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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믿음 이야기

기사입력 2017-01-04 09:38     최종수정 2017-01-04 11: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1. 교회에 다니는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믿음이 약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그들의 부인은 ‘자기 남편의 믿음이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남편들이 아내의 훈육(訓育) 대상인 것은 교회에서도 처지가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개미끼리 모이면 큰 개미도 있고 작은 개미도 있을 것이다. 큰 개미가 작은 개미 앞에서 덩치 자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보기엔 개미란 그저 다 땅바닥에 붙어 있는 작은 생물일 뿐이다. 개미가 덩치가 커 봤자 얼마나 크겠는가? 마찬가지로 교인들 간에 믿음의 크기를 비교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교인의 믿음의 크기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뜻은 아니다. 강렬하게 예수님 향기를 풍기고 순교하신 고 손양원 목사님처럼 엄청난 믿음의 본을 보이신 훌륭한 교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나 같은 보통 교인들은 믿음의 크기를 비교하기에 앞서 부족함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이다.

2.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연약하여 교회 내에서 어떤 직분(職分)이나 사역(使役)을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마음에서 그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믿음이 굳건해진 다음에야 어떤 일을 하겠다는 생각도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교만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이제 내 믿음이 굳건해 졌다’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믿음 가운데에서나마 직분을 맡거나 사역을 감당하면 그 때부터 믿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완벽을 추구하는 위장된 교만이거나 반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3. 나는 처음 장로가 되었을 때 정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두렵고 떨리고 거북한 심정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특히 회중(會衆) 앞에 서서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나 같은 사람이 감히 하나님 앞에 소리 내어 기도를 올려도 되는지’ 송구하고 두려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해가 지나고 대표 기도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 두려움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정말 뻔뻔하고 두려운 일이다.

4. 나는 늘 문 아무개 목사님의 간증(干證)을 기억한다. 그 분은 옛날에 직업상 술을 마시고도 주일이면 습관처럼 예배에 참석하였다고 한다. 어느 날 예배에 참석한 그가 입을 열어 찬송가를 부르자 옆에 앉은 부인이 ‘술 냄새 나니 입을 다물라’고 했단다. 그 순간 그는 ‘나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 않게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에 생각이 미치면서 번쩍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많은 기성 교인들의 행태가 기독교의 전도를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인들이 더 나빠요' 소리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비교인들의 도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인들이 남을 구원하겠다고 예수님을 전도하는 것이 얼마나 기이한 모습이겠는가? 그러므로 교인들은 전도에 앞서 우선 비교인의 모범이 되는 생활부터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5. 주제 넘지만 내가 생각하는 믿음의 큰 바탕 중 하나는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감사이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이 하나님 은혜로 주어진 사실을 깨닫고 감사하는 사람은 하나님에 대한 예배는 물론 이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내가 잘나서 받은 것이 아님을 깨달은 사람은, 자신 및 이웃에 겸손하게 되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게 되며, 나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지 않을까? 믿음 생활은 성경 구절 많이 암송하는 수준을 벗어나,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칫 이단(異端)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이쯤에서 내 사설 학설을 덮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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