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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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국 약업현장 혁신의 동반자인 약무조무사

이종운

기사입력 2020-04-14 17:27     최종수정 2020-04-14 17:4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영국은 세계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고 인구 6천만명에 경제 수준도 우리나라가 본받기에 알맞은 규모이다. 지난 글에는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의 약무조무사 실례를 고찰하였는데, 캐나다는 영국식은 물론, 미국식 제도가 혼재되어 있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상업적 영리의료시스템이 아닌 사회복지형 의료시스템의 원형이라 불리는 영국의 사례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등장배경과 도입과정

영국에서 약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Health and Social Care Professional’로 분류된다. 영국약사위원회(General Pharmaceutical Council, GPhC)는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약사, 약무조무사(Pharmacy Technician, PT), 약국에 대한 허가, 감독, 관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며, 이 GPhC를 감독, 평가하는 Professional Standards Authority (PSA)는 2002년에 설립되었다. 

PT는 1952년부터 정부로부터 자격인증노동력(Qualified workforce)으로 간주되었고, 이들의 직능단체인 약무조무사협회(Association of Pharmacy Technicians United Kingdom, APTUK)는 1966년부터 활동을 개시했다. 
급속한 사회변화와 더불어 약사의 역할은 환자를 위한 고도화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는데 이를 보좌하기 위한 PT의 역할도 함께 확대되었다. 이외에도 노령인구의 증가, 의약품 공급망에 로봇기술의 응용, 약사법규의 변화, 여성약사 증가에 따라 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하는 추세는 약국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이에, 영국정부는 (1) The underlying workforce research and statistics, (2) Workforce planning methodology, (3) Model-building for both supply and demand sides, (4) Forecasting techniques, (5) The employer engagement process라는 5가지 분야를 선정하여 약업환경 변화에 대처할 계획은 물론, 약국종사자의 원활한 수급과 경력관리를 위한 정책제도를 수립하였다. 이어, 지역약국, 병원약국, 1차진료소약국(Primary care pharmacy), 산업약학(Industrial pharmacy), 교육연구약학(Academic pharmacy) 등 5개 분야에서 미래 약무서비스 수요∙공급에 대한 총체적 대응방안을 완성하였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PT는 병원내 모든 약무나 약제 서비스 활동에서 의무적으로 약사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특히 지역약국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Healthy Living 약국’으로 변모하면서 약사가 지역사회 환자를 돌보는 일에 PT의 보조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따라서 PT의 역량강화와 질적관리가 환자안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PT의 역할과 책임사항을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2001년부터 영국약사회(Royal Pharmaceutical Society of Great Britain, RPSGB)는 PT 등록제 시행을 권고하였고, 2005년부터는 자발적 등록제가 시작되었으며, 2011년부터는 영국내 모든 PT가 GPhC에 등록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미등록자는 더 이상 약업현장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었다. 

교육, 자격, 등록제도

GPhC가 제시한 PT의 교육과정은 최소 Level 3 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 또는 Level 6 Scottish Qualifications and Credit Framework에 적합하게 디자인되었는데, 여기에는 (1) Person-centered care, (2) Professionalism, (3) Professional knowledge and skills, (4) Collaboration, (5) All domains and learning outcomes have equal importance 등이 골자이다. 또한, Level 3 NVQ Diploma와 Level 3 Diploma in Pharmaceutical Science를 교육받아야 하는데, 크게 Pharmacy Service Skill과 Pharmaceutical Science라는 두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교육과 훈련체계는 약무현장에 근무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직업교육을 받으므로 지식기반과 역량기반 교육이라는 두가지 목표가 동시에 달성된다. 또한 영국 안에서 훈련받는 경우와, 영국 밖 유럽경제구역에서 훈련받는 경우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직업교육대학 또는 보건서비스센터가 교육과정을 직접 제공하되 원격학습도 가능하다. 

