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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우리나라 약처방의 독특한 점들 2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6-05-09 13:27     최종수정 2016-05-09 13:3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신재규교수▲ 신재규교수
우리나라 약처방의 독특한 점들 2

 

 

어머니께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드시고 계신 모양이다.  만성 축농증기가 있다고 이비인후과 의사가 일주일전에 항생제를 처방해서 3일간 복용을 했고, 지금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약을 드시고 계신다고 한다.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 60 mg 하루 세 번

레보세티리진(levocetirizine) 5 mg 하루 한 번

아세틸시스테인(acetylcysteine) 200 mg 하루 두 번

나조넥스나살스프레이 (Nasonex nasal spray; 성분명: mometasone) 하루 한 번

 

어머니께서는 의사가 이 약들을 7일간 복용하고 다시 보자고 했다고 하신다.  우리나라 감기약 처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복 처방은 없지만, 위의 처방은 미국의 것과 비교했을때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하다. 

 

먼저 항생제의 사용이 독특하다.  어머니께서는 항생제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지 않았지만, 재진 방문에서 의사가 좋아졌다고 하면서 3일간 복용해온 항생제를 중단했다고 하신다.  항생제는 시작한 후 증상이 호전되었더라도 권장되는 기간동안 계속 복용해야 한다.  그 이유는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권장되는 기간을 마치기 전에 항생제를 중단하게 되면 완전하게 치료되지 않을 수 있고, 남아있는 균들이 사용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은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권장하는 기간 끝까지 사용해야 한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성인 축농증 치료지침서에 의하면 항생제가 필요할 경우 5-10일간 사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따라서, 3일간의 항생제 복용은 권장기간보다 짧다.

 

둘째, 슈도에페드린은 필요할때만 복용해도 되는 약인데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슈도에페드린은 콧속의 혈관을 수축시켜 콧물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다.  , 이 약은 축농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염증반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축농증에 의해 발생한 콧물이라는 증상을 줄여 줄 뿐이다.  따라서, 콧물 증상이 있을 때만 복용해도 된다.  어머니께서는 콧물 증상이 없기 때문에 슈도에페드린을 매일 하루 세 번 드실 필요가 없다.  이렇듯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되는 약을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하도록 처방하는 것은 우리나라 약 처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독특한 점 중 하나다.  그런데, 모든 약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약을 쓰게 되면 필요없는 약에 노출되게 되어 이익을 얻기 보다는 부작용의 위험이 더 크다. 

 

세째, 레보세티리진을 사용하는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레보세티리진은 항히스타민제로 재채기, 콧물 등의 증상을 줄여준다.  이 경우 역시 증상이 있을 때만 복용해도 된다.  하지만, 알러지성 축농증의 경우에는 알러지를 일으키는 물질이 축농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물질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에는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어머니께서 알러지성 축농증에 대해 모르시는 것으로 보아 병원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들으신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잘 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약의 사용이다.  아세틸시스테인은 우리나라에서 축농증의 치료에 허가받았다.  의학관련 문헌 검색 사이트인 미국 정부의 PubMed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2016 11일 현재 이 약을 이용하여 면역결핍환자들과 급성 축농증이 재발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수의 임상시험 연구만이 있었을 뿐이다. 어머니는 면역결핍환자도 아니고 급성 축농증이 재발한 것도 아니다. 이 약이 축농증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이론 중 하나는 세균들이 만들어 놓은 막 (biofilm) 때문에 항생제가 세균에 접근하지 못하여 만성 축농증이 될 수 있는데, 아세틸시스테인은 이 막을 부숴서 항생제 효과가 나타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항생제를 계속 사용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이론일 뿐이지 아직 그 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임상에서 사용할 시험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약들이 처방되는 것은 우리나라 처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독특한 점이다.

 

결국 위의 처방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이 필요한 약은 축농증의 염증반응을 줄여 주는 나조넥스나살스프레이 하나뿐이다.  슈도에페드린과 레보세티리진은 증상이 나타나면 그 때만 써도 되는 약이고, 아세틸시스테인은 사용할 근거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여러 처방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의 약처방에 개선할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이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약의 사용을 위해 임상시험 근거가 충분한, 반드시 필요한 약만 사용하도록 의사와 약사의 교육을 강화하고 처방과 조제 제도를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약력>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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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추천 반대 신고

실제 자주접하던 처방스타일이라서 유익하고 재미도 있네요!
이런거 가끔 연재해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9.03 19:37)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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