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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돼지 발정제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7-05-24 09:40     최종수정 2017-05-24 09:5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결전의 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 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라면서 홍준표 후보는 "돼지를 교배시킬 때 쓰긴 하지만 사람도 흥분한다고 들었는데 안 듣던가?"라고 자문하며 당시의 심정을 서술했다. 중앙일보 기사다.

서부 아프리카에 사는 남자들은 말린 나무 껍질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여성과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그러면 만족한 결과를 얻곤 했는데 그 비밀의 나무 껍질이 Yohimbe bark 이다. 그리고 이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이 Yohimbine이다.

요힘빈은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까지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였던 약물이다. 또한 우울증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성욕감퇴 등에도 쓰인다. 성기 부근의 혈류를 증가시키므로 성행위시 남성이나 여성의 성감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 없던 여성이 이 약으로 인해 갑자기 성적 흥분하는 일은 절대 없다.

이 요힘빈이 소위 돼지 발정제로 유명한 약물이다. 미국에서도 요힘빈나무 껍질 추출물에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남성정력에 좋다는 온갖 생약 추출물을 합한 제품을 건강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광고에는 심지어 6개월 이상 복용하면 페니스의 길이와 굵기도 늘려 준다며 첫 달 공짜 라며 뭇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 약국에도 유사제품이 있어 처방전 없이 모든 사람들이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요힘빈은 장기간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발기부전약은 필요할 때나 복용하는 것이지 매일 복용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페니스 크기를 늘려준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요힘빈을 탄 술을 마신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힘빈은 갑자기 혈압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며 심장박동을 증가시키기도 하는 대단히 위험한 약물이다. 이 후 식은 땀도 나고 불면증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약을 여성에게 몰래 먹였다니...

돼지 발정제 중 암퇘지 흥분제는 없다. 다만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배란조절 호르몬 주사가 있다. 호르몬 주사약을 술에 타 먹여 봐야 위와 간에서 다 분해되어 효과도 없을 테니 홍 후보가 친구에게 구해다 준 건 요힘빈으로 수퇘지용이다.

"우리 밖 네 귀의 말뚝 안에 얽어 매인 암퇘지는 바람을 맞으면서 유난히 소리를 친다. 말뚝을 싸고도는 종묘장(種苗場) 씨돝은 시뻘건 입에 거품을 뿜으면서 말뚝의 뒤를 돌아 그 위에 덥석 앞다리를 걸었다. 시꺼먼 바위 밑에 눌린 자라 모양인 암퇘지는 날카로운 비명을 울리며 전신을 요동한다. 미끄러진 씨돝은 게걸덕 거리며 다시 말뚝을 싸고 돈다. 앞뒤 우리에서 응하는 돼지들의 고함에 오후의 종묘장 안은 떠들썩했다. 반 시간이 넘어도 여의치 않았다. 둘러싸고 보던 사람들도 흥이 식어서 주춤주춤 움직인다. 여러 번째 말뚝 위에 덮쳤을 때에 육중한 힘에 말뚝이 와싹 무지러지면서 그 바람에 밑에 깔렸던 돼지는 말뚝의 테두리로 벗어져서 뛰어났다."

이효석의 소설 '돼지'에 나오는 발정제를 먹은 수퇘지가 어린 암퇘지를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그 여관에서 재현되었다. 발정제를 안 먹어도 엄청나게 발정된 수퇘지 같은 인간이 요힘빈의 부작용으로 쓰러진 가녀린 여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다. 그 요힘빈을 구해다 준 사람중의 하나가 한 나라의 대통령후보였다. 그 후보가 대통령이 안된 것이 몹시 다행이지만 그런 후보가 상당한 득표로 대선을 완주했다는게 무척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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