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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종묘제례악 vs 강강술래

편집부

기사입력 2020-10-16 13:55     최종수정 2020-10-16 14:0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예술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즈음 부쩍 자주 듣게 되는 이 물음에는 예술 활동이 푸석한 일상에 윤기를 돌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묻어 있다.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이 오래도록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었으므로. 우리 조상들은 노동요를 부르며 일하고 독서성(讀書聲)으로 학문을 닦으며 생활 예술을 실천했다. 놀이부터 제사까지 생활 속에 춤과 음악을 곁들였던 선조들의 면면을 조금 더 살필 필요가 있겠다.

한 편의 공연처럼 지내는 제사, 종묘제례악


종묘제례는 조선의 왕이 역대 왕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지내던 제사였다. 조선을 건국하고 번영시킨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고 나라의 평안과 백성의 안녕을 비는 국가적 행사다. 종묘는 공간 자체로 국가 제사의 위엄을 나타내었으며, 종묘제례악은 절차에 따라 엄수하는 제례에 장엄함과 신성함을 더해 의식의 격조를 높였다.

종묘제례악은 음악과 춤, 노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악․가․무 종합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음악은 ‘등가’와 ‘헌가’로 불리는 두 개의 악대가 나누어 연주한다. 등가가 연주하는 ‘보태평’은 선대 왕의 문덕(文德)을, 헌가가 연주하는 ‘정대업’은 무공(武功)을 칭송하는 내용을 노래한다. 무용수들 역시 각각 문무(文武)를 상징하는 도구를 들고, 보태평에는 문무(文舞)를, 정대업에는 무무(武舞)를 춘다. 제례 때 추는 춤을 일무(佾舞)라 하는데 줄지어 추는 춤이란 뜻이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 예순네 명의 무용수가 여덟 명씩 여덟 줄로 서서 추는 ‘팔일무’를 이어오고 있다.

종묘제례악은 음악과 춤뿐 아니라 악기의 구성과 배치부터 무용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음양오행의 원리, 천지인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며 상징적 의미를 담아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다. 느리게 반복되는 선율과 춤사위는 제례에 임하는 이들의 마음을 경건하고 단정하게 한다. 우주의 질서에 따르며 겸허한 자세로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인 종묘제례와 함께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오늘날 종묘제례는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거행되는데, 올해는 11월 첫 번째 토요일인 7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에서 무대 공연으로 재구성해 선보이는 종묘제례악은 올해 송년 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지난해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궁중의 의식 음악이 익숙하지 않아 전 곡을 감상하기 힘들다면, ‘전폐희문’부터 들어볼 것을 권한다. 원로 국악학자 권오성 선생은 종묘제례악이 사람의 소리와 악기의 소리를 구분 짓지 않은, 개념 자체를 달리한 음악이며 그 가운데 전폐희문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자랑할 수 있는 음악이라 단언한 바 있다. 

산유화어린이민요합창단이 부른 ‘종묘제례악 시작한다’는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드오 박 축 축축 쿵 축 축축 쿵 축 축축 쿵 박’ 
종묘제례악을 시작할 때 집사 악사가 휘(麾)라는 깃발을 들라는 의미로 ‘드오’ 하고 외치면 ‘박’이라는 악기를 친 후, ‘축’이라는 악기 세 번에 큰 북인 ‘절고’ 한 번 치는 것을 세 번 반복하고, 다시 박을 치는데 이를 가사로 표현한 것이다. 쓰이는 악기, 춤에 사용된 무구의 이름, 악기 배치의 의미 등 종묘제례악의 주요 요소들이 담겨 있어 노랫말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한과 흥이 교차하는 놀이, 강강술래


강강술래는 팔월 한가위를 비롯해 정월 대보름과 칠월 백중 등 보름달이 뜨는 명절에 주로 연행되는 민속놀이다. 처음에 장단이 느린 ‘늦은강강술래(긴강강술래)’로 시작해 장단이 빨라지면서 속도도 점점 빨라지는 ‘중강강술래’, ‘자진강강술래’ 순으로 이어가며 흥을 고조시킨다. 손을 잡고 돌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기본 형태인데, 노랫말에 걸맞은 동작이나 놀이를 접목하기도 한다. 받는소리인 후렴구는 ‘강강술래’로 정해져 있으나, 메기는소리는 자유롭게 창작해서 노래할 수 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이자 부녀자들의 놀이였던 강강술래는 전문 소리꾼이나 무용수들에 의해 음반에 실리거나 공연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젊은 소리꾼 황애리, 국악아카펠라 그룹 토리스가 노래한 강강술래는 경쾌하고 현대적이다. 김수연․안숙선․이난초 명창의 음반에 담긴 강강술래를 비롯해, 김소희․박귀희․박초월 명창이 부른 음원도 남아있다. 그중 장구 장단 하나로 옹골지고 풍성하게 부른 조공례 명창의 강강술래가 본고장 소리에 가까운 듯하다. 

국립국악원이 상설 공연 레퍼토리로 제작한 강강술래 공연 영상, 그리고 강강술래 소재지인 전남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이 제작하고 진도강강술래보존회가 출연하는 강강술래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사뿐사뿐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강강술래와 욱신욱신 뛰는 엄마들의 강강술래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보와 재개, 취소를 오가고 있지만 진도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는 강강술래 공연과 교육, 경연대회 등을 주최해왔고 국립남도국악원 체험 프로그램에는 강강술래 배우기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본질이 ‘놀이’이므로 직접 해보면 두 배 더, 배워서 잘하게 되면 그보다 훨씬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뛰어볼 날이 언제나 올는지. 옛 엄마들도 밤 도와 나선 길 끝에서 손을 맞잡고, 나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서로의 삶을 위안 삼으며 둥글게 둥글게 마음을 공글렸을 것이다. 서로의 손을 얽어 쥐고 나누어야 할 단단한 온기와 든든한 연대가 절실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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