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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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황진이(黃眞伊) <제10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2-01 09:36     최종수정 2017-02-02 09:5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송도팔경 구경 채비에 부산하다. 한양으로 올라가기 전에 팔경을 모두 보지는 못해도 몇몇 곳은 보고 가려는 속내다. 진이는 신이 났는데 옥섬은 시무룩하다. 며칠 전부터는 식사도 거를 때도 있다. 진이가 송도팔경을 구경하고 한양으로 올라가면 옥섬은 다시 퇴기신세로 돌아갈 우려 때문이다.

 

옥섬은 퇴기생활이 무섭다. 진이가 황진사 딸로 어느 사대부 집 며느리로 들어갔으면 오늘의 고대광실의 명월관에서 살기는커녕 구경도 못할 신세인데 후원을 오가며 행복을 누리는 삶이 깨질까 벌써부터 겁이 나서다.

진이는 옥섬이모의 심정을 익히 알고 있다. “이모 진이가 송도를 떠나 명월관을 없앨까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마음 놓으세요! 명월관은 이모 생전엔 진이가 주인으로 있을 거예요... 진이가 한양에 올라가더라도 이모가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 드리고 갈게요! 진이는 한양에서 3년만 살고 송도로 다시 옵니다!” “진이야, 내가 이 한 몸뚱이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낭랑(朗朗)18세란 것이 있단다! 이 바닥(기생의 세상)엔 낭랑18세 때 한몫 잡아야 퇴기 때 설움을 당하지 않아. 진이 너도 어느새 낭랑18세를 넘어가고 있어...” 옥섬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려와 진이 손등에 떨어졌다. “이모 걱정 말아요! 이 진이만 믿고 지금처럼 사세요.” 옥섬을 끌어안은 진이의 두 눈에서도 비 오듯 눈물이 쏟아졌다.

옥섬을 볼 때마다 진이는 십수 년째 생사를 모르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이때다. 팔경 구경 할 채비가 다 되었다는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사종은 옥섬의 눈엣가시다. 이사종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진이가 한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리란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사종은 옥섬의 눈에 되도록 띄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밥도 사랑채에서 혼자 먹고 후원에서 주로 낮 시간을 보낸다.

관아의 정무는 명월관에서 출근하여 처리해 되도록 진이와 낮 시간을 보내려 한다. 관아의 아전(衙前:관아의 말단 실무자)들은 제 세상이다. 상전이 정무만 간단히 처리하고 자리를 비우니 눈치 보지 않고 잇속을 차리고 관기(官妓)까지 희롱하면서 노는 재미에 날 새는 줄 모른다.

아침을 먹는 둥 시늉만 하고 이사종과 말에 올라 팔경 구경 길에 올랐다. 이사종도 옥섬의 따가운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서방님, 오늘은 우선 팔경을 모두 볼 수 없으니 서강풍설(西江風雪)과 장단석벽(長湍石壁)만 구경하시죠! 이 두 곳이 진이는 팔경 중 제일 마음을 사로잡아요. 팔경은 고려 대학자 이제현(李齊賢:1287~1367)이 《익제난고》에 최초로 나옵니다. 하지만 팔경은 중국의 북송(北宋)화가 송적(宋迪)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유래했어요! 이를 고려 말 개성의 아름다운 여덟 곳에 응용한 것이지요! 한문을 중국에서 들여다 우리 것으로 만들 듯 고사성어 등 각종 문물도 중국의 것을 모방한 것들이 많아요!” 진이의 표정이 상기되기까지 하였다.

소리꾼 이사종은 갑자기 진이의 진지한 표정에 엄숙한 자세를 취한다. “진이는 특히 《서강풍설》에 매료되었어요! 제가 곡을 붙였어요. ‘눈은 강변가의 지붕을 덮었고/ 바람은 포구가의 돛대를 흔들어 놓네/ 정자에 올라가 남창을 열고 보니/ 구름 낀 바다는 아득하기만 하네./ 은실 같은 생선회를 썰어 놓고/ 술 단지 기울여 한 잔 마시네./ 예성강 굽어보며 한 곡 부르니/ 하두강은 애간장 끊어지는 듯 아프리라.’ 이 얼마나 멋과 풍류가 있나요?” 진이의 거문고 반주에 명창 이사종의 노래가 서강풍설의 아름다움에 화룡점정 시켰다.

서강풍설을 구경한 뒤 말 채찍에 힘을 가해 장단석벽을 거쳐 그들은 서둘러 명월관으로 돌아왔다. 어젯밤에도 허리가 아프도록 욕정을 채웠으나 그 밤이 그리워졌다. 진이는 숱한 사내들의 욕정을 채워 주었으나 이사종은 자신이 좋아 계약결혼까지 한 사내이니 마음 놓고 육체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상대다.

더욱이 송도생활 3년은 모든 것을 자신이 대고 한양의 3년은 소실(小室)의 자리로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철저하게 계획된 생활을 하루하루 뜨겁게 보냈다. 그토록 뜨거운 세월은 세 번의 봄과 세 번의 가을을 향하여 이미 유수같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식지 않았다. “내일 한양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한양에 가면 3년은 송도에 올 수 없으니 장단석벽을 한 번 더 보고 떠나면 어떨까요?” 아침을 먹고 관아로 출근하려는 이사종에게 의사를 물었다. 풍덕군수는 엄연히 매일매일 정무가 있는 몸이다. “내 관아로 가서 잠시 정무를 보고 곧 돌아오리다...” 이사종은 말에 올라 바람처럼 사라졌다.

진이는 옥섬이모가 걸렸다. 명월관엔 옥섬이모 말고도 여러 식구가 있다. 한양으로 진이가 올라가면 명월관은 임금 없는 대전(大殿)같이 썰렁해져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퇴기생활을 했었던 옥섬이 더욱 노심초사한다.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진이가 이모가 3년 동안 편히 사실 수 있게 모든 준비를 해 두었으니 편히 계세요! 진이가 3년 후 가을에 정확히 송도로 돌아올 거예요! 이 아름다운 송도팔경을 두고 어디로 떠나겠어요...” 진이는 또 장단석벽에 거문고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구름은 산 높이 떠 있는데/ 공중에 눈썹 같은 절벽 열렸네./ 고기와 용은 굴 구비로 굴러가네./ 백리나 푸른빛이 감도네 그려./ 달은 파리한 물속에 잠겼는데/ 꽃은 비단처럼 곱게 쌓였네./ 화려한 배에서 술 마시고 풍악 치며/ 돌고 또 돌아 천 바퀴나 돌았네.’ 오늘따라 진이의 노래가 옥섬의 귀엔 장송곡(葬送曲)처럼 들렸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자 이사종이 돌아왔다. 점심도 거른 채다. 진이가 겸상을 하여 대낮이지만 태상주를 곁들였다. 얼큰하게 달아오른 그들은 송도의 마지막 밤이 되기도 전에 뜨겁게 엉켰다. 진이는 이사종의 움직임에 옥섬이 가르쳐 준대로 몸을 움직였다.

아직 몸은 달아오르지도 않았는데 선수를 쳤다. 숨을 몰아쉬고 콧구멍을 벌름벌름 대며 입을 벌리고 두 다리에 힘을 넣어 뻗기까지 하였다. 이사종이 의아해 하면서도 덩달아 몸을 움직여 주자 진이는 가식이 아닌 송도팔경을 보며 막연히 그리워하였던 신선세계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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