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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생노병사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2-09-19 11:3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미스 로버츠가 임산부 비타민인 Prenatal Vitamin을 픽업하러 오셨다. 아직 배가 나온 것 같진 않은데 미스 로버츠가 임신을 했나보다. 얼마 전 까지 만 해도 사전 피임약을 매달 복용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임신을 했다. 물어보니 그렇단다.

다른 곳 보다도 약국에는 여성분들이 많이 온다. 여성분들이 약을 더 많이 복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엄마들이 남편이나 아이들 건강을 주로 챙기기 때문이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엄마손은 약손이니까. 

어쨌든 약국에 오래 있다 보니까 임신 전 부터, 임신 했을때 그리고 출산 후 아이들 약까지 전 과정을 챙기는 엄마들을 많이 보게 된다. 결혼 전에는 피임약을 처방해 가고, 미스 로버츠처럼 결혼 후 임신하면Prenatal Vitamin을 복용하고, 출산 때 특히 제왕절개를 하게 된 경우에는 마약 진통제 Percocet과 Ibuprofen 처방전을 남편이 들고 온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나면 몇몇 아이들은 위산역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잔탁이나 Prevacid시럽 처방전을 들고 오고  아이가 조금 자라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항생제 처방전을 들고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생명이 태어나서 자라나는 광경을 약처방전을 통해서 약국에서 볼 수 있듯이 반대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광경도 약국에서 빈번히 보게된다. 

어느 날 미스 호프만이 약국에 들렀다. 평소처럼 그녀 어머니의 약을 픽업하러 왔는가 했더니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녀 어머니의 약을 리턴 할 수 없냐고 물어 왔다. 왜그러냐 했더니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이젠 더 이상 약이 필요없다고 울먹이면서 얘기한다. 사실 약이 한번 약국 밖으로 나가면 일반적으로 그 약은 리턴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약을 다시 다른 환자에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3개월치 골다공증약 Fosamax의 제네릭과 항우울제 Zoloft의 제네릭을 가져갔었는데 안타깝게도 어머님이 그 사이에 돌아 가셨다 한다. 

다행히 골다공증약은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고 Zoloft 제네릭인 Sertraline은 약값이 비싸지 않으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환자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리턴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스 호프만의 어머님의 연세가 많으셔서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결국은 돌아가셨다. 그동안 꼬박 꼬박 약 잘 챙겨드시다가 어느 날부터 안 보이신다 했더니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노인 분들은 건강해 보이시다가도 갑자기 나빠지시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직접 약을 챙겨 드시다가 어느날 부터 가족이 약을 챙겨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가족마저 오지 않으면 십중팔구 환자는 돌아가신 경우가 많다.  미스호프만의 어머니가 그런 경우인데 벌써 약국에서 돌아가신 분을 많이 보았다.

이렇게 병으로 돌아가시는 거야 할 수 없지만 한국이 자살율 세계 1위 라고 하니 정말 놀랍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래도 선진국으로 갈수록 우울증 환자가 많은데 한국도 이제 선진국에 진입하려하니 우울증 환자가 많아진듯하다. 개발 도상국에서는 너무 가난해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우울할 시간도 없다(?). 반면에 선진국에선 먹고는 살지만 한편으로 이혼율 등이 높아가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되면서 시작되는 우울증부터 상대적 박탈감으로 우울한 사람들이 많게 된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약을 먹고 우울증을 극복한다. 약국에서 처방 조제되는 약물의 거의  50퍼센트는 항우울제이다. 그만큼 우울한 사람이 많다는 뜻도 되지만 미국사람들이 약을 잘 먹는 다는 뜻도 된다. Prozac을 비롯하여 Zoloft, Cymbalta, Effexor, Wellbutrin, Lexapro 등 우울등 치료제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약물이다. 미국사람들도 많이 우울하지만 이렇게 약을 먹고 즐겁게(?) 산다. 내 약국의 새로운 테크니션 제니퍼도 어렸을 때 부모 이혼으로 우울증이 걸렸는데 항우울제Celexa를 복용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은 우울해도 약을 잘 안 먹는 듯 하다. 약을 안 먹고 대신 술을 마시는 듯한데 술은 일시적일 뿐이다. 그렇다고 매일 술 먹을 수도 없고 또한 술로 우울증이 치료될 수는 더욱 없다. 약국에서 미국 사람들을 보면 항우울제 효과는 꽤 좋은 듯하다. 그러니 한국 사람들아, 우리 제발 약먹고 제발 죽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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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약대생 추천 반대 신고

저도 미국친구들 중에 antidepressant drug take 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한국은 아직 우울증 증세를 인정하거나 밝히는 데에 좀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요. 미국처럼, 증상이 있다면 도움을 받아 나은 삶을 사는것도 나쁘지않다고 봅니다. (2013.06.14 04:48)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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