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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정부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계획의 문제점

- 교육자와 전문직업인의 관점에서

편집부

기사입력 2020-07-27 11:47     최종수정 2020-07-27 11:5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계획은,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를 더 배출하여 지역간 의사 분포의 불균형을 줄이고 필수과목, 특수 전문 분야, 의과학 분야의 전공의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이 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매년, 400명 중 300명은 지역의사제 특별 전형으로 뽑고 나머지 100명 중 50명은 역학조사관, 중증 외상 등 특수 전문 분야 의사로, 다른 50명은 기초과학, 바이오, 제약 등 의과학 전공으로 나누어 선발한다.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만을 전공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재학 중 장학금을 받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반드시 지역병원 필수의료에 종사해야 한다.  이 10년에는 전공의 수련기간도 포함된다.
만약 개인병원을 개업하는 등 지역 병원 필수의료 종사 규정을 어기면 장학금을 환수하며 면허도 취소시킨다.

정부가 16년만에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결정한 배경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고 그나마도 의사의 분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역별 의료불균형이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구 1000명 당 OECD의 평균은 3.4명이지만 우리나라 전체 평균은, 한의사를 포함해서, 2.4명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한의사 수는 0.6명이니 실제 의사 수는 2명이 채 안되는 셈이다).  또, 서울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3.1명이지만, 경북 1.4명, 충남 1.5 명, 경남1.6명 등 지역별로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비록 나는 의사가 아니지만, 건강관련종사자 – 약사 – 를 길러내는 교육자와 전문직업인으로서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먼저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은 큰 틀에서 나는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의 계획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OECD에 비해 현저히 적고 이는 의료의 질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 의료경험기에서 여러 번 지적했듯이 3분 진료로 대표되는 짧은 진료시간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동네병원과 대학병원 모두에게 나타나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짧은 진료시간은 근본적으로 낮은 수가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수가가 높다고 하더라도 의사 한 명당 보아야 하는 환자 수가 많으면 진단이나 처방 오류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위해서 의사는 환자와 다른 적절한 정보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진단과 치료에 대해 환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양질의 의무기록을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환자 한 명당 진료에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의대 증원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인 충분한 진료 시간을 만들어 주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첫째, 언론의 보도로는 확실하지 않지만, 특수 전문 분야와 의과학 분야로 뽑는100명의 경우, 입학할 때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것 같다.  만약 이것이 시실이라면, 이는 학생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생들의 약75%가 졸업할 때, 입학할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전공을 선택한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새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평생동안 하고 싶은 분야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생들에 대한 통계를 찾지 못했지만 미국의 의과대학생들과 크게 다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학부를 졸업해야만 지원할 수 있는 미국 의과대학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 학생들의 인생 경험이 미국보다 적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에도 이득이다.  만약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다 - 이는 학생 자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생을 지원해 왔던 학교와 정부 모두에게 손실이다.

둘째,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실제 독립된 의사로서 해당 지역에서 일하는 기간이 너무 짧아 보인다.  의사의 임상수련과정은 전공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의사 면허 취득 후 보통 인턴쉽  (internship) → 레지던시 (residency) → 펠로우쉽 (fellowship)의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수련기간만 총 5-7년이 걸린다.  따라서, 10년동안의 지역병원 근무 조건에 수련기간을 포함하게 되면 수련을 모두 마치고 최소 3년만 지역에서 더 근무하는 것으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수련 지역에 제한을 두지 말고 수련 후 지역 근무 10년으로 조건을 두는 것이 의료 지역불균형 해소라는 이 제도의 목적에 좀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재학 중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실습한다.  그런데, 병원마다 지역마다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방법 등의 의료행위 (medical practice)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독립된 의사가 되었을 때, 보다 넓은 관점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등의 수련과정을 다른 병원에서 밟는 것이 좋다.  또, 이런 경험은 학생들이 졸업 후 수련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지역이나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지역의료와 병원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학생들이 자신이 졸업한 의과대학교과 다른 병원에서 졸업 후 수련과정을 밟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UCSF 의과대학 가정의학과의 일차의료 수련과정에 새로 들어온 레지던트 15명 중 UCSF 졸업생은 단 3명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병원도 타교 출신의 레지던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으므로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에게도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과 동일한 수련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의사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수련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다른 지역의 병원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지역의사제도는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역간 의료불균형은 경제, 문화, 교육 등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지역간 불균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지역간 전체적인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의료불균형이 완전히 시정되기는 힘들 가능성이 많다.  

세째,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지역 병원 필수의료 종사 규정을 어기면 면허를 취소한다는 계획은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독소조항일 수 있다.  면허는 기본적으로 그 소지자가 면허와 관계된 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있어 적어도 최소한 능력 (minimum competency)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부기관이 인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 지원자는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고 다니는 데 필요한 적어도 최소한의 도로교통법 지식과 운전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따라서, 면허는 그 소지자가 면허와 관계된 일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없을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운전 면허 소지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을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 등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다.  그 이유는 면허 소지자가 차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의사면허도 의사의 직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없을 때에만 취소시켜야 한다 (이는 약사, 간호사 등 다른 면허에도 해당한다).  그런데,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지역 병원 필수의료 종사 규정을 어기는 것은 의사의 직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추행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시키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대형병원의 한 인턴은 상습적으로 여성 환자와 동료를 성추행하였지만 정직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병원은 이 인턴을 복귀시켰다).  지역 병원 필수의료 종사 규정을 어기는 것과 성추행 중 어떤 것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일까?  따라서, 지역 병원 필수의료 종사 규정을 어겼다고 해서 면허를 취소시켜서는 안된다.  대신, 정부가 지원한 금액의 10배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등의 다른 벌칙을 이용하는 것이 면허제도에 부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의 큰 문제점 외에도 앞으로 10년동안 각각 500명의 인원이 배출될 특수 전문 분야과 의과학 전공자들의 일자리가 충분히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은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므로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준비와 토론으로 제기된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을 보완하여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를 기원한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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