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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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김금원(金錦園) <제4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12-06 09:36     최종수정 2017-12-13 10:3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동창으로 여명이 들어오자 원주댁은 김명원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네다섯 달만의 뜨거운 사내 가슴을 벗어나고 싶지 않으나 술국을 끓이려 억지로 일어났다. 어젯밤에 그토록 뜨거운 방사를 닭이 홰를 칠 때까지 즐겼는데도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젊은 여인에겐 역시 사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봉선화 꽃처럼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이다. “이제 그만 주무시고 일어나셔서 속풀이 국을 드세요!”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콩나물에 북어를 넣어 끓인 숙취 국을 머리맡에 놓았다.

사내는 원주댁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팔을 내밀어 끌어당겼다. 아직 어둠은 추녀 밑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사내는 다짜고짜로 원주댁 위로 올라갔다. 마침 원주댁은 뒷물을 하고 치맛바람이다. 사내는 거침없이 물건을 여음 깊숙이 넣었다. 새벽 옥경이 벌떡 일어나 있을 때 원주댁이 숙취 국을 끓여 가지고 들어왔던 것이다. 명원은 원주댁에게 아들을 바라고 있다. 한없이 총명한 금원과 경춘을 보고 ‘저 아이 같은 아들을 하나만 얻으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으나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이긴 했으나 비몽사몽 사이에서 호랑이 등에 앉아 금강산을 유람하다 원주댁이 숙취 국을 권하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났다. 그래서 그는 행여 사내를 얻을 수 있는 태몽인가 하고 원주댁을 끌어안았다.

원주댁도 싫지 않았다. 오늘 한양으로 올라가면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다. 어젯밤에 달아오른 정염이 아직 잔설(殘雪)처럼 남았다. 그들은 금방 자웅동가(雌雄同家:한꽃봉우리에 암술·수술이 있는 것)가 되었다. 어젯밤 보다 더 뜨거워졌다. “이번엔 꼭 금원이 같은 아들을 낳으소.” 폭풍우처럼 휘몰아친 방사를 끝낸 명원의 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뜬금없이...” “내 꿈이 하도 기이해서 한 말이오. 내 팔월 한가위에 꼭 다시 내려오리다.” 마침 원주댁은 배란기다.

만폭동 작은 암자에서 첫 밤을 지낸 금원은 다시 유람 길에 올랐다. 정양사로 발길을 옮겼다. 햇빛이 잘 드는 내금강 상마루에 자리 잡은 정양사에는 혈성루라는 누각이 있다. 이곳의 전망은 금강산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정평이 났다. 단발령이 금강산 밖에서 본 것이라면 혈성루는 내금강 깊숙이 들어와 금강산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위치다.

신이 만들어 놓은 듯 한 절묘한 아름다움에 금원은 아낌없는 찬사를 끝없이 토해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고집을 부려 오기를 참 잘했다고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다. 금원은 기기묘묘한 금강산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 시 한편을 떠 올렸다. ‘혈성루는 골짜기의 하늘을 누르고/ 산문을 들어가니 그림 같은 숲이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곳/ 연꽃 같은 수많은 봉우리에 그늘이 드리우네.’ 역시 《무제》다. 14세의 문학소녀는 뛰어난 통찰력과 신동적 시상이 떠올랐는데 시제(詩題)는 깜빡 잊고 시 쓰는 데만 열중한 듯하다.

한편 아들을 낳아달라던 명원은 먼동이 트자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아침은 드시고 가셔야지요?” 원주댁이 괴나리봇짐을 뺏어 안방에다 내동댕이친다. “ 이 무슨 짓이오?” 명원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소실집이라도 제 집에 들어오셨으면 집주인 뜻에 따르셔야 합니다.” 전에 없이 단호한 원주댁의 태도다.

명원은 원주댁의 전에 없었던 단호한 언행에 행동이 멈칫하였다. 괴나리봇짐을 둘러메고 바람처럼 떠나가려던 행동에 제동이 걸렸다. 사실 명원은 원주댁에 할 말이 없다.

소실이라고 차지해 놓고 제대로 해준 것이 없어서다. 물질적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적으로도 넉넉하게 시랑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과 원주 사이가 워낙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한번 내려와도 기껏해야 서너 밤을 자고 갔다. 그런 사이에도 금원과 경춘이 태어났다.

원주댁은 기어코 명원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지어 배불리 먹여 떠나보냈다. 명원이 떠난 집안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황량하였다. 늦둥이를 낳아 달라는 말도 생뚱맞지만 간밤에 용광로 같이 뜨거웠던 방사도 낯 뜨거워졌다.

원주댁은 거울 앞에 앉았다. 거울 속의 여인의 두 눈에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아들을 난들 무슨 영화를 보려고...” 화장을 하려던 분첩을 거울을 향해 힘껏 던졌다. 분첩은 거울 속의 여인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다.

원주댁은 두 손으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대문 옆 작은 정원엔 영산홍을 비롯 봄꽃들이 만개해 있고 울타리로 된 매화향이 바람을 타고 와 반긴다. 말없이 주인을 반기는 꽃을 보자 원주댁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난 밤에 정신을 잃은 듯이 남자를 탐한 것도 부끄럽고 늦둥이를 낳아달라는 서방의 말을 묵시적으로 동의 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딸만 내리 둘을 낳아 소실의 직분을 제대로 못해준 것이 갑자기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마음이 아프다.

꽃들은 말없이 주인의 사랑에 아랑곳 않고 때가 되면 피었다지고 졌다 간 다시 피지 않는가? 원주댁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던졌던 분첩을 다시 잡아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얼굴을 두드렸다. 팔월 한가위에 내려올 명원에 보일 얼굴이 더 늙어 보이지 않으려는 속내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늦둥이를 낳은들 서자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신분인 것에 원주댁은 걱정이 앞섰다. 딸인 금원과 경춘도 사랑으로 끝내고 출산은 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을 후회가 막급한데 사내로 태어나서 기가 죽어 있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안 낳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배란기가 걱정이다. 덜컥 임신이 되면 어떻게 하나 가슴이 뛰고 새벽녘에 불태웠던 정염이 새삼스럽게 후회가 되었다. 명원이 오뉴월 칡소 모양 날뛰었던 여음은 지금도 얼얼한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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