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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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약국 컨베이어 벨트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5-05-20 09:40     최종수정 2015-05-20 09: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그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은 공장에서 나사 돌리는 작업을 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 가고 거기에 맞춰 찰리가 나사를 돌리면 그 다음 줄의 노동자는 망치질을 한다.

일은 리드미컬하게 해야 하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화장실에 갔다가 담배라도 하나 필려면 빅브라더가 나타나 빨리 복귀하라고 난리 친다. 일하다가 모기가 물어 긁을라고 하면 일이 밀려 뒤엉키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찰리는 공장에서 쫓겨난다.

컨베이어 벨트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포드 자동차회사의 창립자 포드이다.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위해 고민하던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된 조립라인을 도입하여 작업과정에서 자동차는 이동하고 노동자는 작업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기다가 테일러는 ‘집고 들고 걷고 구부리고 맞추는’ 작업 동작을 ‘초시계’로 측정해 반복작업을 표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능력을 향상시켰다. 테일러식 노동분업과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가 결합하면서 포드사의 생산량은 1910년 1만9000대에서 1913년 24만8천대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한국도 그러듯이 가난한 동네의 약국이 바쁘다. 가난해서 건강을 챙기기 힘들어 그런지 아픈 사람이 많다. 워싱턴 동쪽 Prince George County의  Rite Aid약국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그 쪽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약국은 약국보조원들도 모두 흑인이었고 손님들도 대부분 흑인이었다.

동료 약사도 흑인이라고 한다. 우리 동네 약국에 비해 무지무지하게 바쁘고 마치 약국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라고. 이 약국뿐 아니라 같은 동네 약국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라 한다.

처방전 접수를 받는 테크니션, 약을 담는 테크니션, 약사는 검수하고, 약 픽업 담당 테크니션, 거기다drive through까지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그렇게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같은 스피드로 벨트는 돌아가는데 여기에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만일 통화라도 길어지면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게 되고 그 자리에는 작업할 분량이 밀리게 된다. 자동차 공장의 기계적 작업보다도 머리를 쓰는 작업인데도 컨베이어 벨트의 본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컨베이어 벨트지만 두뇌가 아닌 손 노동만 필요로 하는 단순하고 반복된 작업은 노동자에게 일하는 재미를 앗아가 노동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 대량생산방식 체계는 노동자를 기계화, 부품화 시킨다는 문제들이 제기 되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환자 상담도 해야 하고, 질병에 대해 의사와 토의도 해야 하고, 보험, 약값 할인도 체크해야 하고, Drug-Drug interaction도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데 컨베이어 벨트상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노동자를 기계 부픔으로 생각했던 포드는 자동차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서 놀랍게도 노동자의 임금을 노동계평균보다 무려 2배나 올려 주었다. 물론 포드는 노동자를 위한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 포드는 노동자들 주머니에 돈을 더 넣어줌으로써 그들이 포드자동차를 살 수 있는 ‘소비자’가 되게 만들고자 했을 뿐이었다.

약사들은 어느 정도 임금을 받고 있으나 보조원들은 그들의 작업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다. 그들은 약국 컨베이어 벨트 위의 노동자가 아니고 머리를 쓰는 고급인력이다. 보조원들이 행복해야 약사도 행복하고 환자도 행복하다. 그들의 처우를 개선해 줌으로써 환자가 더 보살핌을 받고 아울러 그들이 경제를 살리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포드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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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추천 반대 신고

여기 한국 약국 실정도 유사하다고 봅니다.
어디나 그렇듯 빈익빈 부익부도 심하고요.
(2015.05.23 18:29)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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