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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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김부용(金芙蓉) <제15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5-16 09:36     최종수정 2018-05-16 11:4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북촌(北村) 본가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다. 연천의 맏손자 현근(賢根)이 순조의 부마(駙馬:임금 사위)로 간택 되어서다. 연천의 집안에 연이은 행운이다. “대감어른 감축 드립니다. 이제 대감 위엔 임금이 있을 뿐입니다.” 부용은 술잔에 감로주를 가득 따르며 연천을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나도 사내대장부로 태어났으면 너(연천)와 같은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고맙다! 이 같은 홍복이 다 네 덕이로다... 네가 나에게 오지 않았던들 이처럼 큰 홍복은 없었을 것이니라.” 부창부수다. 현재 누리고 있는 홍복이 서로 상대가 만들어 준 것이란 덕담이다.

연천은 부용에 대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부용 또한 연천의 보살핌으로 오늘날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터다. 부용은 다만 현재 누리고 있는 홍복이 어느 날 갑자기 아침 안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천이 이조판서 자리를 내어 놓고 나온 날부터 안색이 눈에 띄게 안 좋아 보여서다.

사실 연천은 벼슬자리를 내어 놓으니 긴장이 풀려 맥이 딱 떨어진 상태다. 입맛도 떨어지고 그렇게 좋아 보이던 부용이 마저 심드렁하게 보였다. 육조에 나가면 각조 판서들이 모두 친구나 후배들이여서 한가할 틈이 없다. 해가 떨어지면 서로 한잔 사겠다며 연천을 붙들었다.

연천이 술자리 초청 인사로 제일 순위로 꼽히는 것은 부용 때문이다. 잠자리가 주제다. 연천은 육조거리에서 부러움 대상 1호의 재미를 톡톡히 즐겼다. 산수(80)를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벼슬살이를 하고 있는데 대해 이구동성으로 축복과 박수를 받았다. 부용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원동력이다. 초당은 초당대로 연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연천이 퇴임 후 풀이 죽어있자 부용이 그동안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었던 끊긴 발길을 다시 불렀다.

초당은 다시 수창 열기로 가득하다. 역시 부용의 치맛바람이다. 부용이 오라하니 그 이튿날로 부나비처럼 사내들의 발길이 붐빈다. 연천의 표정도 한결 생기가 돌았다. “봉조하 대감 홍복이 하늘에 닿았소...” 뜸했던 발길이 다시 북적대자 연천의 표정이 밝아져 보이지만 한편으론 어두운 그림자가 언뜻언뜻 보였다.

시우들의 발길이 뜸해 부용을 몽땅 차지했었는데 다시 초당이 왁자지껄하게 되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초당마님에 대한 질투심이 발동하였다. “봉조하 대감, 농담을 좀 해도 괜찮겠소?” 점잖기로 육조거리에서 이름난 전 예조판서 최길준(崔吉俊·가명)이 연천과 부용을 번갈아 보며 말을 꺼냈다. “하하하... 좋다마다요. 우리 사이에 무슨 농담인들 못하겠소!” 연천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해 놓고 걱정이 앞섰다. 부용이 민망해 할까 봐서다.

최대감이 입을 열었다. 옥골선풍의 헌헌장부다. “어느 선비가 말을 타고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있는 냇가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때 스님과 동행하게 되어 선비가 스님에게 내 시 한 수 읊을 터이니 스님께서 수창해 주시게 하며 ‘시냇가에 홍합이 열려있네’ 하였더니 이때 스님도 거침없이 응수 하였다네. ‘말 위에 송이버섯이 발동하네.’ 했다네.” “하하하... 홍합과 송이버섯을 섞어 전골을 만들어 먹으면 천하의 일미가 되겠소이다.” 옆에 있던 전 형조판서 김덕태(金德太·가명) 대감의 박장대소다. 부용은 자신이 지금은 봉조하 대감의 소실로 초당마님 초당마님 하지만 기생 출신이란 인식이 깔려 있음을 느꼈다.

사내들이란 늙어도 제 버릇 못 고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부용은 가슴이 소녀시절로 돌아갔다. 하지만 분위기를 깰 수는 없다. 부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감 밖에 첫눈이 탐스럽게 내리고 있사옵니다.”라고 외쳤다.

이때 옆에서 묵묵히 있던 전 공조판서 강운우(姜雲雨·가명) 대감이 시 한 수를 읊었다. ‘눈 쌓인 남산을 곰이 달려간다.’ 라고 일필휘지로 썼으나 웅(熊)자에 그만 점 네 개를 빼고 능(能)자를 썼다. 강대감이 “운초께서 수창해 주시오” 하였다. 운초는 웅자를 능자로 썼음을 금방 알았다. “북촌사람이 돌아오니 크게 짖는다.”했다. 강대감이 웅자에 네 점을 빠뜨린 것을 알고 자신도 개견자(犬)에 점 하나를 빼고 대(大)자를 썼다.

이 때 박장대소를 하며 강대감이 일갈하였다. “내가 남산적설에 대해 북촌인귀까진 좋았는데 웅주주(熊走走)에 대폐폐(大吠吠)는 대(大)보다 견(犬)으로 고쳤어야...” 강대감은 부용이 의식적으로 틀리게 쓴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연천도 “강대감의 말이 옳은 듯 하이...”라고 거들었다.

이때다. 부용은 복사꽃 빛깔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대꾸를 하였다. “대감께서 곰에게 발 네 개를 달아 주신다며 소첩인들 개에게 귀하나 주는 것을 어찌 아끼겠나이까?” 좌중의 시우들은 부용의 말을 듣고 비로소 강대감이 웅자를 능자로 잘못 쓴 것과 부용이 견자를 의식적으로 대자로 틀리게 쓴 것을 알고 모두 운초의 천재적 시재(詩才)에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냈다. ‘외로운 꾀꼴새 울기를 그치고 실비는 비껴 내리는데 / 저녁노을이 창에 덮이자 푸른 비단이 따뜻해라. / 가는 봄 붙잡아 둘 계책이 전혀 없으니 / 꽃병에다 매화나 꽂아 두어야겠네.’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다. (시옮김 허경진)

그랬다. 자연의 변화와 흐름에 부용은 자신의 심정을 시로 표현했으리라... 아무리 호의호식이 좋아도 생리적인 목마름까지 비껴 갈 수는 없을 터다. 천둥 번개 치는 여름밤이다. 동토(凍土)를 뚫고 삼라만상이 산과 들에서 기지개를 켜는 봄이면 역시 고향 소꿉동무 문칠이가 눈앞을 가렸을 것이다.

연천을 비롯한 초당을 찾는 시우들은 하루가 다르게 허리가 더 구부러져 가고 부용의 몸은 더욱 난숙해지고 생리적 욕망도 강렬해 졌다. 초당의 수창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부용은 왠지 마음이 더 불안해갔다. 석양(夕陽)이 더 뜨겁다 하지 않았던가! 그 뜨거운 불이 꺼질까 부용은 밤마다 걱정이 태산이다. 벙어리 냉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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