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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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황진이(黃眞伊) <제9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1-25 09:24     최종수정 2017-01-25 09:2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진이가 마련한 집은 그림 같은 풍광이다. 자삼동 동쪽 선죽동 선죽교 이웃에 자리 잡았다. 행랑방이 두 개씩 붙은 솟을대문과 사랑채로 드나드는 샛문을 따로 갖추고 사랑채와 안채와 별채 사이에 담과 중문을 두었으며 사랑채 뒤쪽으론 대숲을 경계로 사당이 모셔졌다. 지체 높은 사대부 집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진이는 이곳에서 손님을 맞는다.


이사종(李士宗)과 계약결혼을 하여 여자노릇을 제대로 해보려는 속내다. 마음에 쏙 드는 사내이니 영혼까지 받쳐 사랑을 불태우려는 것이다. 화대를 받고 몸을 내줄 때는 돈값을 해주어야 하니 억지로 웃고 상대의 성정에 들도록 몸도 움직여 주어야 하지만 내 남자라고 생각한 상대엔 몸과 마음이 기쁨에 넘쳐 영혼까지 콧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다.

이사종과는 관아의 기생시절 풋사랑으로 예비꽃잠(첫날밤)이 있었다. 그때 진이는 이미 이사종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진이가 이사종에게 넋을 잃은 것은 헌헌장부이기도 하지만 소리에 반했기 때문이다.

이사종은 팔도에서 명실 공히 소리를 제일 잘하는 사내다. 몇 십 명이 그와 대결을 청하여도 당당히 응해주었으며 하루 종일도 쉬지 않고 소리를 할 수 있는 풍부한 레퍼토리도 갖고 있었다.

그 소리의 매력에 진이의 영혼이 빨려들었다. 그래서 관기시절 잠시 풋사랑을 나누었으나 못 다한 사랑을 불태우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풋사랑을 나누고 헤어질 때 사내는 책임 있는 몸으로 진이는 자유인이 되어 만나자고 약속하였다.

지금 진이는 그 약속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이사종은 선전관(宣傳官)이 되었고 진이는 자유인이 되었다. 계약결혼은 진이가 먼저 제의하였다. 이사종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즉시 승낙을 했을 것이다.

사실 이사종은 계획적으로 진이에게 접근하였다. 시·서·화 삼절(三絶)에 가무까지 능통한 진이에게 접근하여 사랑은 물론 기예(技藝)대결도 해보고 싶었던 욕망이 꿈틀댔던 것이다. 그런데 진이가 이사종이 천수원(天壽院)에서 유혹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그녀와 인연이 되어 풋사랑을 나눈 후 극적으로 5년 만에 해후하여 일부종사의 사랑을 하는 계약결혼에 들어갔다. “내가 당신을 서방으로 우리 집에서 3년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3년은 서방님 집에 가서 살도록 하렵니다...” 진이의 표정은 절대자에게 맹세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단호하면서도 어미 앞에서는 어리광스럽게 순진한 눈망울을 보이는 젖먹이 같이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묘한 여인의 얼굴이다.

방금 하늘에서 하강한 선인(仙人)의 모습 그대로였다. 화촉동방은 명월관에서 가장 뒤쪽인 선죽교가 빤히 보이는 별채에 차렸다. 이 방을 화촉동방으로 잡으며 아마 정몽주(鄭夢周:1331~1392)의 ≪단심가≫(丹心歌)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다. 이 시조는 이방원(李芳遠:1367~1422 후에 태종)이 ≪하여가≫(何如歌)를 부르며 정몽주를 회유했으나 ≪단심가≫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고려의 충신의 길을 걸었다. 정몽주는 그 후 선죽교에서 타살 당하였다.

진이는 그 선죽교를 바라보며 이사종에게 정조(貞操)를 지키리라 마음먹었을 것이다. 이사종은 진이와 풋사랑을 나눈 후 헤어져 한양으로 가 무과에 응시하여 전전관이 되었다. 3년간 전하의 침소 경호에 공로를 인정받아 외직인 풍덕군 군수로 부임하였다.

