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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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건의료전문직에 다양한 조무사가 활동하는 미국시장

이종운

기사입력 2020-04-28 14:11     최종수정 2020-04-29 09: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필자가 한국의 초대형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원무과 소속 직원으로부터 종합병원은 70여개의 직업군이 어우러진, 단일직장으로는 가장 많은 수의 직업이 동시에 활동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미국의 보건의료현장을 환자가 아닌 의료인력의 일원이 되어 직접 체험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직군이 활동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약무조무사를 설명하기에 앞서, 미국 의료현장에서 활동 중인 공인자격보조인력(certified assistant)들에는,
Pharmacy Technician, Phlebotomy Technician, EKG Technician, Medical Assistant, Insurance Exam Tech, Medical Laboratory Assistant, Patient Care Technician, Administrative Assistant, Residential Care Worker, Personal Care Assistant, Ultrasound Diagnostic Medical Sonography Tech, IV Tech, Healthcare Office Manager, Homemaker Companion Assistant, Healthcare Instructor, Multi Skills Tech, Physical Therapy Aide, Emergency Room Tech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전문직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일수록 역할의 분담과 질적인 심화, 그리고 개인 역량의 철저한 관리체계가 선진의료현장의 혁신을 이끄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현존하는 최강대국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하는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움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얻은 작금의 성과에 마치 세계 최고의 의료선진국이 된 듯한 착시를 느끼기 보다는 멀찍이 앞서가는 국가의 선진화된 시스템과 인력구조를 차분히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약업혁신일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미국 사회의 약무조무사(pharmacy technician, PT)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등장배경과 도입과정

2002년 Academy of Managed Care Pharmacy (AMCP)란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Pharmacy Technician이란 ‘약사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수행하지만, 약사의 감독하에 약국에서 근무하는 개인’이라고 정의하였다. 

미국 약업시장에서 PT의 수요증가는 약사인력의 부족, pharmaceutical care 개념의 도입,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대한 우려감에서 유래했다. 또한, 1990~1999년 사이에 미국의 외래환자 처방건수는 44% 증가했으나 인구 10만명당 약사 수는 5% 증가에 그쳤고, 처방전의 증가는 약사에게 조제시간 증가와 환자상담시간의 감소를 강제하였고 직업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근무조건의 악화되어 직업만족도가 추락하며 약사업무의 비효율성, 환자케어의 부실화, 약물남용의 가능성이 증가하는 악영향을 초래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PT의 역할에 주목했고 약업현장에서 이들의 고용증가는 약사의 업무부담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약사가 환자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을 제공했다. 그래서 미국약사회(American Pharmacist Association, AphA)가 발행한 1999년 백서(白書)에서는 PT의 적절한 활용과 향상된 기술을 통해 약사의 역량이 더 잘 활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있다.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1950년대 후반에 미국병원약사회(ASHP)는 임상현장에서 PT의 활용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PT 훈련프로그램 개발 및 역할이 주(州) 법률 및 관련 규정에 잘 반영되도록 변경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Myers가 2011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66년 미국약학대학협의회(AACP)와 ASHP는 병원 PT-helpers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잘 구성된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1968년 미국보건복지교육부(U.S. Department of Health, Education, and Welfare) 산하 연구팀은 처방약에 관한 약사업무보조자 교육프로그램(pharmacist aid curriculum)을 소규모 전문대학(Junior Colleges) 및 기타 교육기관이 개발할 것을 권장하였다. 1976년 병원약국 지원인력에 대한 훈련지침(Training Guidelines)이 제정되었으며, 1977년에는 조직화된 의료환경에서 약국업무를 지원하는 직원의 역량에 대한 표준이 발표되었다. 

미시간주(1981)와 일리노이주(1987) 약사회는 필기시험을 기반으로 PT의 자격을 인증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고, 1983년에는 ASHP도 PT 인증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또한, 1990년대는 PT의 공식적인 업무분석이 수행되었고 약무조무사 인증위원회(Pharmacy Technician Certification Board, PTBC)가 자발적으로 인증시험을 개시하면서, PT에 관한 백서를 발간하고 PT훈련을 위한 통일된 국가 표준의 제정도 촉구하였다. 

