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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참고 견딤 위에 세워진 사랑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8-04-25 09:38     최종수정 2018-04-25 12: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1. A장로는 50세 중반에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체육교사 직을 사직하고 부인인 B권사와 함께 아프리카에 있는 보츠와나라는 나라에 선교사로 떠났다.

1년만에 혼자서 일시 귀국한 그는 “그 곳이 너무 덥고 힘들어 빨리 돌아 가고 싶지 않은데 B권사가 자꾸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고 고백하였다. 그 때까지 나는 선교사는 ‘예수에 미쳐서, 그리고 자기가 좋아서’ 나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나는 A 장로의 말을 듣고 그들도 가기 싫은데 참고 가는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때부터 나는 그 분들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A 장로 내외분이 부탁한 대로 두 분이 현지에서 사역하는 모습의 사진을 화장실 변기 맞은 편에 붙여 놓고, 변기에 앉을 때마다 기도하였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20년도 넘게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자랑거리이다. 그러나 말로만 예수를 믿는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2. 여수에 있는 애양원(愛養院)은 고 손양원(孫良源) 목사님이 한센병 환자들을 섬기던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1948년 여순반란 사건 때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C 등의 고등학생들에 의해 두 아들을 잃었다.

반란이 진압된 후 C는 군경에 붙잡혀 사형장으로 끌려 가게 되었는데, 손목사님은 “이 아이를 죽이면 내 아들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 됩니다. 이 아이를 회개시켜 내 아들로 삼고 사람 되게 하겠습니다”라며 살려주기를 애원하였다.

덕분에 C는 목숨을 건졌고 손목사의 양자(養子)까지 되었다. 손 목사의 딸은 ‘목숨을 살려 주는 것은 몰라도, 살인범을 오빠라고 부르게까지는 하지 말라’고 아버지에게 대 들었다. 그러나 손 목사는 ‘성경에 원수를 용서까지만 하라고 했더냐?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더냐?’며 끝내 C를 양자 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딸은 골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꺼이 꺼이 소리 죽여 우는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딸은 아버지도 두 아들을 잃은 말할 수 없이 큰 슬픔과 분노를 참으며 C를 양자 삼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애양원을 떠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던 손목사는 끝내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되던 날 인민군에 의해 피살당했다. 그의 장례식 때 상주를 맡은 이는 살인범이자 수양 아들인 C 였다. 훗날 C의 아들은 긴 방황을 마치고 목사가 되었다고 한다 (약춘 212 참조).

3. 한국전쟁 때 3살이었던 나는 어머니 등에 업혀 김포에서 평택으로 피난을 갔다고 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어느 집의 비좁은 방에 들어 가 밤을 지새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밤새 벽의 냉기를 자신의 등으로 막고 나를 안고 앉아 계셨다고 한다. 방이 좁아 눕지도 못 하였단다.

이 일로 인해 어머니는 그 후 상당히 오랫동안 몸이 편치 않으셨다. 또 한번은 주안 염전 근처에 임자 없는 밀가루 자루가 쌓여 있다는 소문을 듣고 삼십리 길을 달려 가 몇 자루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날라 오신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깨와 허리가 끊어지게 아팠지만, 오직 자식과 식구를 먹일 욕심으로 그 고통을 참아내신 것이다. 어머니의 그 욕심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4-7)”.

4. 사랑을 위한 참고 견딤에 예수님의 십자가에 견줄 것이 있을까? 신성(神性)과 함께 인성(人性)을 가지신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밤, “아버지,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막 14:36)”라고 기도하였다.

예수님도 십자가가 두려우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바로 그 밤에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 13:34)”는 새 계명을 주셨다. 아! 예수님은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십자가의 두려움을 견뎌내신 것이다.

A장로님, 손목사님, 우리 어머니,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은 모두 어렵고 힘듬을 ‘참고 견뎌 내’ 세운 고귀한 것이었다. 돌아 보면 세상에 이와 같은 사랑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고 감동하게 된다. 하나님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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