후원이 내려다보이는 별채엔 남녀의 뜨거운 호흡이 끊이지 않는다. 후원엔 봄꽃들이 만발하였다. 산철죽·모란·연산홍·자목련, 그리고 나무로는 매화·동백·복사꽃·살구꽃 등이 흐드러지게 되었다. 진이는 특히 연산홍과 매화꽃을 사랑하였다. 지금 진이는 이사종과 뜨거운 살을 섞으면서도 창문너머 후원의 꽃들을 연상하고 있다.

이사종의 뜨거운 호흡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진이의 두 팔이 이사종의 등을 끌어안고 그 가파른 흥분을 동시에 타고 올라갔다. “너무 보고 싶었소! 내 영혼은 항상 당신 곁에 있었소!” 진이는 이사종의 입술과 뺨에 두 눈과 입술을 맞추었다. 이사종은 급히 진이를 눕히고 속바지를 벗겼다. 진이는 스스로 저고리 고름과 가슴 띠를 풀었다.

봄날의 환한 햇살 속에서 뼈를 녹이는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은 알몸인 채 까슬까슬한 홑이불을 감고 아랫도리가 얼얼한 채 두 손을 꼭 잡고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내가 왜 풍덕군수가 된지 알겠소?” 이사종이 진이의 불두덩에 손을 얹으며 말하였다. “글쎄요! 사내대장부 속내를 어찌 계집이 짐작하겠어요? 더욱이 한양에 계신 서방님의 속내를 머나먼 송동의 진이가 어찌 상상이나 하겠어요!” 진이의 반응은 의외로 신통치 않았다. “나는 한양에 몸이 있으나 한시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소이다. 한양에 올라가 나는 장가를 들어 아들이 세 살이나 되었소...” 그만하세요. 진이는 이사종 개인을 원할 뿐 그 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6년 동안은 저만 사랑해 주세요. 3년은 저의 집에서 살고 3년은 한양 서방님 집에서 살고 저는 다시 송도로 내려옵니다...“ 이사종이 풍덕 관아로 들어가잔 말을 사전에 막기 위해 6년 후의 계획까지 말하여 버렸다.

사내들은 진이와 뜨거운 살을 섞고 난 후엔 예외 없이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한다. 이사종도 풍덕 관아로 들어오란 말을 할 것이 명약관화해서다. “저는 관아에서 통제하는 관기가 아니에요! 저는 서방님이 저를 다시 찾아오리라 믿고 자유인이 되었어요. 기적에서 나온 지 벌써 3년이 지났어요...” 진이가 아사종의 엉덩이를 다시 끌어 당겼다.

진이가 영업은 하지 않고 이사종에 빠져있자 옥섬이모가 몸이 달았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놔야 자신과 같은 꼴이 되지 않는데 사내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옥섬은 퇴기로 청교방거리 뒷방에서 장죽에 담배를 피우며 죽을 날만 기다리다 현학금과의 의동생 신분으로 진이를 만나 생기를 되찾아 살만한데 이 시간이 짧아질까 노심초사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이의 생각은 다르다.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고 가는고’ 그랬다. 진이도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유인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려한다.

외화내빈의 몸을 파는 기생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진이는 한양으로 가기 전에 송도팔경을 보려한다. 등하불명이라 했듯이 진이는 송도에 살면서 송도팔경 중 단 한곳도 보지 못하여 소리꾼 이사종을 데리고 구경에 나서는 것이다.

태상주를 마시며 천하의 절창 이사종의 노래를 들으며 송도 절경을 구경하면 진이는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적선(謫仙:인간 세상에 귀양 온 신선)이 되려는 욕망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딸을 돌보듯 자신을 보살피는 옥섬이모의 걱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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