입학조건은 영국연방고등학교평가시험(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GCSE)의 주요 4과목 성적이 모두 C학점 이상이고, 고용된 후 2년 이상 연속적으로 약국업무를 경험하되, 1주일에 14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증명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약국경험은 1년간 최소 315시간 이상이면서 2년간 병가, 출산휴가, 휴가를 제외하고도 누적 1,26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GPhC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한 뒤, 현장경력시간을 모두 충족하면 정식 PT로 등록할 수 있다. 이때 교육과정은 지식과 역량기반교육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에서 제공한 것만 인정받는데, ‘역량기반교육기준’이란 영국 국가직업표준(National Occupational Standards, NOS)을 기반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공인학업과정을 종료하면 5년안에 등록을 신청하거나, 마지막 과목을 이수한 뒤 2년안에 신청해야 하는데 이중 더 빠른 경우가 적용된다. 

자격재인증(Revalidation)은 PT의 지식과 기술이 최신상태임을 입증하는 강제 의무사항이므로, 평소의 연수교육내용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얼마나 유익한 지 입증하는 자료를 GPhC에 매년 제출해야 한다. APTUK가 제시한 PT의 4가지 기본역량으로는 (1) Patient and Pharmaceutical Care, (2) Professional Practice, (3) Personal Practice, (4) Management and Organization 등인데, 각 항목을 학습하고 수행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가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는 ‘평생학습자’가 되어야 한다[그림 1].

그림 1. Association of Pharmacy Technicians UK (출처: https://www.aptuk.org/)

법적지위와 업무범위

PT는 병원, 약국, 1차진료센터, 정신건강센터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의약품을 환자를 위해 준비, 분배, 공급하는 약무팀(약사, 약무조무사, 약무보조원 등)의 구성원으로서 행위의 결과를 책임져야한다. GPhC는 모든 유형의 약무종사자의 역할수행기준을 제시했는데, 그 중 PT는 (1)환자중심, (2)상호존중과 교류, (3)효과적 의사소통기술, (4)전문역량의 유지, 발전, 활용, (5)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6)전문가적 판단, (7)전문가적 행동, (8)상호존중 및 개인정보보호, (9)잘못된 이슈나 상황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 행동, (10)리더십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즉, PT란 GPhC에 등록된 자이므로 GPhC가 설정한 의무기준을 충족하고 유지할 때 권리와 자격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영국정부가 인정한 약무팀(Pharmacy team)의 구성원에는 약사 외에도 약무조무사(Pharmacy Technician, PT)와 약무보조원(Pharmacy Assistant, PA 또는 Dispensing Assistants, DA, 또는 Dispensing Technicians, DT) 및 약국내 의약품 카운터 보조자(Medicines Counter Assistant, MCA)가 포함된다. 약무조무사와 약무보조원은 약국보조인력(Pharmacy Support Staff)으로서 약사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면서 소비자에게 일반의약품(BTC를 제외한 OTC만)을 판매하고, 처방전 접수, 조제약에 대한 라벨링과 포장, 컴퓨터를 이용한 의약품 주문업무 등을 수행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간단한 건강관련 문제의 해결방안은 조언할 수 있지만 난해한 문제를 가진 경우이면 당연히 약사에게 인계해야한다. PT의 역할은 법으로 통제되지만, 최근에는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이다. 병원과 약국 PT는 공통적으로 의약품의 주문, 조제약품의 공급∙준비∙관리 및 다른 보건의료전문인과 의약품 공급에 대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고, 정확한 처방전 정보 입력, 보건의료전문인과 협업하여 고객불만 응대 등 다양한 기술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약사를 효율적, 효과적으로 보좌한다. 또한 조제의약품 검수를 책임지는 이른바 Accuracy Checking Pharmacy Technician 역할도 수행하는데, 세부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병원 PT는 환자약력의 수집∙검토, 정신과 병동같은 특수환경에서는 적절한 치료약물에 대한 대안 제시, 원재료로부터 무균 및 무균제품이 아닌 물질 또는 의약품 제조, 화학요법제 제조, 보건전문가 및 일반인에게 의약품 정보제공, 병동의약품 관리, 주니어 스태프 및 연수생에 대한 교육, 감독, 평가, 원내제조 의약품의 품질관리,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분배 및 배치 등에 관여한다.

