 낳아라’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고 다닌다. 회사는 창업도, 물려주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맺음말 – 누구나 번듯한 회사 하나쯤 부모로부터 물려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공상에 빠져 본다. 어느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각자 자신의 꿈을 말해 보라고 하셨다. 한 아이가 손을 들더니 ‘자신의 꿈은 재벌 2세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선생님은 “그것도 좋은 꿈이지” 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근데 선생님 문제가 하나 있어요, 아버지가 영 노력을 하시지 않아요” 했단다. 물론 2세 경영의 어려움을 모르는 아이에 대한 우스개 소리이다.

이상에서 직원에게 맡기거나 자식에게 물려 줄 회사도 없는 주제에 창업주의 걱정, 2세의 걱정 등 별 걱정을 다 해 보았다. 문득 어느 부잣집 화재 현장에서 아버지 거지가 아들 거지에게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얘야, 너는 평생 집에 불 날 일이 없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하냐? 이게 다 평생 재산 한푼 모으지 않은 네 아버지 덕인 줄이나 알아라. 알겠냐?”

새삼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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