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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대단함과 훌륭함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6-11-23 09:38     최종수정 2016-11-23 09:4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일요일 점심 식사 모임에 갔더니 내일 모레가 칠순인 한 친구가 아침에 10km 마라톤을 뛰고 왔다고 자랑을 하였다.

그러자 친구들은 “정말이냐? 며칠 전도 아니고 바로 오늘 아침에 그 정도 뛰었다면 앓아 들어 눕는 게 마땅하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스레 나와 앉아 있을 수가 있느냐, 넌 사람도 아니다” 라며 그 친구를 힐난(?) 하였다.


그러고는 모두들 그 친구 건강의 ‘대단함’에 감탄하였다. 그러나 모두들 이 친구가 진짜 ‘대단하다’고 감탄한 대목은 그가 몇 년 째 매일 저녁 10km 이상을 꾸준히 달려왔다는 사실이다.

끊임없는 꾸준함, 뛰기 싫은 날에도 뛰는 정신력, 달릴 때의 인내력, 이 모든 점에서 그 친구는 남들과 다른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 “생활의 달인(達人)”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신기(神技)에 가까운 재주를 갖고 있는 실로 다양한 분야의 달인들을 소개한다.

예컨대 쌀 한 톨에 여러 글자를 새기는 사람, 종이를 접어 온갖 모형을 만드는 사람, 만두를 빚어 등 너머로 던져 접시에 들어 가게 하는 사람 등 끊임없이 출연시키고 있다. 볼 때마다 “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하고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세상에 이런 ‘대단한’ 사람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그런 방면에 타고난 재주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그런 경지에 오를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반복 동작을 하거나 반복 훈련을 해 낼만한 은근과 끈기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훌륭하다’고 부르기까지는 않는 것 같다. ‘대단하다’와 ‘훌륭하다’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단함’과 ‘훌륭함’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대단함’은 ‘보통’과 ‘훌륭함’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개념 아닐까 한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보통’이 ‘대단함’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아마 앞에서 언급한 대로 타고난 재주에 더하여 은근과 끈기, 정신력, 노력, 인내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단함’이 ‘훌륭함’으로 승화(昇華)되기 위해서는 무슨 덕목이 추가로 필요할까?

지난 9월 교회 식구들과 함께 여수에 있는 고 손양원 목사 기념관에 다녀 왔다. 손양원 목사는 1939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여수의 애양원 교회에 부임하였는데, 1948년 공산주의 반란군에 의해 사범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총살로 잃었다.

반란이 진압된 후 국군에 의해 살해범이 체포 되어 총살 당할 상황이 되자 손 목사는 계엄사령관에게 간청하여 그를 살려냈다. 그리고 손 목사는 그를 바로 양자로 삼았다. 막내 딸은 ‘오빠를 죽인 살해범을 살려주는 것 까지는 몰라도 그를 양자로까지 삼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울며 항변하였단다.

손 목사는 그 딸에게 “네가 성경을 잘못 읽었구나. 성경 말씀에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지, 용서까지만 하라고 했더냐?” 하며 끝내 살인범을 양자로 삼았다. 손 목사는 1950년 6.25 동란 때 주변의 강권을 물리치고 혼자 남아 한센인들을 지키다가 끝내 48세 나이에 총살을 당해 순교하였다.

내가 보기에 손 목사님은 우리나라에 나타나신 예수님이었다. 손 목사님은 정말 ‘대단한’ 행적을 보이며 살다 순교하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결코 단순한 ‘대단함’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는 피조물인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훌륭’해 질 수 있는지 그 극대치를 보여 주는 삶을 살았다. 그러므로 그의 삶은 거룩한 ‘훌륭함’이었다고 불러도 모자랄 것이다.

그의 ‘거룩한 훌륭함’은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한 것일까? 얼핏 믿음, 감사, 겸손, 정직, 사랑, 희생 같은 단어들이 입술에 맴돌지만 이 모든 단어를 조합해서도 손 목사님의 그 거룩한 ‘훌륭함’은 제대로 설명해 낼 수 없음을 느낀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 나아가 ‘거룩한’ 사람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작금의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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