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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기록의 중요성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5-02-11 09:38     최종수정 2016-03-16 15:1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집트의 한 피라미드는 건축하는데 10만 명이 3개월 교대로 20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수십만 명이 몇 백 년을 걸쳐 쌓은 것이다.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후손들이 덕을 좀 보고 있지만 백성들을 죽도록 고생시켜 만든 그러한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오히려 우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허성도 교수는 말했다.

그대신 우리에겐 기록의 문화가 있다. 전문 사관이 조선왕조 500년을 기록한 왕조 실록이 있고 오늘날 비서실격인 승정원의 승지들이 기록한 '승정원 일기'가 있다. 거기다가 왕 스스로 적은 일기인 '일성록'이 정조 대왕부터 1910년까지의 150년간의 기록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 대기록은 조선왕조 실록은 6,400만자 승정원 일기는 임진왜란 때 일부가 불탔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억 5000만자의 분량이다. 조선왕조 실록은 개략적으로 번역이 되었지만 승정원 일기나 일성록은 앞으로 번역하는데 80여년이 더 걸린다 하니 그 방대함에 놀랄뿐이다.

모든 방면의 기록이 중요하지만 연구소의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 그렇지만 NIH에서 연구를 할 때보면 책임자들은 연구노트 작성에 매우 민감하였다. 당연히 실패한 실험이든 성공한 실험이든 모든 연구 기록을 다 적어놔야 다음 연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그 때 당시 미국은 선발명주의 특허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노트작성이 더욱 더 중요한 사항이었다. 특허분쟁이 있을 경우 연구노트가 증거로 제출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약국에서도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환자의 편의나 응급상황을 고려하여 전화처방전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화의 정확한 기록에 무척 신경 써야 한다. 한 두자의 잘못된 기록이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 또는 Secretary 등이 전화를 할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말과 글은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다르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약국간에 처방전을 트랜스퍼할 때도 전화를 이용하는데 양쪽의 약사들간의 의사소통도 잘 되야겠지만 그 통화내용을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많은 medication error가 약국간의 트랜스퍼할 경우에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약국에서의 기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20년 경력의 약사 제프가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약국 환자인 엘렌에게서 받은 전화였다. 당시 나이 75세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던 엘렌은 심장병약 Digoxin 0.1mg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에서 울먹이며 "제프, 왜 내 약 Digoxin을 easy-open cap bottle에 담았어?" 하는 것이었다.

Child safety cap은 아이들이 쉽게 열지 못하도록 꾹 눌러서 열수 있게 만든 것인데 easy-open cap은 애들이 없는 집, 특히 노인들은 Child safety cap의 경우 힘이 없어 약 병을 열수 없을 수도 있어 easy-open cap을 선호한다. 실제로 협심증약인 Nitroglycerin은 항상 easy-open cap으로 나온다. 비상상황에서 환자가 쉽게 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엘렌이 노인이므로 당연히 easy-open cap을 요구했었나 보다 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이니 제프의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놀랍게도 놀러 온 손자가 약을 먹고 죽었다고 한다. 옴팡 잘못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제프는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처방전을 들춰 보았다. 오, 탱큐 갓! 처방전엔 easy-open cap request란 말이 씌여 있었다. 제프가 직접 쓴 것이었다. 이 한 줄의 기록 덕분에 제프는 소송을 면할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건 약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처방전 변경이나 의사와의 상담내용 등은 날짜, 시간, 통화자들의 이름과 함께 정확하게 기록해 두어야 한다. 소송이 만능인 나라에서 현명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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