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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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김부용(金芙蓉) <제3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2-21 09:36     최종수정 2018-02-21 10:3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해가 홀골산에 걸리자 설매가 부산을 떨기 시작하였다. “부용아 아마 곧 연락이 오겠지! 너는 준비가 다 되었느냐?” “예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저는 목민관을 모실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요!” 부용이 벌써 다섯 번째 사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용을 거쳐 간 네 명의 목민관은 지천명(知天命·50)을 살짝 넘긴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마음만 앞서 배위에서 헐떡이다 제 풀에 지쳐 떨어지기가 일수다. 그런데 이번에 올 사또는 젊고 헌헌장부라 부용이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되었다. 젊은이 혈기왕성하여 밤새 오르내릴 것이 뻔하니 걱정도 되는 동시에 살짝 기대도 부풀었다. 여자가 되어보고 싶은 것이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깊어도 부용에게 연락이 없다. 수양모 설매가 대문을 들락날락 야단법석이다. 행여 부용 대신 어느 기생이 수청을 들까 걱정이 앞서서다. 부용도 은근히 속이 상했다. 성천에서 자신을 넘어 신임 목민관의 수청을 들 기생이 있다면 부용의 자존심이 일시에 꺾인 사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지고 새벽으로 접어들자 부용도 마음이 바빠졌다. 그렇다고 선화당(宣化堂)으로 달려갈 수는 없다. 예방(禮房) 아전이 아침에 와서 신임사또가 오늘 부임하여 오니 수청들 준비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화당에선 정작 아무런 전갈도 오지 않고 있다.

화초장(花草欌·부용의 집)은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게 꾸몄다. 대문 앞엔 청사초롱이 대낮 같이 밝혀졌고 정원의 작은 연못엔 금붕어들이 쌍쌍이 노닌다. 목민관이 선화당이 아닌 부용의 집으로 올 경우를 생각하고 내실을 화려하게 치장하였다.

원앙 한 쌍이 서로 마주보며 분위기를 띄웠다. ‘울타리 아래 노란 국화가 피어/ 먼 하늘까지 가을빛 한가지 일세/ 은하수가 기울어 북극성까지 닿고/ 달은 들추어내져 서쪽 다락에 걸렸네./ 돌아가는 기러기가 내 꿈을 흔들고 쓸쓸한 귀뚜라미가 나그네 시름을 자아내네./ 문장은 참으로 작은 솜씨이니/ 내 몸 돌보려는 계책이 치졸한 걸 늦게야 깨달았네.’ 《새벽에 일어나서》다.

여름이라도 성천의 새벽은 싸늘하다. 가을 날씨와 흡사하여 상념에 젖기에 알맞은 기온이다. 부용이 지금 그 상념에 젖어들었다. 앞서 네 명의 사또는 부용이 단골로 처녀 수청을 들었는데 이번의 목민관은 어떻게 생겨 먹었기에 성천 제일의 부용을 부르지 않고 어느 년과 뜨거운 살을 섞고 있을까에 까지 생각이 이르자 온 몸에 열이 뻗쳤다. “엄마 아직도 선화당에선 아무 소식도 없어요?” 라고 소리소리 치고 싶은 심정이다. 자존심이 발기발기 찢기는 기분이다.

그때다. “신임 사또 그 자식 고자 아냐? 성천 제일 부용을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수양모 설매가 대문 밖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들어온다. 부용도 울화가 치밀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다. “어머니 이리 들어오세요... 오늘 아니면 내일 소식이 오겠지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부용이 오히려 설매를 위로하였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편하냐? 기생 열아홉 살이면 노인 측에 드는 거야. 언제까지 네가 성천 제일 기녀 노릇을 할줄 아느냐? 올해만 지나면 기생 환갑이란 스무살이 되는 거야. 너도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오뉴월 장다리 크듯 그는 동기(童妓)들이 수두룩해... 내가 듣기론 네가 어릴 때 모습하고 똑같은 동기가 선화당에 있다는 거야...” 턱까지 치밀어 올라온 가쁜 숨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긴 장죽에 엽연초를 담으면서 설매가 기염을 토해냈다. ‘거울 속의 여윈 얼굴이/ 세상 밖의 사람 같아라./ 차가운 매화 그림자는/ 대쪽 같아라./ 사람을 만나도/ 인간세상 일을 말하지 말라./ 그래야 인간세상/ 탈없이 산단다.’ 《스스로 위로 하다》다. (시옮김 허경진)

그랬다. 부용은 일찍이 세상을 알았다. 오십이 넘은 노선비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금지옥엽으로 컸으나 너무 일찍 세상에 던져져 세파에 익숙해졌으리라... 하지만 부용도 여자다. 지금까지는 성천에 새로 목민관이 오면 으레 자신의 차지로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전례가 깨지는 것 같아 부용은 울화가 치밀었다.

온 몸에서 열이 펄펄 났다. 당장 선화당으로 마음이 달려가잔다. 새로 부임한 사또는 학식도 있는데다 장래가 촉망되는 사대부란 말을 들어 은근히 기다렸는데 정작 임지에 와선 깜깜무소식이다. 
 하지만 부용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재계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수청을 들란 소식을 기다렸다. “이 신임 사또 자식은 고자인가 아니면 아예 몽둥이가 없는 놈인가?” 설매는 날이 새면 대문을 들락날락하며 똥마려운 강아지 모양 안절부절 이다.

설매도 한때는 성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잘 나가는 명기였으나 이젠 퇴기로 부용의 뒷바라지를 하는 신세다. 부용이 어느새 이십 줄에 접어들자 설매는 걱정이 되었다. 부용이 한창일 때 한몫 잡아 노후를 준비해야 되는데 신임 사또가 부용을 부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용은 설매의 밥그릇이다. 밥그릇에 밥이 가득하고 화대로 금은보화와 옥비녀 등이 들어와야 되는데 신임 사또는 아예 부용을 부르지도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부용아! 내가 직접 선화당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어느 년이 수청을 들었나...” “어머니 그러지 마세요! 이 부용이 체면이 있지 제발 며칠 더 기다려 보세요...” 설매는 마지못해 부용이 옆에 앉으며 장죽에 엽연초를 다시 채운다.

담배 연기가 이무기 모양을 하더니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설매는 담배연기 용을 보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 부임한 목민관이 부용의 알뜰한 배려로 선정을 베풀어 한양으로 영전하는 상상을 했으리라... 설매가 부용이 잘되길 자신의 부귀영화 이상으로 염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신세가 안타까워서다.

설매도 한창 일 때는 사방팔방에서 오라고 하여 손사래로 자존심을 지키다 좋은 시절 다 놓치고 늘그막이 한심스러워 졌기 때문이다. 기생인생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설매다. 지금 부용의 아름다움도 비온 뒤에 화려하게 피어난 무지개 빛깔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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