약국 PT는 처방전의 접수-라벨링-분배, 의약품의 분량 및 용량 계산, 환자에게 기본적 약물사용법에 대한 정보제공 및 조언, 일반대중에게 일반의약품 및 사소한 질병관리에 대한 자문,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의약품이나 기타 품목의 판매, 단순희석이 필요한 기초연고제나 혼합물의 제조, 재고관리, 컴퓨터를 활용한 환자처방전과 프로필 관리, 주니어 스태프 및 연수생에 대한 교육∙감독∙평가를 수행하며,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한편, 교도소나 군대에 종사하는 PT는 전술한 병원이나 약국 PT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1차 진료소에 종사하는 PT는 진료실에서 General Practitioner (GP)의 감독하에 일부 처방감사업무도 수행한다. 2017년에는 영국 약무보조원 472명에게 설문했더니 기술적, 임상적, 교육 및 관리운영 측면에서 자신들의 업무가 30여가지라고 응답하였다.

인력수급 및 급여현황

영국을 포함한 유럽 대학의 학부과정은 3년제로 바뀌었고, 영국의 약대는 실습과정중심의 5학년까지 마치면 석사학위를 수여한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도제식 실무중심교육이 강조되었는데, 이러한 관습과 제도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영연방국가나 싱가폴 등의 약사 및 약무조무사 제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지난 수십 년간 영국의 약업현장에서 PT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었고 약사가 환자중심 활동에 집중하는데 기여했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는 47,000명의 약사와 21,361명의 PT, 10만명 이상의 약국보조인력이 활동 중이다. 면허나 자격취득을 위한 교육에 소요되는 최소 기간은 약사가 5년, PT가 2년, 약국지원인력(Pharmacy support workforce)는 1년 정도이다. 

GPhC발표에 따르면, 영국 PT 연령의 중간값은 41.4세이며 여성(41.9세)이 남성(36.4세)보다 높다. 연령분포는 40대가 31.6%, 30대가 28.7%이고, 성별은 90.2%가 여성이며 잉글랜드보다 스코틀랜드나 웨일즈 지역에 남성등록자가 더 많다(14.7%). PT의 평균급여는 시간당 8.87파운드(13,000원)인데, 경력이나 근무지에 따라 7.35~10.82파운드(10,800~15,850원)이다. 이를 보너스와 수당을 포함한 연봉으로 환산하면 14,000~23,000파운드(2,100~3,400만원)이며 상위 10% PT의 임금은 26,000파운드(3,800만원)에 달한다.

앞서 설명한 외국 약무조무사의 자격이나 역할을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현재 약사의 업무와 중복되는 것처럼 보여 자칫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약사의 권리와 역할에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나 차이가 없다. 다만 약사가 일상적으로 해야하는 단순 반복적 작업과 위임이 가능한 업무라면 과감히 보조인력에게 이양하되 사고발생 예방을 위하여 엄격한 자격인증제도를 병행함으로써 이미 도래 중인 Digital Transformation에 바탕을 둔 Smart Healthcare 혁명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캐나다와 영국의 약사는 기회비용을 줄이고 임상적으로 환자의 돌봄과 고도로 전문화된 약료서비스의 개발과 제공에 집중하면서 인공지능이나 기계화로 인한 약사의 위상 추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우리 약업계의 관점이 변화되면 어떨까? 

혁신은 현실안주와 고정관념의 탈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의 노동자로부터 유래했다는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과 같은 불안에서 유래한 저항감은 오늘날 우리의 주변과 내면에서 여전히 발견된다. 가솔린 자동차의 최초 발명국인 영국이 마차 옹호자를 위하여 적기조례(Red Flag Act)를 발표하는 등 자동차 혁명에 주저했던 결과, 영국은 자동차 종주국의 지위를 독일에 내주었고, 그때 이후로 현재까지 세계 자동차공업은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곱씹어 보며 혁신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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