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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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황진이(黃眞伊) <제15話>

기사입력 2017-03-08 09:10     최종수정 2017-03-08 09:1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보현사를 떠날 때 진이는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다시 한 번 관음전에서 빌었다. 팔도를 두루 다닐 발길이 보현사를 다시 찾을 길이 없을 것 같았다. 두류산(頭流山:지리산의 별칭)으로 가려는 발길이다.


두류산은 산 이름부터 진이와 예사롭지 않은 산이다. 신선들이 금강산으로 가려다 두류산이 너무 아름다워 그만 주저앉은 이들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아름답고 수려한 산에 명월리(明月里)가 있다.

진이는 어젯밤 꿈에 중국 진(晉)나라 죽림칠현들을 만났다. 고려의 강좌칠현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원조(元祖)격인 죽림칠현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들의 사창회(詞唱會)에 초청되어 고려의 청풍(淸風)을 뽐냈던 것이다.

죽림칠현들은 말로만 듣던 명월의 등장에 신선이 나타난 듯 황홀해 하며 깍듯한 칙사 대접을 해주었다. 진이는 칠현 중에도 혜강(嵇康)을 좋아하였다. 고려의 강좌칠현 중에 함순을 경모했듯이 그날 이후 진이는 수장(首長)격인 혜강을 마음속에 두었다. 진이는 두류산으로 들어가면서도 엊저녁의 죽림칠현과의 사창회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진이는 그들의 은둔생활이 이해되었다. 중국의 죽림칠현들을 꿈에서 본 이후 고려의 강좌칠현에 대해 궁금증이 더욱 폭발하였다. 죽림칠현이 현실정치에 혐오감을 느껴 출사하지 않고 술과 시로 세월을 낚듯이 고려의 강좌칠현 역시 무인정권(武人政權)에 대한 불신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진이도 기생이었던 시절 돈 뭉치를 들고 찾아와 자신을 첩(少室)으로 들어와 달라고 한 한량들이 수도 없이 많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하여 돌려보냈다. 영혼의 자유를 위해서다.

금지옥엽으로 커온 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대부 집에서 청혼이 들어오자 원래 신분인 서녀(庶女) 위치로 떨어져 사대부 집 소실로 들어가라고 권하자 그녀는 서슴없이 아버지 황진사와 절교를 선언하고 기생이 되었다. 진이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보현사를 떠나 두류산으로 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삶을 진이는 절정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금강산으로 가려던 신선들이 놀았던 산에서 자신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진이가 명월관을 퇴기 이모 옥섬에서 임대 등으로 호구지책을 해결하라고 맡기고 유랑 길에 오른 것도 자유로운 영혼을 위해서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은 사내들만 사람으로 대접하고 여자들은 성적 대상 정도로 취급되는 사회 풍조에 무언의 저항이다.

그래서 진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였다. 중국의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학문과 조선의 성리학, 《삼국지》(三國志) 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 사실 진이의 학문세계는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남명 조식, 하서 김인후 등에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 가 있다. 그래서 그녀를 거쳐 간 사대부와 한량들은 한결같이 성적 상대로 찾아왔다 떠나 갈 때는 경모의 대상으로 가슴에 묻었다.

오후 늦게 실상암(實相庵:일명 見性庵)에 도착하였다. 사람도 말도 지쳤다. 그들은 주지를 찾아 찾아온 연유를 말하자 주지는 선뜻 방 하나를 내주었다. 그리고 “남자는 나와 같이 자고 진이 아씨는 그 방에서 주무세요.” 주지스님의 진이 아씨란 말에 진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스님, 스님께서 어떻게 이 진이를 아시는지요?” 라고 다그쳐 물었다. “아- 예... 소승은 진이 아가씨를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사찰(寺刹)에선 합방을 금하고 있사오니 양해하시고 남자 분은 저와 하룻밤 지내시지요! 자세한 얘기는 다음 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진이는 밤새 뜬 눈으로 날을 샜다.

비몽사몽에도 강좌칠현에 대한 꿈을 꾸었다. 이인로의 《산거》(山居)를 중얼거렸다. ‘봄은 가도 꽃은 아직 있고/ 하늘은 갰지만 골짜기는 절로 어둑하네./ 소쩍새 한낮에 울고 있으니/ 비로써 깨달았노라. 깊은 골에 사는 줄은....’ 시 암송을 마치자 때마침 새벽 종소리에 진이가 화들짝 비몽사몽에서 깨어났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뻑뻑한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을 때 “소승 덕송(德松·가명)입니다. 진이 아가씨,  일어나셨는지요?”라고 주지스님이 아침 예불을 알렸다. 진이는 서둘러 일어났다. 어머니의 생사를 알 수 없어 보현사에서 극락왕생을 위한 기도를 했는데 실상암에 와서도 문득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예불을 마친 덕송 스님은 진이를 따로 불렀다. “아씨 차를 드시지요!” 잔잔한 미소에 호수같이 깊은 두 동공에 갑자기 검은 구름이 지나갔다. “소승을 몰라보시겠는지요? 아씨가 어릴 적 사랑채에 자주 드나들던 김구덕 입니다.” 김구덕 이란 말에 진이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저씨, 이런 꼴로 뵙게 돼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흡사 짐승 울음소리다.

김구덕은 진이 아버지 황진사와 죽마고우다. 젊었을 때는 황진사 집에 수시로 드나들며 진이를 며느리 삼자고 까지 했던 관계다. 김구덕은 황진사와 달리 과거에 등과하여 한양 중앙무대에 진출하였으나 정암과 정치노선이 달라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가장의 종적이 묘연해 지자 집안은 물론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오늘 이곳에서 진이와 극적으로 해후한 것이다. 관가에서 사방팔방으로 찾았으나 이곳까지 발길이 닿지 않았다. “아씨 하산을 하시더라도 소승을 봤단 말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진이는 정암과 생각이 달라 부자지간의 연을 끊은 이생의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진이와 이생은 말을 실상암에 맡기고 다시 길을 떠났다. 두류산은 깊고 넓다. 그들은 걷고 걸어 오후 늦게 지눌(知訥)스님이 불교계 개혁을 위한 결사체인 정혜사를 조직하여 운영해 온 상무주암(上無住庵)에 도착했다. 주지스님을 찾아 허기부터 해결하였다. 주지스님은 두 남자를 법당 뒤에서 잠시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단풍이 병풍처럼 둘러있어 더 할 수 없이 안락한 곳이다. 진이는 어제 밤을 뜬 눈으로 새 금방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비몽사몽에 가위에 눌린 듯 숨이 차고 아랫도리가 아파왔다. 산 속 해는 일찍 넘어가 어느새 방안은 어두웠다. 이생이 짐승이 되어 헐떡이고 있다. 바지만 내려진 채 이생이 욕심을 채우고 있는데 잠결이지만 진이도 감흥이 올라 엉덩이를 맞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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