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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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지털 변환 시대의 약업혁신 방향성

관리자

기사입력 2019-12-18 10:19     최종수정 2019-12-18 10:3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9년도가 끝나갈 무렵에 자주 언급되던 말이 ‘Y2K (Year 2000)’였다. ‘밀레니엄 버그’라고도 불렸는데, 새천년이 시작되는 순간에 시스템의 날짜변경 시 촉발될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로 국방, 경제, 금융, 사회기반시설 같은 중요 분야에서 예측불가의 오작동이 발생하여 엄청난 재앙이 초래되리라는 공포감이 밀려왔었다. 

하지만 세간의 예측과는 다르게 별탈없이 새천년을 맞이하였고 어언 15년이 경과하자 이번에는 전 지구적 관심사가 ‘4차 산업혁명’으로 바뀌었다. 역시나 사람들은 각종 매스미디어나, 저술, 정책토론회 등에서 미래사회의 변화상에 대하여 많은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가 약 3년전부터는 경영이나 첨단기술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 DT)’이란 말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시류에도 불구하고 약업(藥業)의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약사의 직능변화, 약국의 사회적, 보건의료적 기능 및 역할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모델의 변화 방향이 채 마련되지 못한 상황인데 다시금 디지털 변환이라는 패러다임이 거론되고 있다. 실로 현기증이 느껴질 만큼 빠르게 변모하는 세상이다.

디지털 변환이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다양한 디지털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상에 대하여 디지털적 사고체계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의 목표, 조직체계와 조직문화, 업무수행, 소통방식, 사업전개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이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업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모든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해야 할까? 이를 언제쯤 추진해야 적당한가? 디지털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디지털 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리적인 현실세계를 디지털의 가상세계로 복사한 뒤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관리하는데, 이렇게 복사된 디지털 세계를 ‘Digital Twin,’ ‘Virtual Twin,’ ‘Mirror Worlds’라고 부른다. 실례로, Amazon과 Tesla는 서점과 백화점을, 자동차와 찻길을 디지털 세계로 변환시킨 후 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기에 미래지향적인 기업은 디지털 변환추세와 요구사항을 수수방관하기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기계장치나 장비로써 구현하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제는 전자장치나 장비,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양상이 빠르게 확산 중이고, 만약 기존 시장에서 머뭇거린다면 소프트웨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신기업이 기존 기업이 장악했던 사업영역을 차지하고 추월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존 택시업계가 주관하던 교통시장을 ‘Uber’와 ‘타다’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여 변혁을 이끈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럼 언제쯤 변환하는 것이 적기일까? ‘관망전략(Wait and See)’을 선택한 기업도 많겠으나 지금은 기다릴수록 미래의 세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얻어진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변화를 선제적으로 추구한 기업이 ‘관망전략’을 택한 기업보다 성공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The Sharing Economy’의 저자인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아룬 선다라라잔은 “아직도 많은 리더들이 물리적 세계의 마인드(Physical World Mindset)를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물리적 세계에서 오랜 기간 통용되고 굳건하게 시장을 지켜온 제품이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Wrong Attitude)”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혁신현상을 관찰하면, 과거 익숙한 사업방식대로 하드웨어에 주력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선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의 벤처투자가인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고 표현했다. 디지털화는 소수의 산업군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에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디지털 아메리카(Digital America)’라는 보고서에서, 산업간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디지털 혁신을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전 산업영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날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변환의 구성요소와 실천방안

경영전략이론에 따르면, 조직설계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기본요소는 ‘사람’,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문화’이다. 성공적으로 디지털 변환하려는 조직에서도 다음의 세가지 요소가 필수적인데, 곧 (1)소속 산업 및 관련 소프트웨어의 전문성이 높은 인재, (2)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유연한 조직구조 구축과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 (3)속도중시, 위험감수, 협력과 수평적 소통,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이른바 ‘디지털 문화’를 신속히 정착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세기형 기업을 운영하던 방식으로는 이제 디지털 세계에서 더 이상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그림 1). 



그림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구성요소 (출처: wwwcloudservicecody.com)

MIT 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슬로안 매니지먼트 리뷰(SMR)는 2016년도 ‘Aligning the Organization for its Digital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1~2개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DT를 추진하는 기업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에 맞게 사람과 조직의 관리방식 전반을 디지털 정렬(Digital Congruence)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례로써 디지털 기업의 선두주자인 GE와 Siemens는 자사가 제조하는 열차용 엔진과 주변상황을 디지털로 변환시켰다. 이 제품을 채용한 미국의 철도회사 Amtrak은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에는 전문가를 불러서 수리했으나 현재는 엔진 곳곳에 장착된 센서가 작동상태를 실시간으로 제조사 데이터센터로 전송하므로 선제적으로 고장을 예방하고 정비할 수 있다. 

