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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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김부용(金芙蓉) <제5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3-07 09:36     최종수정 2018-03-07 09:5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연인 같은 남녀가 연당 앞을 거닐고 있다. 코스모스 등 가을꽃들이 퇴장하자 아침저녁으론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러기 가족들이 활모양으로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춥지 않느냐? 옷이 여전히 여름옷이 아니더냐? 내가 한 벌 해주마! 마침 내가 한양에서 중국 사신한테 선물로 받은 비단 한필을 필요할 때 쓰려고 가지고 온 것이 있느니라...” “아니옵니다. 소녀 열이 많아 옷을 가볍게 입는 버릇이 있사오니 걱정을 거두어 주시길 바라옵니다.” “아니다. 나도 사내인데 한번 한 말을 거두어들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 오늘 저녁에 나와 같이 있다 내일 아침 갈 때 가져가거라! 그리고 내일도 날씨가 좋으면 강선루로 산책을 가면 어떠하겠느냐? 네가 시간이 나겠느냐?” “예. 나으리 소녀야 나으리가 동행을 원해 주신다면 영광이옵니다. 소녀는 이곳에서 강선루가 그리 멀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면 비류 강가에 있는 사절정(四 絶亭)에 들려 세상 시름을 씻어 보내고 강선루에 올라가서는 돌덩이 같은 가슴을 활짝 열어 구름에 실어 보내곤 했었습니다.” “역시 시인다운 모습이구나!” “황공하옵니다. 소녀 초면에 나으리 앞에 버릇없이 굴어 죄송하옵니다.” “아니다. 구김살 없고 솔직한 네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곱구나...” 해가 저물어 그들은 숙소로 돌아왔다.

사또 숙소는 간단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성천의 명 시인을 이렇게 초라한 곳으로 모셔서 미안하이... 내 스승 연천 김이양(淵泉 金履陽)께서는 선비가 재물을 탐하면 인격을 높이지 못하고 세상 시름에 매몰되면 학문의 깊이를 이루지 못한다 하셨느니라. 내 비록 그 경지에 까진 이르지는 못한다 해도 그분의 높은 뜻을 존경이라도 하려 하느니라. 아 참! 내 깜빡 할 뻔 했구나! 연천 스승께서 부용당청우시(芙蓉堂聽雨詩)를 네가 지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맞느냐?” 부용은 너무도 뜻밖이라 잠시 어리둥절하여 사또를 쳐다볼 뿐이다.

침묵이 잠시 흐른 뒤에 사또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부용의 시를 낭송하였다. ‘옥구슬 일천섬을/ 유리반에 쏟아 붓는구나/ 알알이 동그란 모양이/ 물나라 신선이 빚은 환약일세. 《부용당에서 빗소리를 들으며》다.

“사또께선 그 시를 어찌 아시옵니까? 그 시는 몇 해 전에 황해감사께서 부용당에 납시었을 때 마침 그때 비가 쏟아져 소녀가 끼가 발동하여 지었습니다.” “그래 역시 네가 지은 것이 맞구나...” 사또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표정을 아낌없이 보였다.

부용은 헌헌장부 사또가 오늘 저녁은 폭풍우 같은 운우지락을 즐길 것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난 사또들이 짓밟은 옥문(玉門)도 이젠 정상이 되어 어느 사내도 감당할 상쾌한 상태다. 하지만 신임 사또 유관준은 밤이 깊어가고 옥로주(玉露酒)가 서너 병이 비어져도 잠자리에 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다못한 부용이 먼저 “나으리 이제 곧 동창이 밝아올 때입니다. 취침을 하셔야지요?”라고 합방(合邦)을 유도하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느냐? 네가 피곤한 모양이구나? 내일 강선루로 유람을 가려면 잠을 자야겠구나. 나는 술을 좀 더 마실 테니 잠자리가 불편하더라도 네가 먼저 자려무나...” 사또는 부용을 여자로 보지 않는 눈치다.

부용은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성천에서 뿐만이 아니라 한양까지 명기로 소문이 파다하여 물건 달린 사내들은 부용을 품으려고 혈안이 되었는데 이 사또는 썩은 나뭇등걸 보듯 하는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저고리와 치마를 손수 벗어 횃대에 걸고 속옷 바람으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불 밖으로 백합보다 더 흰 두 다리를 내어 놓고 엉덩이를 치켜 올려 세웠다. 사내를 유혹하는 여자의 자세다. 부용 스스로 사내가 아쉬운 것이다. 그 동안은 세 사또를 비롯하여 숱한 사내들이 욕심을 채우고 갔으나 그녀 자신은 고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용에게 사내가 필요하다 몸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내는 부용을 썩은 나뭇등걸로 보고 있는 상태다. ‘맑은 가을 달빛이/ 빈 다락에 가득 찼는데/ 취한 몸으로 조용히/ 조그만 배에 올랐네/ 차가운 강물 저 멀리로/ 한밤중에 무엇이 보이던가/ 가벼운 바람이 갈잎에 불어와/ 잠자던 갈매기를 깨우네“ 《강가의 밤은 고즈넉한데》다. (시옮김 허경진)

그랬다. 부용이 사또를 유혹해도 추호만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창밖의 부엉이 울음소리에 깜빡 들었던 잠을 깼을 때도 사또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부용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로 보였다. 하지만 사내는 끝내 부용의 이불로 들어오지 않았다.

날이 새고 동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왔다. 부용이 일부러 잠결인 냥 이불을 걷어차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속곳 바람의 여체를 드러냈다. 뭇 사내들이 주무르고 빨아 불룩 나온 앞가슴에 백합보다 더 희고 얼음장처럼 투명한 두 다리를 그대로 보였다.

사내는 마른 침을 삼키고 거문고를 켜기 시작하였다. 부용은 자는 척 하면서 헌헌장부 신임사또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네 놈이 그렇게 버텨봐야 결국 내 음부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고 말거야... 네 놈도 물건이 달려 있겠지!”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별렀으나 사내는 이불속으로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새벽닭 울음소리에 정신이 퍼뜩 드는지 켜던 거문고를 술상에 기대어 놓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엔 별들이 보석을 뿌려 놓은 듯이 반짝이고 있다. 이불 속의 여자를 방에다 두고 나와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들어가 폭풍우 같은 욕정을 채우고 싶으나 입술을 깨물고 참고 있는 것이다.

존경하는 스승 연천의 여자로 만들려는 속내다. 급한 마음에 운우지락을 즐기면 ×동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용은 이불 속에서 사내가 덤벼들면 온갖 체위로 뼈를 녹이는 즐거움을 주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이 비몽사몽에 수양모 설매가 나타나 “그렇게 기다리고만 있으면 어떻게 해. 잡아끌어서라도 합방을 해야지!”라고 다그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에는 혼자 덜렁 누워 있으며 술상 옆에는 거문고가 부용을 지키듯 외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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