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치료 기술이 발전할수록 치료 방법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질환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환자들의 연령대, 건강 상태, 동반질환, 생활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치료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들의 상황과 조건별로 특화된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 치료 방법이 세분화되는 것.
그러나 치료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복잡한 치료 방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강력한 치료제가 다양한 환자군을 포괄하며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HIV다.
1981년 처음 보고된 HIV는 초기에는 치료법이 전혀 없어 감염되면 빠르게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HIV 치료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일상에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에 감염인들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생존하는 HIV 감염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생존 HIV 감염인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2023년 기준 1만 6467명을 기록했다. 감염인들의 연령대도 1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폭넓게 확장되면서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건강 상태가 HIV 치료에 복잡성을 더하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HIV 치료 STR로 간편화…원툴(one-tool) 옵션 ‘빅타비’
복잡해진 감염인들의 상황과는 반대로 최신 HIV 치료는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간편하고 단순해졌다. 과거에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수십 알의 약물을 복용해야 했고,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 옵션이 크게 제한됐다. 그러나 이후 치료제 개발이 진전되면서 점차 복용량과 횟수가 줄어들었고, 여러 성분을 하나의 약물로 결합한 단일정 복합제(Single Tablet Regimen, STR)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하루에 한 번 STR을 복용하는 것 만으로도 바이러스를 미검출 수준까지 억제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현재 HIV 표준 치료로 STR이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이 중 현재 HIV 감염인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치료제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빅타비’다.
빅타비가 많은 HIV 감염인들의 치료제로 선택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5년 장기 데이터를 통해 안정적인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현재 HIV 치료에서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내성, 동반질환 등의 변수에 관계없이 대응할 수 있는 ‘원툴(one-tool)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아·청소년 감염인서도 안전성 입증…범용성 확대 기대
최근 빅타비는 2세대 InSTI 계열 HIV 치료 옵션 중 최초로 6세 이상 소아 및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며 지난 10월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는 단순히 HIV 치료 가능 연령을 확대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소아청소년 HIV 감염인은 성장기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성장기부터 HIV 치료를 시작해 평생 유지해야 하므로, 장기적인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된 치료제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년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HIV 감염인의 수는 총 18명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비록 수치상으로는 매우 적지만 매년 10명 이상의 신규 소아청소년 감염인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 감염인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생리학적 특성이 성인과 다를 뿐만 아니라 연령에 따라 약물의 체내 작용 변화가 크고,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엄격한 안전성 기준이 요구된다.
실제 소아·청소년 감염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임상연구를 진행해 충분한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승인을 받은 치료 옵션이 적어 소아·청소년 감염인들의 미충족 수요가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인 HIV 감염인 치료제로 사용돼 온 빅타비가 6세 이상 18세 미만 소아, 청소년 감염인 두 코호트를 대상으로 48주간 진행된 임상연구에서 유효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임상 결과 두 코호트 모두 빅타비 치료 24주 차에 바이러스 억제율이 100%로 나타났으며, 48주 차에도 98%로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을 지속 달성, 꾸준히 유지했다 48주의 투여 기간 동안 빅타비 관련 내성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치료 순응도 중앙값은 99%로 높게 나타나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수은 교수는 “그동안 HIV 치료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성인과 달리 소아, 청소년 감염인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특히 성인보다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새로운 치료 옵션이 추가될 가능성 자체가 희박했던 만큼 이번 빅타비의 도입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결정을 거쳐 신속한 허가 노력을 통해 승인된만큼 소아, 청소년 감염인들도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앞으로의 HIV 치료도 소아, 청소년 감염인들을 포함해 보다 광범위한 환자들이 충분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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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치료 기술이 발전할수록 치료 방법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질환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환자들의 연령대, 건강 상태, 동반질환, 생활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치료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들의 상황과 조건별로 특화된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 치료 방법이 세분화되는 것.
그러나 치료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복잡한 치료 방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강력한 치료제가 다양한 환자군을 포괄하며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HIV다.
1981년 처음 보고된 HIV는 초기에는 치료법이 전혀 없어 감염되면 빠르게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HIV 치료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일상에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에 감염인들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생존하는 HIV 감염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생존 HIV 감염인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2023년 기준 1만 6467명을 기록했다. 감염인들의 연령대도 1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폭넓게 확장되면서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건강 상태가 HIV 치료에 복잡성을 더하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HIV 치료 STR로 간편화…원툴(one-tool) 옵션 ‘빅타비’
복잡해진 감염인들의 상황과는 반대로 최신 HIV 치료는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간편하고 단순해졌다. 과거에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수십 알의 약물을 복용해야 했고,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 옵션이 크게 제한됐다. 그러나 이후 치료제 개발이 진전되면서 점차 복용량과 횟수가 줄어들었고, 여러 성분을 하나의 약물로 결합한 단일정 복합제(Single Tablet Regimen, STR)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하루에 한 번 STR을 복용하는 것 만으로도 바이러스를 미검출 수준까지 억제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현재 HIV 표준 치료로 STR이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이 중 현재 HIV 감염인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치료제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빅타비’다.
빅타비가 많은 HIV 감염인들의 치료제로 선택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5년 장기 데이터를 통해 안정적인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현재 HIV 치료에서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내성, 동반질환 등의 변수에 관계없이 대응할 수 있는 ‘원툴(one-tool)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아·청소년 감염인서도 안전성 입증…범용성 확대 기대
최근 빅타비는 2세대 InSTI 계열 HIV 치료 옵션 중 최초로 6세 이상 소아 및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며 지난 10월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는 단순히 HIV 치료 가능 연령을 확대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소아청소년 HIV 감염인은 성장기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성장기부터 HIV 치료를 시작해 평생 유지해야 하므로, 장기적인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된 치료제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년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HIV 감염인의 수는 총 18명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비록 수치상으로는 매우 적지만 매년 10명 이상의 신규 소아청소년 감염인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 감염인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생리학적 특성이 성인과 다를 뿐만 아니라 연령에 따라 약물의 체내 작용 변화가 크고,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엄격한 안전성 기준이 요구된다.
실제 소아·청소년 감염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임상연구를 진행해 충분한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승인을 받은 치료 옵션이 적어 소아·청소년 감염인들의 미충족 수요가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인 HIV 감염인 치료제로 사용돼 온 빅타비가 6세 이상 18세 미만 소아, 청소년 감염인 두 코호트를 대상으로 48주간 진행된 임상연구에서 유효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임상 결과 두 코호트 모두 빅타비 치료 24주 차에 바이러스 억제율이 100%로 나타났으며, 48주 차에도 98%로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을 지속 달성, 꾸준히 유지했다 48주의 투여 기간 동안 빅타비 관련 내성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치료 순응도 중앙값은 99%로 높게 나타나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수은 교수는 “그동안 HIV 치료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성인과 달리 소아, 청소년 감염인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특히 성인보다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새로운 치료 옵션이 추가될 가능성 자체가 희박했던 만큼 이번 빅타비의 도입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결정을 거쳐 신속한 허가 노력을 통해 승인된만큼 소아, 청소년 감염인들도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앞으로의 HIV 치료도 소아, 청소년 감염인들을 포함해 보다 광범위한 환자들이 충분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