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시그널[CLASSI그널]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문화

원종원의 커튼 콜

열린 결말이 다양한 해석을 낳는 뮤지컬_어쩌면 해피엔딩.

편집부

기사입력 2021-08-20 10:22     최종수정 2021-08-20 10:4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한 장면 올리버 역 신성민, 클레어 역 해나 (제공. CJ ENM)

미래 서울의 한 아파트.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있다. 이젠 낡아버린 구형으로 고장난 부품조차 구하기 힘들지만, 오래전 떠났거나 사라진 주인을 기다리며 외롭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 전기 충전기가 망가진 클레어가 올리버의 집을 찾아오고, 그렇게 두 헬퍼봇들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않던 여행도 함께 하면서 인간의 사랑 같은 복잡한 감정도 배운다. 그러나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것이 가져올 고통 또한 깨닫게 되고, 결국 둘은 자신의 기억 속 서로에 대한 메모리를 지워버리기로 약속한다. 

다시 미래의 어느 날, 충전기가 망가진 클레어는 우연히 올리버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올리버는 예전과 달리 아무 말이나 조건 없이 충전기를 빌려준다. 올리버는 차마 클레어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나 괜찮을까요?” 걱정스럽게 묻는 클레어에게 올리버는 말한다. “어쩌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의 단면이다. 

상복이 참 많은 작품이다. 제 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 및 작사상, 작곡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프로듀서상, 소극장 뮤지컬상의 6개 부문을, 제 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선 올해의 뮤지컬상, 음악상, 연출상, 여자 인기상의 4개 부문을 휩쓰는 파란을 연출했다. 대학로의 수수한 소극장 뮤지컬이 대극장의 화려한 작품들을 모두 제치고 이뤄낸 성과라서 더 이목을 집중시켰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적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복고풍의 스탠다드 넘버 풍의 음악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고, 인간이 아닌 로봇들이 주인공인데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이 느껴진다는 묘한 조화는 옛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따스함과 공감대에 적절히 버무려지며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포근하고, 세련되며, 서정적인 느낌의  조화가 이 작품만의 무대를 즐기게 만드는 매력을 완성한다.

뮤지컬을 만든 콤비는 요즘 우리나라 공연계에선 ‘천재적인 콤비’라는 에칭으로 불리는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Will Aronson) 작곡가다. 두 사람이 호흡을 처음 맞췄던 작품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역시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이다. 뉴욕대학교(NYU)의 뮤지컬 전문 대학원 과정인 티시예술학교에서 만나 함께 작업을 하며 다양한 콘텐츠들에서 특유의 색깔과 맛을 더해 독특한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박천휴와 윌 애런슨의 조화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과 찬사를 이끌어냈던 2000년대 만들어진 최고의 창작 무대였다고 인정할 만하다. 

연출은 뮤지컬 ‘신과 함께’ ‘난쟁이들’로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동연이 맡았다.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꼼꼼한 대사 속에 담긴 의미, 그리고 피식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상황 설정 자체가 헬퍼봇들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내용을 배경으로 하지만, 말랑말랑하고 간질간질한 감수성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는 로봇들로 하여금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 감흥마저 느끼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의 주요한 주제는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단 세 명에 불과하다. 캐릭터의 머릿수만 따지면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똑같다. 덕분에 적은 수의 배우들로 무대를 꾸미는 아기자기한 재미는 이야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을 잉태해낸다. 소극장 뮤지컬이다보니 공간적인 거리도 가까워 더욱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라는 느낌이 현실적인 감상을 도와주는 셈이다.   

요즘 서울 대학로의 예스24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 앙코르 버전에선 올리버 역으로 신성민과 임준혁 그리고 정욱진의 세 배우가 번갈아가며 무대를 꾸민다. 올리버를 찾아오는 또 다른 헬퍼봇 클레어 역으로는 홍지희와 해나, 한재아가, 올리버의 옛 주인인 제임스 역으로는 성종완과 이선근이 출연한다. 예전 무대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던 캐스팅으로는 정문성과 전미도가 있다. 요즘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인기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두 배우는 무대에서의 조화도 뛰어나 꽤나 만족스런 추억을 관객들에게 남겼다. 드라마 속에서 음치도 연기해내는 뮤지컬 배우 전미도의 팔색조 매력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그녀 최고의 장점이다. 

대중적 인지도라는 측면에서는 이전 무대의 캐스팅이 아쉬움을 느끼게도 하지만, 풋풋한 신예들의 연기는 그 나름의 매력을 잘 담아내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뮤지컬은 배우‘만’ 보기위해서 공연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일부러 날짜를 맞춰 좋아하는 배우들의 캐스팅 일정에 따라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도 적지않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으로 개발된 작품이다. 2015년 우란문화재단 리딩 공연, 트라이 아웃을 거쳐 2016년 뉴욕에서의 리딩 공연을 열고, 2016년 말 대학로에서 첫 무대를 올리며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작품의 인큐베이팅 과정에서부터 차근차근 전개된 담금질의 과정이 비교적 탄탄하고 교과서적이어서 창작 콘텐츠의 개발에 있어 바람직한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화려하기보다 수수하고, 요란스럽기보다 차분한 이야기는 결국 결말에 다달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기쁨과 환희 못지않은 아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올리버와 클레어가 결국 서로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우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회는 관객들로 하여금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두 헬퍼봇의 만남을 다시 조명해보게되는 기회를 허락한다. 그렇게 구체적이지도 꼼꼼하게도 묘사되진 않지만, 무대는 여러 해석이 가능한 열린 결말구조로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정말 열혈 마니아 관객중에는 충전기를 건네받는 클레어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는 이유로 그녀 역시 기억을 지우지 않았을 것이라 의미심장(?)하게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손으로도 연기를 한다는 감탄을 내뱉는 경우다. 제작진의 진짜 의도나 배경, 해석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열린 결말이 이 뮤지컬의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나름 공감을 할 수 있다. 궁금한 독자라면 지금 대학로로 발길을 옮겨보길 권한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인터뷰]“척추 수술 환자 좋은 예후,수술 후 통증 관리가 핵심”

일반적으로 수술 환자들은 수술 후 통증을 불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2020한국화장품기업총람(기업용...

2020한국화장품기업총람(기업용...

“한국화장품기업 모든 정보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