이어, 2002년에 개정한 백서에서는 PT를 위한 비전수립, 책임과 기능의 정의, 약무기술 교육 및 훈련 표준의 제정, 그리고 PT의 교육 및 훈련 과정 인증을 위한 시스템과 이를 규제하는 법안 수립을 촉구하였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하여 2005년에는 소매약국(retail-oriented)에서 활동하는 PT를 위한 인증시험인 ExCPT가 시작되었고, 2007년에는 PTCB에서 인증된 PT가 법률적으로 공인받았으며, 2009년 약국인증위원회(Council on Credentialing in Pharmacy)는 미국내 PT의 교육, 훈련, 인증 및 규제에 관한 정책개발지침서가 발표되었다. 

교육, 자격, 등록제도

PT가 되려면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장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을 지녀야 하며, 직무와 관련한 실습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기간 및 주제는 고용주의 요구사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고등학교 교육을 마친 후 현장에서 실무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은 직업학교(vocational school)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제공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1년 이하 동안 교육 후에 자격증을 수여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은 더 길 수도 있으며 ‘준학사’ 학위도 수여한다. 

교육내용은 약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계산원리, 기록관리, 의약품 분배 및 약국 관련 법규와 윤리 등 다양하다. 약물의 명칭, 용도 및 상용량도 학습하는데, 대부분 약국의 실제상황과 유사한 경험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ASHP는 적어도 15주 동안 최소 600시간 이상 지속되는 PT 프로그램만 인정하며, 2017년 기준, 몇 개의 소매약국체인을 포함해 309개의 프로그램을 인증하였다.

미국은 많은 주에서 PT로 약무현장에 취업할 때 공인자격을 소지한 경우가 일반적인데, 비록 필수적 요건은 아니더라도 PT인증자격을 보유한 자의 채용을 선호한다. PT로서 공인자격을 얻으려면 전국적으로 2개 시험기관에서만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먼저, National Healthcareer Association (NHA)이 시행하는 시험에 신청할 자격요건은 (1)18세 이상이며, (2)고등학교 졸업, (3)인증된 프로그램을 마친 뒤 1년이상 현장경험을 보유해야 한다. 아울러 PT자격의 유지를 위해 2년동안 누적 20시간의 CE 프로그램(연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편, PTCB가 주관하는 PT자격시험에 응시요건도 NHA와 유사한데, (1)고등학교 졸업 또는 검정고시 합격, (2)공인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 이수, (3)자격시험 합격, (4)수수료 납부, (5)평생교육(CE) 이수 증명, (6)범죄이력 확인 등 총 6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NHA주관으로 총 2시간 10분 동안 진행되는 PT 자격인증시험의 범위는 관련 법규, 마약 및 의약품의 종류, 조제 및 계산법 등에서 100문제가 출제된다. 그리고 ASHP가 인증한 PT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00개 이상 교육기관들은 수강자의 편이를 위해 온라인 형태로도 강의를 제공한다. 미국의 양대 PT협회(Pharmacy Technician Associations)로는 American Association of Pharmacy Technicians (1979년 미국 최초의 자발적 PT 조직), National Pharmacy Technician Association (1999년도 휴스턴에서 설립) 등 2곳이며, 이들은 모두 보수교육(CE)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그림 1].

그림 1. Certified Pharmacy Technicians (CPhTs) in USA (출처: https://nationalhealthcareworkersassociation.com/pharmacy-technician/)

법적지위와 업무범위

미국 노동부 기준에 따르면, PT는 (1)고객응대 기술(Customer service skills), (2)섬세함(Detail-oriented), (3)경청하는 기술(Listening skills), (4)수리적 계산 기술(Math skills), (5)조직적인 사고와 기술(Organizational skills) 등 5가지 기술(skill)을 보유해야 한다. 이런 기본자질을 바탕으로 세부업무 범위는 주(州)마다 상이하며 인증기관에 따른 한계점도 제시했다. 특히, PTCB가 제시한 PT의 업무범위에는, (1)약사를 도와 조제를 준비하고, (2)고객을 응대하며 행정업무를 수행하며, (3)처방접수, 조제약품계수, 표시부착, 환자이력관리, 보험청구, 전화응대, 재고파악 및 수납업무 등이 있고, NHA가 제시한 PT의 업무범위는 PTCB와 유사하지만 (1) Receive prescription requests from patients and doctors’ offices, (2) Accurately measure medication amounts, (3) Package and label prescriptions, (4) Establish and maintain patient records, (5) Accept payment for prescriptions and process insurance claims, (6) Manage inventory 등을 명시하였다. 

