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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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헷갈리는 인슐린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6-11-10 14:36     최종수정 2016-11-10 14:5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주 클리닉에 67세의 히스패닉계 여성 당뇨병 환자가 아들과 함께 내원하였다.  환자의 주치의 (primary care provider)는 병원내 차트 시스템의 협진 요청서 (referral request)를 통해 나에게  환자의 인슐린 조절과 약물 치료 최적화 (medical therapy management; MTM)를 요청하였다.  환자는 당뇨병외에도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환자는 영어를 할 줄 몰랐지만 아들이 통역을 해 주었다. 

만나기 전에 환자의 차트를 읽어보니 가장 최근 당화혈색소 A1c 수치가 12.5%로 목표치인 7-7.5%보다 매우 높았다.  또, 신장기능도 약간 저하되어 있었다 (eGFR = 50 ml/min/1.73m2).  뿐만 아니라, 클리닉에서 측정한 혈압도 목표치인 <140/90 mmHg보다 높은 150-160/90-100 mmHg였다.   차트에 의하면 주치의는 환자가 만성질환의 치료에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다 영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약에 대해 혼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여러 만성질환 때문에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노인 환자들은 질병과 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의 약물 치료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가 집에서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집에서 복용하고 있는 약을 정확히 알아내서 병원내 차트에 반영하는 작업을 영어로는 medication reconciliation이라고 부르고 이는 모든 MTM의 기본이 된다 (reconciliation을 직역하면 “화해”니까 환자가 집에서 복용하는 약들과 병원내 차트에 적혀있는 약들을 서로 “화해”시키는 작업이라고 보면 되겠다).

Medication reconciliation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가 집에서 복용하고 있는 약들의 약병을 직접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그만 약병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고 한다.  또,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 취침전에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와 숫자가 반복해서 물어볼 때마다 달랐다.  따라서,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해 환자가 말하는 것을 100%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2주 뒤에 다시 방문할 때 꼭 약병을 가져오시라고 부탁하였다.

차트에 따르면 환자는 인슐린 글라진 펜 (insulin glargine; Lantus SoloStar Pen) 25 units를 취침전에 한 번, 그리고 아스파트 펜 (insulin aspart; Novolog Flexpen) 10 units을 아침과 점심 먹기 전에 한 번씩 주사하도록 주치의로부터 지시받았다.  환자의 기억력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구글 이미지 (Google image)를 이용하여 인슐린 글라진 펜과 아스파트 펜을 보여주며 각각을 집에서 어떻게 복용하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환자는 아침과 점심 먹기전에 글라진 펜을 10 units씩, 취침전에는 아스파트 펜을 25 units씩 주사하고 있었다.  인슐린의 종류에 대해 혼동을 한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당 (glucose)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음식물 섭취를 통하거나 간에 의해 만들어진 당은 혈액을 통해 몸의 구석구석에 있는 세포로 운반되고, 인슐린은 이 혈액속의 당이 세포속으로 잘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져도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음식을 먹을 때다.  이 때, 음식물 속의 탄수화물 때문에 갑자기 혈당이 증가하게 된다.  이를 사용하고자 많은 양의 인슐린이 분비된다.  다시 말하면, 음식을 섭취할 때마다 갑자기 들어온 많은 당을 세포들이 사용하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이 한꺼번에 분비되는 것이다.  이를 bolus insulin (bolus는 한꺼번에 분비되거나 투여한다는 뜻이다)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지 않을 때이다.  예를 들어, 밤에 잠을 잘 때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잠을 자는 긴 시간 동안에도 우리 몸의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간은 당을 만들고 혈액으로 내보내는데 이를 세포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음식을 섭취할 때와 비교해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동안 간에서 만드는 당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인슐린의 양은 훨씬 적다.  이를 기저 인슐린 (basal insulin)이라고 부른다.  적은 양의 기저 인슐린은 하루 종일 계속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 보통 이와같은 인슐린의 생리적인 분비 방식을 따르도록 인슐린의 종류와 주사횟수를 선택한다.  따라서, 식사전에 bolus insulin을, 취침전에는 기저 인슐린을 주사한다.  여러 인슐린 상품 종류 중 bolus insulin으로 사용되는 것은 insulin regular, 아스파트 (aspart), 리스프로 (lispro) 등이 있고,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되는 것은 insulin glargine, detemir, degludac 등이 있다.  Bolus insulin 용으로 사용되는 인슐린 상품들은 효과가 15분에서 30분내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대고 작용시간이 2-4시간으로 짧은 반면,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되는 상품은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주사후 1시간반정도로 느린 대신 작용시간이 24시간 정도로 길다.  또,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되는 상품은 bolus insulin과는 달리 혈중 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음식물 섭취 후 크게 증가하는 혈당을 낮추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반면, bolus insulin은 인슐린의 혈중 농도가 높게 올라가므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을 때 주사하게 되면 저혈당을 일으키기 쉽다.

환자가 가져온 혈당측정계에 저장된 혈당치를 보니 다행히 저혈당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기저 인슐린 용으로 사용하는 인슐린 글라진을 bolus insulin으로, bolus insulin 용으로 사용하는 인슐린 아스파트를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혈당이 200-450 mg/dL으로 매우 높았다.  환자가 인슐린의 종류를 혼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슐린의 용량이 적절한 지 알 수 없었지만, 혈당치와 당화혈색소 수치로 미루어 볼 때 저혈당의 위험이 높아 보이지 않아 기존에 의사가 지시한 대로 인슐린을 주사하도록 권고했다.  또, 인슐린의 종류를 혼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인슐린 글라진 펜과 아스파트 펜의 사진을 넣고 스페인어로 각각 얼마를 언제 주사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복약지도서를 만들어서 환자에게 읽어보도록 한 다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확인하였다.  환자의 높은 혈당과 당화혈색소, 그리고 질병과 약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미루어 볼 때 자주 여러 번 follow up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주 뒤에 약병과 함께 혈당측정기도 함께 가져오도록 하였다.

<필자 신재규교슈 프로필>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
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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