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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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국 약대가 통6년제가 아닌 이유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6-12-14 15:43     최종수정 2016-12-14 16:0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이어 약학대학도 전문대학원제에서 통6년제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는 모양이다미국의 약대는 대부분 4년제이지만, 그 전에 2-3년간 약대입학에 필요한 과목들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총 6-7년이 걸린다상위권 약대인, 내가 근무하고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약대의 경우, 90%이상의 입학생들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사가 되기 위해 8년의 공부과정을 거친다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한 학생들을 뽑아 예과와 본과를 거치는 통6년제의 교육과정을 통해 약사를 양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약대가2+4년제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학생
우리나라에 있을 때 내가 약대를 선택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대학 원서 지원 마감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어머니와함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주관하는 진학 상담에참석했다그런데, 난 지옥같은 고3생활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의 모의고사 점수를 바탕으로 서울대에서 합격이 확실한 곳에 가고 싶었다동물을 좋아해서 수의과가 어떻냐고 어쭸더니 담임선생님은 내 점수가 거기 가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말리셨다그 대신, 약대는 어떠냐면서 당시 각광받고 있던 생명공학도 배울 수 있는 과라고 추천하셨다그래서, 부끄럽지만 난 약대에 가면 약사가 된다는 것도 모르면서 약대에 입학하게 되었다입학해 보니 약사가 되기 위해 들어온 동기들도 있는 한편, 2지망으로 들어오거나 나처럼 점수에 맞춰 들어온 동기들도 있었다이들 중에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해서 다음 해에 자기가 가고 싶은 과로 간 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하고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 다른 경험을 한 다음 생각이 달라져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한다그래서, 미국의 대부분의 대학교는 학부에 입학하고 2년이 지난 뒤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따라서, 2+4년제는 이런 제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년여의 준비기간 동안 자원봉사 등을 통해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해봄으로써 약사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 본 다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약대에서도 병원이나 약국경험을 한 지원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약대 지원자들이 약국 테크니션 (pharmacy technician) 등 약국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UCSF는 약국 경험을 입학사정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입시에 바쁜 고등학교 생활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진로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2+4년제는 학생의 입장을 좀더 고려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사같은 건강을 다루는 전문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좋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공부만 잘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다시 말해서 좋은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경험이 필요한데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한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성숙도 (maturity)가 떨어질 수 있다.


2. 전문직업학교 (professional school)


미국의 대학원 (graduate school) 과정은 크게 둘로 나뉜다하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대학원으로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석사 (Master)나 박사학위(Doctor of Philosophy; Ph.D.)를 받는다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ability for independent research)을 길러 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므로 연구자의 길을 자신의 진로 (career)로 결정한 학생들이 학부를 마치고 연구 중심 대학원으로 진학한다.또 다른 대학원의 종류인 전문직업학교에는 자신의 진로를 변호사,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전문직업인으로 결정한 학생들이 진학한다따라서, 전문직업학교의 교육 목표는 전문직업인을 길러 내는 것이고, 이에 맞게 실습 위주로 교육과정이 짜여져 있다그리고, 이미 전문직업인이 된 선배들이 교실과 실습현장에서 직접 교육에 참여한다뿐만 아니라, 직업의식(professionalism)이 교육과정에서 강조된다전문직업학교를 졸업하면Doctorate 학위를 받는다. 예를 들어, 의대는 Doctor of Medicine (M.D.), 약대는 Doctor of Pharmacy를 수여한다.


위에서 보듯 전문직업학교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유일한 교육기관이므로 어떤 학생들을 선발하느냐가 그 전문직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그렇기 때문에 UCSF약대는 다양한 학부 전공과 인생 경험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되도록 학생들을 선발한다그래서, 생물학과 화학이 교육과정을 따라 가는데 중요한 기초과학 과목이긴 하지만, 생물학이나 화학을 전공한 학생들만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대신 경영학, 컴퓨터공학, 심지어는 성악을 전공한 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가르쳐 보았던 학생 중 가장 뛰어난 학생은 그 성악을 전공한 학생이었다).  이런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학부에서 전공한 것과 약대에서 배운 것을 접목시키는 곳으로 진로를 결정한다예를 들어,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은 제약회사 마케팅 부서로 진출한다. ,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학생은 병원으로 진출하여 약국 정보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약국의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로 간다. 이렇게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게 되면 약사라는 직업 자체의 영역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 학부를 마치고 사회에서 몇 년동안 일을 하고 약대에 입학한 학생들도 많다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의 IT업체에서 관리자 (manager)로 일하다 온 학생도 있고, 임상시험관리 업무를 하다가 온 학생도 있으며, 고등학교에서 과학교사였던 학생도 있다그래서, 40대나 50대 학생들도 드물지 않다이런점에서 전문직업학교는 사람들에게 제2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나이가 든 학생은 암기능력이 젊은 학생들에 비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약사가 되고자 하는 동기가 보다 뚜렷하고 성숙하기 때문에, 성적보다는 배움 자체에 집중하고 임상에서 환자들과 좀 더 좋은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UCSF 약대 교육과정동안 리더로서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학부 전공과 인생 경험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되는 것은 학교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교육과정은 크게 겉으로 드러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학교 홈페이지에 명시된, 겉으로 드러난 교육과정은  각 학년마다 수강하는 과목들을 말하고, 히든 커리큘럼 (hidden curriculum)이라고 불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교육과정은 드러난 교육과정 외에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그런데, 드러난 교육과정은 학교간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차이점은 어떤 점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교육과정에 있다학생들끼리는 공부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므로 학교가 어떤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교육과정의 일부다따라서, 삶의 경험이 다양하고 성숙한 학생들이 많을수록 학교는 좀 더 좋은 교육과정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좀 더 탐색할 시간을 주고, 전문직업의 발전에 기여하며, 학생들에게 좀 더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약대는 2+4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앞서 기술했듯이 미국의 약대는 전문직업학교이기 때문에 졸업생에게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그리고, 약사가 되기 위해 약대에 입학했기 때문에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수는 매우 적다실제로 한 해 배출되는 UCSF 약대 졸업생 120여명 중 2-3명 만이 석사나 박사과정으로 진학한다그러면, 전문직업학교 제도하에서 미국의 약대 대학원은 어떻게 연구를 수행할까다시 UCSF약대의 예를 들어 본다.


UCSF약대는 연구능력의 지표인 미국 보건성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연구비를 미국 약대 중에서 가장 많이 받는다.  UCSF 대학원생들을 보면 생물학, 화학 등 다양한 과를 졸업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이는 대학원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학원 교수들도 마찬가지다예를 들어, UCSF Department of Pharmaceutical Chemistry 에 소속된 32명의 교수들 중 약학을 전공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대신, 이들은 화학, 수학, 물리화학 등을 전공했다.  이는 기초 연구 (basic science)를 수행하는 데에는 연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 약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물을 디자인하는computational chemistry 연구에서는 화학, 생물정보학 등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약물치료학 지식은 그렇지 않다.  , 전문직업학교 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학부 전공이 연구 대학원의 연구 업적에도 도움을 준다예를 들어, 약동력학에서 중요한 clearance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UCSF 약대 Dr. Leslie Benet은 화학공학을 공부하다가 약대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화학공학에서 배운 input/output의 개념을 약동력학에 적용해서clearance 개념을 만들었다고 한다.


전문직업학교제도하에서도 UCSF약대가 연구업적을 꾸준히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배경의 대학원생과 교수진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나라마다 문화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잘 운영되는 제도가 다른 나라에 도입되었을 때 잘 운영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나라의 성공요인을 일부 소개해 봄으로써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필자 신재규교슈 프로필>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
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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