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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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송덕봉(宋德峰) <제1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7-04 09:36     최종수정 2018-07-04 11:3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깜빡 낮잠을 잤다. 아무리 신간이 고단해도 덕봉이 낮잠을 자는 일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깜빡 낮잠을 잤다. 깜빡하는 사이에 꿈을 꿨다. 송덕봉(宋 德峰·자成仲·아명鍾介·1521~1578)이 서왕모(西王母)를 만나고 왔다. 시어머니 49제를 치운지 이제 이틀이 지난 후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최악의 상태다.

 

그런데 곤륜산(崑崙山)에 가서 서왕모를 만났다. 곤륜산 반도원에 가서 서왕모 안내로 삼천육백 그루의 복숭아를 일일이 먹어보고 왔다. 그 찰나 같은 시간이었지만 서왕모와 주목왕(朱穆王:BC1001~BC947 주나라 제5대왕)의 질펀한 사랑장면을 부러운 듯 보고 왔던 것이다. 그들은 마치 뱀처럼 꼬고 비틀고 뒤집어지고 자빠지는 등 갖가지 체위로 즐거움을 만끽하는 장면에 덕봉은 민망하여 고개를 돌렸으나 장면은 또렷이 남았다. 묘한 웃음이 나왔다.

또한 요지(瑤池)에서 매년 3월 3일에 수백 명의 미녀들이 참석하여 개최되는 반도성회(蟠桃盛會)까지 보고 온 것이다. 그 사랑 장면이 민망하여 고개를 돌렸으나 웃음도 절로 나왔다. 찰나의 순간에 보고 온 것에 비해 너무나 생생하게 뇌리에 새겨져 눈앞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흰 구름은 하늘에 떠 있고/ 산봉우리 드높이 솟았는데/ 그대 가시는 길은 아득하고/ 산과 내가 우리 사이를 떼어 놓았네 / 바라건대 그대 오래 사시니/ 다시 오실 수 있기를...’ 서왕모가 주목왕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면서 읊은 애틋한 시(詩)다. 이에 주목왕도 선뜻 수창(酬唱)하였다. ‘동쪽의 내 땅으로 돌아가/ 나라를 잘 다스리리/ 만백성이 잘 살게 되면 그대를 볼 수 있으리/ 삼년이 되면/ 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리...’ 하지만 주목왕과 서왕모의 재회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세상이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존재여서다. 서왕모는 이상 세계인 도교(道敎)의 세상이고 주목왕은 보통 인간이 살고 있는 이승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주목왕은 여행길에서 신선세상인 도교의 세계로 잠시 들어갔었던 비몽사몽의 체험이었던 것을 덕봉은 찰나의 춘몽(春夢)에서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꼈던 것이다.

덕봉이 열여섯에 결혼하여 춘몽같이 어느새 마흔에 접어들었다. 탄탄대로로만 생각했었던 결혼생활은 꽃길이 아닌 의외의 가시밭길이었다. 신혼살림 이태 후에 미암(眉巖·유희춘柳希春:1513~1577)은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가 집안 살림은 덕봉이 도맡았다.

사십이면 바깥세상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했는데 덕봉은 문득문득 생기 넘치는 사대부 세상에 관심이 더욱 쏠렸다. 끼니를 걱정 할 정도의 집안 살림은 아니지만 모든 가사에 덕봉의 손길이 가야 처리가 가능한 살림살이다.

덕봉의 성격은 사내를 능가할 정도로 호방하다. 남편인 미암은 전형적인 선비다. 덕봉과 미암의 성격이 바뀌었으며 좋을 뻔한 상황이다. 덕봉은 조선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내로 태어났으면 딱 좋은 여자다.

그런데 여자로 태어나 미암의 아내가 되었다. 덕봉은 미암의 아내가 된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격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책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 정적인 스타일 보다 광야에서 포효하는 야성적인 성격의 사내 품에 안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깜빡 잠들었던 춘몽에서 곤륜산에 까지 가서 서왕모와 사랑을 즐긴 주목왕에 미암을 대비시켜 선망했을 게다. 덕봉의 속내는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임금 앞에 나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웅지를 마음껏 펼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녀칠세부동석과 삼종지덕, 현모양처 등 사회적 족쇄에 묶여있는 여자다.

찰나의 꿈에 전율하고 있다. 서왕모와 주목왕의 질펀한 사랑장면이 눈앞에서 생시같이 어른거려 민망하기까지 하지만 속 깊은 내면의 저편에선 자신도 미암과 그렇게 해보고 싶은 충동이 있음을 가벼운 웃음으로 속내를 숨겼다.

사실 덕봉도 여자다. 주목왕이 천하의 미녀인 서왕모와 헤어짐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나라에 위급한 일이 생겨 부득이 떠나면서도 재회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별의 시로 아쉬움을  달래는 그들이 부러웠던 것이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열정의 불꽃이다. 미암도 여느 사내 못지않은 열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 열정을 불꽃으로 피워 상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미암은 그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나지 않는다.

조선 선비들의 모습이다. 겉과 속이 다른 체면과 실제의 이중성의 딜레마다. 미암도 그러하다. 덕봉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집안의 대소사들을 도맡아 살림살이를 챙겨야하는 덕봉은 마음가는대로 행동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춘몽에 곤륜산에 가서 서왕모와 주목왕의 질펀한 사랑장면만 보고 온 것이 아니다. 3천6백 그루의 복숭아밭에서 각각 1천2백 그루씩 나뉘어 있으면서 그 역할이 모두 다른 것도 보고 왔다. 서왕모는 그 다른 세 그룹의 복숭아들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동시에 원래 덕봉은 곤륜산 신선세계에 높은 지위가 보장되었으니 장차 이승을 떠나면 서왕모 바로 밑 서열에서 일하게 될 것이란 약속까지 받았다.

꿈에서 깨어난 덕봉은 긴 한숨을 토해냈다. 꿈이 너무 엉뚱해서다. 그녀는 가끔 임금과 만나는 꿈을 꾸었다. 임금은 만나면 조정의 비위와 대신들의 일탈행위에 성토하기도 하였다. 그런 꿈을 덕봉은 심심치 않게 꾸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생뚱맞게 곤륜산 서왕모와 주목왕의 질펀한 사랑장면을 꿈에서 보고 여자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었다.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덕봉은 잘 알고 있다. 야망은 큰데 현실의 뒷받침이 없으면 허망한 꿈속을 헤맨다는 것을 덕봉은 일찍 터득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마음을 몽땅 빼앗겼던 신혼시절에 그녀는 화려하게 꾸었던 꿈을 반쯤은 접었다.

덕봉은 야물 찬 여자이면서 냉정한 현실주의다. 서왕모와 주목왕의 식지 않은 사랑도 칠월칠석 일년에 한번 만나 사랑을 불태우는 견우와 직녀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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