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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타이레놀서방정 퇴출의 진실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18-03-28 09:07     최종수정 2018-03-28 09:0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얼마 전 유럽에서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타이레놀) 서방정의 판매가 중지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한민국 식약처는 3월 13일자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고, 미디어에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기사는 정확한 사실을 보도했지만, 팩트에 기자의 상상력을 더한 일부 기사는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편의점 타이레놀은 안전하다, 서방정은 오용 위험성이 크다는 식의 기사는 명백한 오보였다.

우선 사실만 짚어보자. 유럽집행위원회(EC)가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의 유익성-위해성 검토 결과, 위험성이 유익성을 상회한다고 판단하여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비슷한 뉴스를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든다.

이번에 유럽집행위원회가 EU 회원국 전체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20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30일 스웨덴 독극물정보센터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2017년 9월 약물감시 위험평가 위원회(PRAC)가 문제를 검토하여 권고안을 내놓았으며, 제약회사들이 재고를 요청함에 따라 다시 한 번 문제를 조사한 뒤에 원래의 권고안을 확정한 게 지난 해 12월이었다. 이 때마다 뉴스에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이제 오보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일부 매체는 약효가 느리게 나타나 과잉 복용할 위험이 커서 이번에 유럽에서 서방정을 퇴출했다고 보도했다. 일리 있게 들리지만 잘못된 추정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은 절반은 빨리 녹고 절반은 서서히 방출되는 방식의 방출제어형(modified-release) 제제다.

골관절염 환자 403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665mg)을 2정씩 하루 3회 투여했을 때와 일반정제(500mg)을 2정씩 하루 4회 투여했을 때 통증 완화 효과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약효가 적다고 생각해서 서방정을 과잉복용할 위험이 크다고 말할 근거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편의점 타이레놀은 안전하다는 기사는 오보 중의 오보였다. 이번에 유럽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이 퇴출된 것은 서방정이 일반정제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다. 약국은 아세트아미노펜 일반정제와 서방정을 모두 취급하며, 편의점에는 일반정제만 있다.

일반정제이든 서방정이든 아세트아미노펜은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면 안전하고, 이를 넘어서면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애초에 쟁점은 누군가가 약을 과잉복용하여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치료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처음에 문제를 제기한 곳이 스웨덴 독극물정보센터였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 안전성 서한은 이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서방형 제제의 약물 방출 방식이 일반 제제와 상이하여 과다 투여시 실현가능하거나 표준화된 관리 방법이 확립되지 아니하여 위험성이 유익성을 상회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쉽게 말해 약물 중독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를 치료할 때 그 환자가 과용한 약이 서방형이냐 일반정제냐에 따라 흡수패턴과 약효지속시간이 달라지고 따라서 치료 방식도 달리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치료의 표준 프로토콜이 일반정제를 삼킨 경우만을 염두에 두고 세워졌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식약처가 안전성 서한에서 보충 설명한 내용도 사실이다.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는 현재 미국, 캐나다 등 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유럽 의약품청(EMA)는 권장량에 맞게 적절하게 복용하였을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으로 인한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 의약품청에서 이번에 서방정을 퇴출하기로 했지만, 이미 약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원래 용법에 따라 안전하게 소진해도 된다고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방정 퇴출은 알약을 더 꺼내기 어렵게 안전 포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복용회수가 적은 서방정이 더 편리할 수 있겠지만, 오남용시 치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그 편의성을 희생한 셈이다.

가벼운 두통에 서방정보다 일반정제가 낫다. 한 알에 들어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의 함량이 625mg으로 하루 최대 6정까지만 복용하도록 되어있어서 한 알에 500mg이 들어있어 하루 최대 8정까지 복용하도록 하는 일반 필름코팅 정제와는 차이가 있다.

동일 약성분이 들어있는 감기약, 근육통약, 해열진통제를 중복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약국에는 이런 주의점을 설명해주는 약사가 있고, 편의점에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유럽발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 퇴출 뉴스에 숨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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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해열제의 매출이 커지다보니 약국에서 판매 기회를 잃을까봐 걱정되서 하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네요. 말 그대로 서방정이라 천천히 녹고 APAP 효과가 속방정보다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시간에 과다복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가 EU의 판단근거라고 봅니다. 약사님들, 제발 정신 좀 차립시다! 편의점 판매가 그렇게 싫으면 약국 24시간 운영하시던지요! (2018.03.29 16:36) 수정 삭제

댓글의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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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국어
수능국어가 왜 있는지 알겠네. 위 글은 emergency 상태에서 대처하는 protocol이 속방정을 중심으로 되어있는데 서방정과용자의 경우 대처protocol과 구별법이 없으니 퇴출한다는 뜻이라네. (2018.04.04 09:21) 수정 삭제

솜다리 추천 반대 신고


명확한 설명 고맙습니다.."편의점엔 주의점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가 핵심이고 유의해야 할 점이군요...
(2018.03.28 09:50) 수정 삭제

댓글의 댓글 1

등록

알타리
대신 약사님들도 일반약 판매시 복약지도에 더 신경써야할 듯 (2018.03.28 18:07)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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