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에이징
"골다공증 백신 맞는 시대 오나…기초연구서 상용화로 도약할 때"
골다공증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면, 골다공증 발병 자체를 차단, 지연하는 예방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한 연구가 진행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골다공증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환자들이 질환의 존재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은 골밀도가 심각하게 낮아지고 나서야 진단이 이뤄진다.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제들은 골밀도를 회복하거나 골절 위험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질병이 진행되기 전에는 사용이 어려워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대표적인 골다공증 치료제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는 우수한 골다공증 억제 효과를 보이나, 장기간 사용 시 일부 신장 독성, 골괴사, 대퇴골 하부 골절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약물 휴지기를 갖거나, 약 2년 사용 후 다른 치료제로 전환이 권고된다. 이 외에도 데노수맙(Denosumab), 로모소주맙(Romosozumab)과 같은 단클론항체제제, 부갑상선 호르몬, 에스트로겐, 칼시토닌, 카테프신 K(CatK) 저해제 등이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장기적인 사용에는 제한이 따른다.골다공증 예방 백신이 혁신적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근본적인 골다공증 발생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예방 백신은 면역 체계를 자극해 골밀도 손실을 예방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특히 예방 백신으로 유도된 면역 반응은 장기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하며, 한 번의 접종으로도 지속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약물과 차별화된다.골다공증 예방 백신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료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잠재력을 지닌다. 실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예방 중심 의료 체계로 전환을 시작했다. 특히 예방 백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방 중심의 접근은 환자의 약물 복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현재 골다공증 백신은 대부분 동물실험 단계나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수조차 많지 않다. 이는 오히려 개발과 상업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블루오션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MARC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66억 달러(약 24조1198억원) 규모로 추산됐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이 약 4.2%로 예상된다. 2028년에는 약 203억 달러(약 29조4959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국내 연구진이 진행한 RANKL(Receptor Activator of Nuclear Factor κB Ligand) 타깃 골다공증 예방 백신 연구가 이 분야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해당 연구가 자연적으로 뼈가 분해되는 골 흡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RANKL을 억제함으로써 예방 백신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고영종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 유명 학술지 '임상 및 중개의학(Clinical and Translational Medicine)에 '비활성 돌연변이 RANKL을 이용한 골다공증 백신의 개발(Development of target-specific vaccine against osteoporosis using inactive mutant RANKL protein)'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해당 연구는 파골세포의 분화와 활성을 억제하는 돌연변이 RANKL을 마우스에 저농도로 투여해 혈중 항-RANKL 항체 농도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골다공증과 같은 뼈 질환을 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mRANKL-MT3'라는 변형된 RANKL 단백질을 개발했다.이 단백질은 RANK 결합 부위의 특정 아미노산을 치환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골다공증 예방과 억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mRANKL-MT3의 핵심 작용은 파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파골세포는 뼈를 흡수해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포다. mRANKL-MT3은 파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뼈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특히 골 흡수 과정에서 중요한 효소인 TRAP과 파골세포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 NFATc1, OSCAR의 활동을 감소시킨다. 또한 mRANKL-MT3는 기존의 RANK 수용체 대신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LGR4 수용체와 결합해 골 흡수를 막는 신호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뼈를 약화시키는 주요 단백질 NFATc1의 기능을 차단해 뼈의 강도를 높인다.논문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난소 절제(OVX) 마우스를 대상으로 mRANKL-MT3를 주입한 결과, 네 가지 주요 효과가 관찰됐다. mRANKL-MT3을 주입한 마우스는 뼈의 밀도와 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골밀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뼈 구조 또한 더욱 견고하게 유지됐다. 이는 난소 절제로 인해 골 손실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마우스 모델에서 mRANKL-MT3이 골다공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했음을 보여준다.mRANKL-MT3은 골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ANKL 단백질에 대한 특이적 항체를 생성했다. 이 항체는 RANKL의 활성을 억제해 파골세포의 형성과 활성화를 차단했다. 특히 면역 체계를 자극해 항체 생성과 항체 유지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백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했다.또한 mRANKL-MT3는 파골세포 활성과 관련된 유전자 TRAP와 NFATc1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 이들 유전자는 골 흡수를 촉진하는 주요 인자로, 이들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mRANKL-MT3은 골 흡수 과정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뼈의 강도를 유지하게 하며, 골다공증의 진행을 막는 효과를 일으킨다.mRANKL-MT3는 높은 안전성도 입증됐다. mRANKL-MT3를 주입받은 마우스는 간이나 신장 등 주요 장기에서 손상이나 부작용의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들이 가진 독성 우려를 해소하는 결과로, 임상 적용에서 높은 안전성을 제시한다.특히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에서 긍정적인 결과는 골다공증 예방 백신이 실제 상용화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여기에 mRANKL-MT3를 주입한 마우스는 골 흡수와 관련된 주요 생체 지표인 혈중 RANKL과 CTX-1 농도가 감소했다. 즉, mRANKL-MT3는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골다공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스클레로스틴(Sclerostin) 타깃과 다중 타깃을 활용한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스클레로스틴은 골 형성을 억제하는 단백질로, 뼈 재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조절자로 작용한다. 골세포(Osteocyte)에서 분비되는 스클레로스틴은 Wnt/β-카테닌 신호 경로를 억제해 골아세포(Osteoblast)의 분화를 방해하며, 결과적으로 뼈 형성을 억제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스클레로스틴을 표적으로 하는 백신 개발은 골 형성을 촉진하는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해당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최희정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스클레로스틴은 두 개의 LRP6 외부 도메인과의 연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Wnt 신호 전달을 억제한다(Sclerostin inhibits Wnt signaling through tandem interaction with two LRP6 ectodomains)'라는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다중 타깃 백신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다중 타깃 백신은 RANKL, 스클레로스틴, 기타 관련 단백질들을 동시에 표적해 골다공증의 병리학적 과정을 다각도로 억제 및 조절한다. 다중 타깃 백신은 단일 타깃 백신이 가진 제한적인 적용 범위를 극복하고, 다양한 원인으로 골다공증이 발생한 환자들에게 넓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한편 대한골대사학회의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팩트시트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골다공증 골절 발생자는 43만4470명으로, 2012년 32만3806명 대비 34.2%(11만 664명) 증가했다. 특히 2002년 9만7380명과 비교하면 무려 346.2% 증가했다.
권혁진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