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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유머의 유익성

기사입력 2016-12-21 09:38     최종수정 2016-12-21 09:3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C 교수님은 유머에 천부적인 재주를 갖고 계신 것 같았다. 한번은 ‘어떻게 그렇게 유머를 잘 하시느냐’고 여쭈었더니, 자기도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 분의 유머는 연습해서 얻어질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나를 만나자 마자, “심박사, 나 이 구두 새로 샀는데, 왼쪽 한 짝에 20만원 주었어”하는 것이었다. 당시 구두 한 켤레는 비싸 봤자 20만원 하던 때이었다. 나는 놀라서 “그 구두가 그렇게 비쌉니까?” 물었다. 그랬더니 그 분은 “근데 왼쪽 하나만 사면 오른쪽은 무료로 주더군”하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완전히 C 교수님의 유머를 숭배하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을 사는 데 유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아직도 유머를 즐기는 사람을 조금 가볍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나는 C 교수님과 여러 해를 함께 지내면서 그 분의 유머가 어떤 면에서 유익한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유머는 모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C 교수님과 함께 있어 보면 유머의 힘이 그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유머를 주고 받다 보면 근엄한 표정으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런 자리에서의 심각한 이야기란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면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에 유머는 그 자리를 즐겁게 만들 뿐만 아니라 헤어지고 나서도 뒷맛을 개운하게 해 준다.

C 교수님과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갔다가 그 분의 유머에 입이 아플 정도로 계속 웃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C 교수님이 하면 같은 이야기라도 감칠 맛이 살아난다. 과연 C 교수님은 유머의 달인이시다. 한편 C 교수님한테 들은 유머를 곧장 행정실 직원들에게 전했다가 냉소(?)를 산 교수님도 있었다고 한다. 유머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세상을 살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남을 헐뜯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사람 도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심지어 교회에서도 믿음이 좋다는 사람이 ‘정의’의 이름으로 남을 정죄(定罪)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다.

그러나 사랑이 없는 정의는 사람과 세상을 파괴시킬 뿐이다. 반면에 유머는 최소한 대화를 험담으로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내가 C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교훈이자 지혜이다. 그러므로 유머는 ‘사랑이 없는 정의’보다는 훨씬 세상에 유익해 보인다.

나는 유머 면에서 C 교수님의 수제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 분처럼 되도록 대화의 상대방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싶다. 엄숙주의는 천성적으로 나한테 맞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도 밖에서 친구분들과 대화를 나누실 때에는 의외로 유머가 많으셨다. 물론 집에서는 근엄한 척 하셨다. 그러고 보면 유머를 좋아하는 나의 성격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모양이다.

아버지와 나의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체격이 왜소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유머가 왜소한 사람들 공통의 생존 전략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덩치 큰 사람이 무서우니까 그 사람이 화나지 않도록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목적으로 유머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문득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의 평균 체격이 다른 사람들보다 왜소하다는 통계가 있는지 알아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생각하니 유머를 좋아하는 내가 조금은 비굴해 보이기도 한다. 부디 내 추론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C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유머 하나를 추가한다. 순경이 도망가는 도둑놈을 향해 “게 서거라” 외치며 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도망가던 도둑놈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 서더니 “야, 너 같으면 서겠냐?” 이렇게 말하곤 다시 도망 가는 것이었다.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 소리’ 였으면 그 바쁜 도둑놈이 이런 대꾸를 하였겠는가?

말 되는 일만 일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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