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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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인슐린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편집부

기사입력 2020-10-05 10:15     최종수정 2020-10-05 10:3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Mr. G 는 59세의 남성으로 2형 당뇨병 환자이다.  그는 2주전 일차의료제공자로부터 인슐린을 처방받았는데 인슐린에 대한 환자 교육을 위해 오늘 내 클리닉을 방문했다.  클리닉 방침에 따라 그는 사용하고 있는 모든 약을 들고 왔다. 

“Mr. G, 복용하시는 약을 가져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약들이 현재 복용하고 계신 모든 약들인가요?”

“예.”

“여기 새로 처방받은 인슐린도 있군요.  그런데, 포장이 뜯기지 않은 것을 보니 아직 인슐린을 시작하지 않으신 것 같군요.”

“예, 아직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슐린이 정말 저에게 꼭 필요한가요?  저는 그동안 경구용 당뇨병 약도 여러 개를 꾸준히 복용해 와서 아무 증상을 느낄 수 없어서요.  그리고, 인슐린을 맞으면 약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 시작하기 싫습니다.” 

Mr. G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래로 지난 6년간 메트포민 (metformin), 글리피지드 (glipizide), 시타글립틴 (sitagliptin) 등 세 가지 경구용 당뇨병약을 최고 용량으로 복용해 왔다.  진단후 첫 5년간 그의 당뇨병은 그런대로 잘 조절되었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당뇨병 조절의 지표인 혈중 당화혈색소 (당화 헤모글로빈; hemoglobin A1c) 수치가 7-7.5%에서 9%대로 악화되었다.  식이조절을 더 강화하고 운동량도 늘렸지만 혈중 당화혈색소 수치가 줄어들지 않자 일차의료제공자가 인슐린을 처방한 것이다.

인슐린 (insulin; 영어로는 인설린으로 발음한다)은 췌장에서 만드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이 우리 몸의 세포안으로 잘 들어 가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즉, 혈액의 포도당이 세포안으로 잘 들어가면 혈액 속의 포도당의 양이 줄게 되므로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2형 당뇨병은 과체중, 복부비만 등으로 인해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여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인슐린이 혈액 속에 있더라도 세포들이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아 포도당이 세포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여 혈당이 높은 것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은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것이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면 췌장은 지치게 되고 결국 인슐린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2형 당뇨병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인슐린 주사를 필요로 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 증상이 처음 나타나서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을 때에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의 반이 이미 인슐린을 만들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세포의 반마저도 병이 진행함에 따라 향후 5-10년 사이에 과로로 인슐린을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들은 혈당을 낮춰 췌장이 빨리 지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들은 당뇨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의 당뇨병 치료에서의 주 역할은 인슐린이 필요하게 되는 시기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Mr. G.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행입니다만 혈중 당화혈색소 수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인슐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식이조절을 강화하고 운동량도 늘리며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세 종류를 최대 용량으로 복용하고 계셨음에도 혈중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2형 당뇨병이 진행함에 따라 몸에서 만들어 내는 인슐린의 양이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몸에서 필요한 인슐린의 양에 비해 만들어 내는 인슐린의 양이 너무 적어서 이제는 인슐린이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선생님이 약하거나 치료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얼마나 오랫동안 인슐린을 써야 하나요?”

“안타깝게도 평생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몸이 인슐린을 예전에 만들어 내던 양만큼 다시 만들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Mr. G는 실망한 모습이었다.
“제가 복용하고 있는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외에도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가 더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 약들을 추가하면 안 될까요?”

“인슐린을 평생 주사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당뇨병을 잘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혈중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을수록 신장질환, 실명, 신경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합병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중 당화혈색소 목표치가 있습니다.  이 목표치는 나이, 동반질환 등에 다른데 선생님의 경우에는 7%미만이 목표치입니다. 선생님은 이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세 종류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를 추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혈중 당화혈색소를 평균 약 0.5%정도만 더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또, 말씀드렸듯이, 몸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인슐린의 양이 많이 줄었고요.  따라서, 현재 인슐린이 선생님의 당뇨병을 조절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그래도 인슐린을 평생 주사하는 것은 좀 꺼려집니다.”

“네, 인슐린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에 비해 불편합니다. 하루에 여러 번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고 주사시간과 식사시간, 식사량을 맞춰야 하며 식사를 밖에서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인슐린을 가지고 다녀야 하니까요.  그리고,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들보다 저혈당의 위험도 더 높기 때문에 혈당도 좀 더 자주 측정해야 하고요.  하지만, 이런 불편함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혜택이 훨씬 더 큽니다 -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져서 투석을 해야 하는 것 보다 약간의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Mr. G는 인슐린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Mr. G, 다행히 처음부터 인슐린을 하루에 여러 번 투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차의료제공자 선생님이 처방했듯이 일단 하루 한 번 투여하는 인슐린부터 시작하고 혈당이 조절되는 정도에 따라 필요할 때 더 추가하면 됩니다.  그리고,  인슐린을 사용하는 법에 익숙해지게 되면 인슐린을 추가해야 하게 될 때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

“그래도 밖에서 식사하게 되면 인슐린을 가지고 나가야 하잖아요?”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인슐린은 자기 전에 투여하면 되므로 밖에 가지고 나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또, 식사시간과 주사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고요.”

“그러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겠군요.”

“네, 현재는 그렇게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후에 인슐린을 추가해야 하면 그 때에는 식사시간과 주사시간을 맞추어야 합니다. 또, 밖에서 식사할 때에도 인슐린을 가지고 나가야 하고요.  인슐린은 바이알 (vial)의 형태도 있지만 선생님이 처방받으신 것과 같은 펜 (pen)의 형태로도 나옵니다. 보시다시피 펜은 우리가 글쓸 때 쓰는 펜처럼 생긴데다 만년필보다 약간 크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 번거롭지 않습니다.”

“저는 저혈당이 좀 걱정됩니다.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는 동안에도 한 두어 번 저혈당을 겪었거든요.”

“예,  심한 저혈당은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슐린을 사용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요.  매일 혈당을 자주 측정하고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인슐린을 주사하기 전에 혈당이 낮으면 추가로 탄수화물을 더 섭취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혈당의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이와 같은 방법을 따른 경우, 인슐린을 사용하는 2형 당뇨병 환자의 약 0.5%에게서만 심한 저혈당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심한 저혈당의 위험은 높지 않습니다.”

“인슐린 주사는 많이 아플 것 같은데요.”

“인슐린은 정맥이 아닌 피하로 주사하고 주사 바늘이 아주 가늘기 때문에 아프지 않습니다.  저도 환자들에게 인슐린 주사방법을 보여주느라 그동안 인슐린 주사 바늘을 제 배에 여러 번 찔러 보았습니다.  그런데, 찌르는 느낌조차 거의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답니다. 또, 펜은 주사기보다 바늘이 더 가늘고요.  사실, 인슐린 주사보다 혈당 측정할 때 찌르는 것이 더 아픕니다.”

Mr. G는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안 아프다고 하니 다행이군요.  인슐린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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