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시그널[CLASSI그널]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문화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닫힌 세상을 향해 외친 내일의 희망, 뮤지컬 ‘레드북’

편집부

기사입력 2021-08-03 11:13     최종수정 2021-08-03 11:2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창작 뮤지컬의 신화, 뮤지컬 ‘레드북’이 새로운 프로덕션과 함께 돌아왔다. 이보다 앞서 또 다른 히트작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선보였던 작가 한정석과 작곡가 이선영 콤비가 다시금 의기투합해 만든 뮤지컬로, 2016년 창작산실 ‘올해의 뮤지컬’에 선정된 후 본격 개발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2018년 본 공연 개막 당시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더 큰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품은 3년 뒤 규모를 키워 지난 6월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관객들과 반갑게 재회했다. 디테일한 무대 연출과 의상에 변화를 주며 몰입감을 극대화한 이번 시즌 공연에는 차지연과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인성 등이 캐스팅돼 또 한 번 기대를 모았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적당히 발칙한 이 작품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다. 우선 전통적인 여성상과 달리 당차고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여주인공과 의도치 않게 그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마는 남주인공, 그리고 저마다 하나둘씩 속 깊은 사연을 품고 있는 조연들까지 누구 하나 뺄 수 없이 애틋한 캐릭터들이 바로 그 주역이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알콩달콩한 전개가 펼쳐지다 극적인 순간 위기 상황이 찾아오지만, 서로를 향한 믿음과 응원을 바탕으로 결국 극복해내는 과정도 좋다. 또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앞으로 달라질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뮤지컬 ‘레드북’은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감내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았던 주인공 안나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그렸다. 음악과 함께 막이 오르면 객석을 채운 관객들은 문제의 서적 ‘레드북’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공연사진 1 <제공 : 아떼오드>

작품의 배경이 된 영국 빅토리아시대 여성은 직업을 갖거나 유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을 당한 후 가족마저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안나에게 세상은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지극히 보수적인 사회에서 그저 보통 여성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짜 소리를 들어야 했던 안나이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고 확인하길 멈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안나가 모셨던 바이올렛의 손자 브라운이 할머니의 유산 상속 문제로 안나를 찾아온다. 신사 중의 신사답게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변호사 브라운도 처음에는 안나의 남다른 행보에 고개를 젓지만, 어느덧 그 순수한 마음을 응원하게 된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서 온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안나는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는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 회원들을 만나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꿈꾼 건 다름 아닌 성인 소설 작가였다. 티 없이 맑은 시대에 과감히 얼룩을 남기기로 한 이들은 글로써 점차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랑잎이 비에 젖듯, 서로 너무나 달랐던 안나와 브라운의 사랑도 자연스레 싹을 틔운다. 
 
세상이 던진 차가운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쏟아지는 편견과 비난 속에서 오로지 자기 길을 찾아가는 안나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본능에 충실한 것이 여성에게만큼은 죄악시되던 분위기를 거부하며,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때까지 닫힌 문을 두드리고자 했던 의지도 빛이 난다. 그러던 안나가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 노래하면서 눈물 고인 얼굴로 객석을 바라볼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감정이 솟구치는 느낌을 주체할 수 없다. 이렇게 겹겹이 쌓인 감정들은 마치 차곡차곡 넘겨진 책장처럼 모여 ‘레드북’이란 한 권의 멋진 책을 완성했다. 
 
                                                                                  공연사진 2 <제공 : 아떼오드>

어쩌면 이런 안나의 모습이 처음엔 엉뚱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연을 보는 동안 관객 대부분은 아마도 브라운의 시선을 따라 안나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갑자기 올빼미 소리를 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과감한 상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안나를 이해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짜 사랑을 할 줄 아는 안나의 솔직함이 점차 이해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놀랍게도 그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완전히 이해할 순 없어도 어느새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한 브라운처럼, 결국 관객 역시 이토록 자유롭고 매력이 넘치는 안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야 만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보더라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현실 속에서 뮤지컬 ‘레드북’은 앞으로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에 적잖은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서로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며 조금씩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어떤 사회든 더 건강하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가 품고 살아가는 진짜 이야기 역시 언젠가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 뮤지컬 ‘레드북’이 써 내려갈 새 역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인터뷰]“척추 수술 환자 좋은 예후,수술 후 통증 관리가 핵심”

일반적으로 수술 환자들은 수술 후 통증을 불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2021년판 한국제약바이오기업총람

2021년판 한국제약바이오기업총람

2021년판 한국제약바이오기업총람은 바이오기업 70여곳...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