결국, 미국 전역에서 certified PT의 보편적인 업무영역은 약사 고유의 임상활동 극대화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 PT에게 허용된 업무는 주(州)마다 다소 상이하지만 최근에는 약사의 임상업무확대를 위해 PT의 업무범위도 함께 확장되는 추세이다. 확장된 PT의 업무로는 의약품 조제지원(Medication dispensing support)과 약사의 임상업무에 대한 기술지원(Technical support for pharmacist clinical services)으로 크게 분류되는데, ‘의약품 조제지원업무’로는 Tech-Check-Tech (TCT), 구두처방수락(accepting verbal prescriptions), 처방이전(transferring prescriptions), 원격데이터입력(performing remote data entry)이며, 약사의 ‘임상활동에 대한 기술지원업무’에는 예방접종관리 등이 있다. 

인력수급 및 급여현황

PTCB가 인정한 이른바 Certified Pharmacy Technician (CPhT)은 2017년 12월말 기준으로 648,710명이다. 이는 1995년부터 시험에 합격하거나 전환프로세스를 거쳐 공인된 모든 CPhT를 포함한 수인데, 미국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 402,500여명의 PT가 고용상태이고 2026년까지 12%가 증가된 450,100명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러한 증가추세는 다른 직종에 비하여 더욱 가파른데, 인구노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하여 치료약 처방전 발행건수가 증가하자 약사의 주요 직무가 조제와 복약지도로부터 임상약료행위로 확장되었고 이에 병행하여 PT의 역할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을 예상하여 약업시장의 미래상을 추계한 수치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PT의 52%는 개인약국이나 Drug Store에 종사하며, 그밖에 병원, 일반상점 등에서 근무하는데, 연봉은 $28,000~$35,000 정도이다. 취업형태별 보수수준은 장소, 종사자 비율, 평균임금 측면에서 나눠보면 (1) Pharmacies & Drug stores / 52% / $28,700; (2) Hospitals (state, local, and private) / 16% / $35,940; (3) General merchandise stores / 10% / $30,530; (4) Grocery stores / 8% / $29,140 이다. CPhT의 2018년말 평균급여는 1시간당 $14.17 (15,800원)이며, 대체로 $10.57~$18.82 이다. 이를 보너스, 시간외 수당 등을 포함한 평균연봉은 $32,000 (3,500만원)이며, 최저 $20,000부터 경력이나 근무처에 따라 이들의 상위 10% PT는 $51,000 (5,700만원)까지도 수령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약무조무사 중에서 자신의 출신국가에서는 이미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약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기준인 1,600시간의 약국경력을 채우기 위하여 약무조무사로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미국의 약국은 자기역할에 대하여 전문성을 증명하고, 비록 고용에는 유연성이 있지만 일단 약업조직의 일원이 되면 인력에 대한 인사관리와 육성체계가 매우 엄격하고 치밀하다. 그리고 소위 ‘수퍼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업무에 대한 수행능력이 매우 돋보이는 우수한 인재들도 많은 편이다. 

미국을 포함한 의료선진국의 제도와 시스템은 긴 세월에 거쳐 꼼꼼히 정비되어왔기에 빈틈이 적고 미래지향적이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층은 환경변화를 신속히 감지하여 합리적,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속성과 역량이 우수하다. 최근에 발생한 사태를 보면 ‘이것은 좀 아니다’ 싶은 정도로 그동안 구축해온 시스템과 운영구조가 마치 허물어진 듯 보이지만, 선진국가의 제도와 시스템이 그동안 수많은 위기와 난관을 헤치며 축적한 내재된 복원력의 실체를 더 깊이 연구하여 우리의 시스템과 제도, 인력구조와 질적수준 등 내실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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