종자·비료 전문회사인 Monsanto사도 ‘디지털 농업(Digital Agriculture)’분야의 선구자인데, 이 회사의 설비와 장비를 사용하는 농부들은 굳이 논밭에 나가지 않아도 일조량이나 바람의 세기, 온습도의 적절성, 토양의 상태, 병충해 여부를 실내에서 파악하고, 심지어 인공지능 에게 관리를 맡길 수 있다. 그 결과로 미국과 브라질에 산재한 1억 에이커(1에이커=1,224평) 농지에 대한 상세정보를 자사의 디지털 농업 플랫폼인 ‘FieldView’를 통하여 축적하였고 10만명 이상의 농부들과 협업 중인데, 2025년까지 3~4억 에이커까지 확장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약국은 디지털 변환을 위한 어떤 준비를 갖추어야 할까?

디지털 변환 시대에 약국의 대응방안

대다수의 약사가 종사하는 우리나라의 약국은 비즈니스 조직체로서 구성력이 미약하므로 개별약국 중심의 디지털 변환에 앞서 소개했던 기업형 변화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는 서두에 제시한 바와 같이, 디지털적 사고체계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약국의 목표, 체계와 문화, 업무수행, 소통방식,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을 23,000여 약국이 각자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문성 높은 인재,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유연한 구조와 구성원 동기부여 시스템, 디지털 문화를 신속히 정착시키는 것도 더더욱 요원하다. 이러한 점이 약국과 약사직능의 디지털 변환을 위한 구체적 방향과 과제가 아직 도출되지 못하였고 어떠한 혁신도 가시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원인일 것이다. 이에, 두가지 방향으로 약업계의 변혁이 추진되기를 제안한다. 

첫째, 약사사회의 내부적 혁신인데, 각급 약사회와 개별 약국 단위에서는 약사직능의 핵심적, 본질적 요소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장기간 시범사업으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 외국의 약사 및 약국의 역할과 기능, 서비스를 최적화하여 수년내 법제화를 달성하되, 조제와 복약지도, 의료용품 판매 이외의 영역으로 직역이 확장되도록 유용성을 입증할 연구를 적극 수행하여 실증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더불어 고도화된 약사직능을 위해 현행 평생교육체계를 개선하고 전문자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약업계도 이른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변혁의 동인이 조직내부에 충분하지 못하면 외부의 힘과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마도 미래 의료계의 혁신은 종합병원과 디지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하여 실현될 것이다. 종합병원은 인재가 풍부하며 잘 조직된 운영체계와 문화가 실재한다. 각 병원의 차별화된 사업모델은 발군의 실적을 창출하며 재원까지 넉넉해졌고 규모의 경제까지 이루었기에 대정부 협상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더불어 미래산업의 원유라 일컬어지는 의료빅데이터의 저장고이자 생산공장 역할도 담당한다. 그래서 거대한 자본과 첨단기술이 병원으로 속속 몰려드는 등 의료산업, 헬스케어산업이 미래형 융복합 비즈니스모델의 모태로 부상하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보유한 경쟁요소를 거의 갖추지 못한 약국은 먼저 규모의 경제부터 달성하면 어떨까? 그래야 인재와 자본이 모이고 비즈니스모델이 작동하는 생태계가 형성된다. 약사회 분회 단위체와 활동중인 체인약국들은 현행 약국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 변혁시킨 표준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면 좋겠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과 제휴하여 약국의 업무프로세스를 고도화 시킬 약국, 고객, 건강관리가 이뤄지는 ‘개방형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서 전국으로 약국 디지털 생태계를 확산시켜야 한다. 약사회 지부 단위에서는 인근의 약학대학, 공과대학, 경영대학 등과 제휴하여 약사의 역량강화, 약국비즈니스 리모델링과 운영체계를 개발하고, 약국종사인력의 조직문화 혁신과 약사직능 확장을 위한 시범사업의 학술적 근거자료를 마련하도록 공동(위탁)연구를 간단없이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근래에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라는 개념이 약업계에 소개되었다. 이미 선진국은 제약사가 제품개발에 착수했고 FDA는 허가기준까지 만들었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약사나 약학자가 아닌, 일부 스타트업이 그 가능성에 착안하여 개발 중이며, 식약처는 허가기준 마련에 착수하려 한다. 약사, 약사회, 약대가 기술력을 가진 기업체를 약업현장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소위 ‘OTC형 디지털 치료제’를 먼저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소위 ‘Digital OTC-switching’ 이라고 부른다. 근래 알려진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의 처방을 받는 의료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를 일컫는다면, 의사의 처방없이 약사의 추천만으로도 소비자의 모바일 폰에 업로드하여(판매하여) 의약학적 효과를 나타내는 이른바 ‘금연프로그램’이나 ‘비만개선프로그램’을 만들어 약사가 주도할 디지털 변환 영역의 작은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일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다음 기회에는 디지털 변환을 위한 세부 단계 모형과 추진 리더쉽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약사의 직능은 상당부분이 틀에 박힌 모습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더구나 약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정교하게 정량화 되고 문서화 될 것인데, 이는 (1)조제에 소요되는 시간(Time allowed for dispensing), (2)약국의 물리적 변화(Physical pharmacy changes), (3)약료서비스의 주류화(Mainstreaming care services), (4)성과의 향상(Improved performances), (5)자격인증(Credentialing), (6)국가주도의 약품정보 통합적 관리체계(National drug clearinghouse) 측면에서 약업의 디지털 변환이 이뤄지리라 예견되므로 우선적으로 이곳에 약업계의 역량을 집중하는게 유효하리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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