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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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패모(검나리)(Fritillaria ussuriensis)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사입력 2017-07-26 09:38     최종수정 2017-07-26 10:3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덕성여자대학교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5월 초순 식물조사와 야생화 촬영 목적으로 백두산과 연길 일대를 다녀왔다, 특히 패모를 직접 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패모는 한방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약초지만 남한의 산야에서는 만날 수 없다. 한대성 식물로서 함경도와 중국 동북부 및 우수리 지방 등 추운 북쪽지역이 자생지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야생 패모를 처음 볼 수 있었다.

패모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며 30~8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선 모양의 가는 잎 2~3개가 줄기에 마주 나거나 돌려나며 윗부분의 잎은 덩굴모양으로 변해서 주변의 풀대나 지지대를 감고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5월경으로서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나온 꽃대 끝에 한 송이 씩 진한 자갈색의 종 모양 꽃이 아래를 향하여 달리며 한 구루에 1~3 송이 꽃이 핀다. 꽃잎(화피,花被)에는 옅은 점무늬가 있으며 꽃 안쪽에는 더욱 선명한 점무늬가 보인다. 꽃잎은 끝 부분이 여섯 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수술은 6개 그리고 암술은 1개로서 암술머리가 3개로 갈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패모와 중국패모 2종이 있고 주로 중국패모가 재배된다. 패모와 중국패모는 식물 전체의 모습이 똑같고 다만 꽃 색만 다르다. 중국패모의 꽃은 녹색 바탕에 연노랑이다. 패모를 조선패모라고도 하고 검나리, 검정나리라고도 부른다.


검나리는 꽃이 검은 나리(백합)라는 뜻인데 일본명 구로유리( クロユリ, dark lily)를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다. 영어명으로는 뱀머리 패모(snake’s head fritillaria)라고 하는데 패모 꽃의 색과 점무늬가 마치 뱀 머리를 연상시킨다는데 유래했다.

우리 정서로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희귀식물에 적절치 않아 거부감을 준다. 속명 프리틸라리아(Fritillaria)는 라틴어로 주사위를 던질 때 넣는 통을 의미하며 초롱꽃 모양을 묘사한 것이고 종명 우수리엔시스(ussuriensis)는 우수리지방을 뜻하며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우수리는 소련의 연해주 지방과 중국의 국경 사이 지역이다. 학명의 뜻을 풀이하면 ‘우수리 지역에서 발견되고 꽃모양이 주사위 통을 닮은 식물‘이라는 뜻이다.

패모라는 특이한 이름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폐병을 앓는 산모가 있었다. 몸이 허약한 산모는 출산 할 때마다 기절했고 깨어나면 애기는 죽어 있었다. 세 번이나 반복되어 남편과 시어머니는 크게 상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장님 점쟁이가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시어머니는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했다. 며느리는 호랑이띠이고 출산 후 죽은 아기 3명은 각각 양띠, 개띠, 돼지 띠여서 서로 상극이고 호랑이가 동물을 잡아먹듯이 어미가 아기를 잡아먹은 것이라고 점쟁이는 말했다.

해결방법은 태어난 아기를 안고 동쪽으로 백리쯤 가면 바다에 섬이 있는데 그 섬에 아기를 대려다 놓으면 아기가 무사할 것이라고 했다. 무당의 말대로 했지만 여전히 아기는 죽었다. 바로 그 때 그 집 앞을 지나던 의원이 전후사정을 전해 듣고 점을 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며 출산 후 산모의 기절과 아기의 죽음은 산모의 허약 때문 이라고 했다.

좋은 약이 있으니 3개월 동안 매일 복용하면 1년 후에는 귀여운 손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의원 말대로 남편은 산에 가서 약초를 캐다가 부인에게 달여 먹였다. 다시 출산한 며느리는 기절하지도 않고 아기가 죽지도 않았다. 의원에게 약초의 이름을 물으니 모른다고 했다.

보물과 같은 어린아이를 보패(寶貝)라고 하니 보패라고하면 어떨까요? 보패는 보배의 원말로 아주 귀중한 사람이나 사물을 뜻한다. 의원은 애기 어머니도 건강하니 보패의 패(貝)와 어머니 모(母)를 합하여 패모(貝母)라고 하자고 했다. 그 후 이 약초를 패모라 부르게 되었고 전한다.

한방에서는 패모의 건조한 뿌리를 평패모(平貝母)라 하며 호흡기 계통 질환에 사용하는데 급만성 기관지염에 쓰이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데 사용한다. 중추신경계의 흥분을 억제하는 작용도 있어서 혈압강하 목적으로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은 페이민(peimine=verticine)이 있고 페이민의 배당체인 페이미노사이드(peiminoside)는 강력한 혈압강하작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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