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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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황진이(黃眞伊) <제11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2-08 09:09     최종수정 2017-02-08 09:0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한양은 송도와 달랐다. 송도는 색향(色香)으로만 떠들썩하게 알려졌지 실속은 없어보였다. 진이는 번개처럼 시상(詩想)이 떠올랐다. ‘옛절은 쓸쓸히 어구 곁에 있고/ 해질 무렵 교목에 사람들 시름겹도다./ 연기와 놀은 쓸쓸히 스님의 꿈결을 휘감고/ 세월만 첩첩이 깨어진 탑머리에 어렸다./ 누런 봉황새 날아간 뒤 참새 날아들고/ 철죽 꽃 핀 곳에서 소와 양을 치는데/ 송도의 번화했던 날을 추억하니/ 어찌 지금처럼 봄이 가을 같을 줄 생각이나 했으랴...’ 《만월대를 생각하며》다.

 

한양은 생기가 있다. 고려를 역사의 뒷길로 밀어 붙이고 새 역사를 써가는 조선의 중추다. 경복궁 앞 육조(六曹)거리는 붐볐다. 진이는 옥인동 이사종 집으로 들어온 이후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육조거리를 살폈다. 그때마다 진이는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1345~1398)의 《진신도팔경시》(進新都八景詩)를 떠올렸다.

그리고 진이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877~943)의 29명의 부인도 동시에 상기시켰다. 경복궁의 위용과 육조거리의 질서 정연함과 활기찬 모습에 고려 초기 개성 모습이 동시에 떠올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나 에 혼란을 느꼈다.

진이는 조선에 태어났어도 고려 여인임을 자부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한양에 와 경복궁과 육조의 거리를 걸어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고려의 여인으로 자부함은 어느 남성에게도 예속되지 않으려는 태도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이사종의 소실(小室)로 한양에 와 있지 않은가! 이율배반의 자신의 행동에 전율을 느끼며 서둘러 옥인동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가을 해는 짧았다.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육조거리를 거쳐 청계천까지 둘러보고 집에 왔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매일 다니오?” 이사종의 볼멘소리다. “육조거리와 청계천과 피맛골을 둘러보느라 늦었네요! 미안해요. 서둘러 저녁준비를 하겠어요...” 진이의 옥인동 계약결혼 3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동안 진이는 새로운 세상을 많이 배웠다. 말로만 들었던 소실생활을 자청하여 들어왔다. 짐작은 했었으나 조강지처가 얼마나 당당한 자리이고 소실의 위치가 얼마나 굴욕적 자리인가를 몸소 생활해 보고 있는 것이다. 소실로 들어오란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는데 지금 진이가 이사종의 소실이 되었다는 소문이 한양에 퍼지면 세상 사람들이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수군댈 것이 뻔하다.

세상이치로만 보면 그것이 맞다. 소세양을 비롯한 송도의 거부와 신분은 낮으나 고대광실을 가진 의원이 소실자리를 제의 했을 때에는 콧방귀 뀌었는데 무관직 정삼품에 지나지 않는 선전관(宣傳官)의 소실자리에 들어간 천하의 진이를 비웃으며 빈정댈 것이 뻔하다.

한양 아낙네들의 수군대는 소리에 귀가 따갑다. “남녀관계란 알 수 없어. 천하의 송도 진이가 한양에까지 와서 이사종의 첩이 될 때에는 뭣이 있겠지? 아마 속궁합이 기가 막히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고관대작의 소실자리도 팽개치고 고작 선전관 소실로 들어갔을 때엔 무엇이 있어도 있어... 이사종이 천하제일의 소리꾼에 허우대야 어느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지! 아마 진이가 그 허우대에 빠졌을 거야...” 빨래터의 아낙들의 얘기가 딱 맞았다.

진이는 이사종의 사회적 지위나 재물에 팔려온 것이 아니라 옥골선풍에 달콤한 밤 자리도 빼 놓을 수도 없다. 화대를 받고 몸을 내줄 때에는 돈 값을 해주기 위해 인형처럼 움직여 주며 코맹맹이 소리도 적당히 내주어 사내의 기쁨을 안기는 기생이었으나 이사종과는 몸과 마음이 통하는 관계가 아닌가! 그런 관계를 빨래터의 아낙들이 알 리가 없다.

이사종과 진이의 관계는 하늘도 땅도 모르고 오직 당사자인 둘만이 알고 있는 잠자리 비밀이다. 진이의 계약결혼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소세양과 30일의 계양결혼이 그렇게 맺어졌다 헤어졌으며 이사종과의 관계도 역시 약속된 6년 후엔 도한 그렇게 미련 없이 진이는 송도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진이는 삼봉의 《한양찬가》인 《진신도팔경시》에 관심이 끌렸다. 송도엔 《송도팔경》이 있는데 그에 비교가 되어서다. 특히 진이는 《도성궁원》(都城宮苑)에 마음이 끌렸다. ‘성은 높아 천 길의 철옹이고/ 구름은 봉래오색을 둘렀구나./ 해마다 정원에는 앵화(鶯花:꾀꼬리 날고 꽃이 만발함) 가득하고/ 세세로 도성사람 놀며 즐기네.’ 송도와는 너무도 다른 풍광이다.

그렇게 진이의 한양생활에서 첩살이는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놀았다. 낮에는 부엌일에서 아이 가정교사 역할에 밤엔 이사종과 속궁합을 맞춰가며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육신은 고달프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달콤한 잠자리의 행복에 낮의 고단함이 묻혔다.

송도에서 진이와 한양에서의 진이는 공주와 무수리만큼이나 차이가 있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진이는 행복하다. 그토록 오매불망했던 이사종을 곁에서 볼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마음껏 품을 수 있다는 데에 욕망의 나래를 접었다. “후회하지 않소?” 이사종은 뜨겁게 살을 섞고 나면 꼭 묻는다. “왜 서방님은 후회 하세요?” 진이의 말이 떨어지면 그들은 다시 이합(二合)에 들어갔다.

일합(一合)으로 육체의 허기를 채우고 이합은 더 길고 느긋하게 밀고 당기며 사랑의 진수를 음미하려는 것이다. 진이는 이때마다 옥섬이모가 말해 준 잠자리 기술을 행동으로 옮겼다. “참으로 서방님은 참 잘생기셨어요! 진이의 눈엔 천하의 남정네 중 가장 헌헌장부예요.” 진이의 손이 이사종의 부리를 움켜쥐었다. 이합까지 즐긴 뿌리는 오뉴월 엿가락처럼 쳐졌다.

진이의 손이 닿자 번개를 맞은 듯 놀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진이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벌리어 이사종의 등을 끌어안았다. 이사종이 입을 커다랗게 벌려 백합처럼 흰 진이의 탱탱한 젖가슴을 잘 익은 사과를 개물 듯 깊게 물었다. 진이의 몸도 해일처럼 일어나며 출렁이기 시작하였다.

이사종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이의 방을 찾았다. 조강지처 정씨의 허가 받은 합방이다. 몇 시간의 양해지 밤새 허가는 아니다. 하지만 계약결혼 3년이 부득부득 대가오자 이사종은 조강지처의 눈치는 아랑곳 않고 진이 방에 들어오면 동창이 밝아올 때까지 송도 명월관에서 알몸뚱이로 사랑을 할 때를 연상케 하는 방사(房事)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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