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다"고 선언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 두 달 만에, 글로벌 제약업계가 그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의 대표적 다국적 제약사 로슈(Roche)는 최근 경영진 다양성을 강화하려던 대표적 계획을 철회했고, 같은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미국 내 채용 과정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던 면접 패널 구성 방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로슈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서 다양성(DEI)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은 채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포용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로슈는 이 같은 방침 변경이 단지 미국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동시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미국 정부 계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명령 위반 소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제넨텍은 이미 공식 웹사이트에서 기존에 제시해왔던 다양성 목표와 관련 자료들을 모두 삭제한 상태이며, 사이트를 "재구축 중"이라는 안내문구만 남긴 상황이다. 또한 과거 매년 발간하던 다양성 보고서들도 웹사이트에서 삭제 후 별도의 아카이브로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로슈 측은 "정책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행정명령에 따른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특히 로슈의 미국 자회사 제넨텍은 연방정부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DEI 프로그램 유지 시 법적 조사를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역시 미국 내 직원 채용에서 기존에 운영하던 다양성 중심의 면접 패널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바티스는 공식적인 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행정명령에 따른 법적 압력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소송 위험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 기관만을 겨냥했지만,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기업에게도 엄격히 적용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 이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DEI를 채택한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으며, 법무부 역시 "불법적인 DEI 선호, 의무화, 정책, 프로그램, 활동"을 추진한 기업에 대한 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내 다른 주요 바이오 제약기업들도 다양성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은 최근 발표한 2024년 연차보고서에서 "포용성, 다양성, 건강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기존의 내용을 삭제했다.
또한 존슨앤존슨, 알닐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바이오젠(Biogen)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최근 보고서와 공식 문서에서 DEI 관련 문구를 제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화이자(Pfizer)는 보수단체 '두 노 함(Do No Harm)'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던 '브레이크스루 펠로우십 프로그램(Breakthrough Fellowship Program)'을 개편했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흑인, 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인재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배제하는 것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앞으로는 모든 인종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임상시험 참여자 다양성 확보 등 DEI의 특정 영역에서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은 최근 '사이트 얼라이언스 프로그램(Site Alliance program)'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자의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MS, 일라이 릴리(Eli Lilly), 사노피(Sanofi) 등도 임상시험 참여자의 다양성 확대를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상태다.
미국 내 기업들은 현재의 정치적 압박과 법적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DEI 관련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소송이나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다양성을 축소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포용성 강화"라는 표현으로 DEI의 본래 목적을 유지하려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대응은 일각에서는 "현실적 조정"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성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DEI를 둘러싼 미국 사회와 글로벌 기업의 논쟁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기기사 | 더보기 + |
1 | 코스피 제약바이오 지배지분순이익 톱5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 JW생명 일성아이에스 삼진제약' |
2 | 박셀바이오, 간암 대상 NK세포 치료제 원천특허 등록 |
3 | 신라젠,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 'BAL0891' 특허권-소유권 이전계약 |
4 | ‘엔허투’+‘퍼제타’ 유방암 PFS 고도 괄목 개선 |
5 | K-ODM 업계, '항노화'로 미래 전략 설정 |
6 | 80주년 앞둔 대한약학회, 제약-학계 잇고 지속가능 약학 미래 모색 |
7 | 2024년 글로벌 제약, 안정적 성장세 이어가 |
8 | 아이빔테크놀로지,미국암연구학회서 차세대 AI 이미지 분석 솔루션 공식 출시 |
9 | 직장인 10명 중 6명, 이달 건보료 평균 20만원 더 낸다 |
10 | 약학 연구자들 한자리에...약학회 학술대회 개막 "협력·융합" |
인터뷰 | 더보기 + |
PEOPLE | 더보기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다"고 선언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 두 달 만에, 글로벌 제약업계가 그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의 대표적 다국적 제약사 로슈(Roche)는 최근 경영진 다양성을 강화하려던 대표적 계획을 철회했고, 같은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미국 내 채용 과정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던 면접 패널 구성 방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로슈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서 다양성(DEI)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은 채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포용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로슈는 이 같은 방침 변경이 단지 미국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동시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미국 정부 계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명령 위반 소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제넨텍은 이미 공식 웹사이트에서 기존에 제시해왔던 다양성 목표와 관련 자료들을 모두 삭제한 상태이며, 사이트를 "재구축 중"이라는 안내문구만 남긴 상황이다. 또한 과거 매년 발간하던 다양성 보고서들도 웹사이트에서 삭제 후 별도의 아카이브로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로슈 측은 "정책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행정명령에 따른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특히 로슈의 미국 자회사 제넨텍은 연방정부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DEI 프로그램 유지 시 법적 조사를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역시 미국 내 직원 채용에서 기존에 운영하던 다양성 중심의 면접 패널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바티스는 공식적인 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행정명령에 따른 법적 압력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소송 위험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 기관만을 겨냥했지만,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기업에게도 엄격히 적용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 이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DEI를 채택한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으며, 법무부 역시 "불법적인 DEI 선호, 의무화, 정책, 프로그램, 활동"을 추진한 기업에 대한 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내 다른 주요 바이오 제약기업들도 다양성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은 최근 발표한 2024년 연차보고서에서 "포용성, 다양성, 건강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기존의 내용을 삭제했다.
또한 존슨앤존슨, 알닐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바이오젠(Biogen)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최근 보고서와 공식 문서에서 DEI 관련 문구를 제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화이자(Pfizer)는 보수단체 '두 노 함(Do No Harm)'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던 '브레이크스루 펠로우십 프로그램(Breakthrough Fellowship Program)'을 개편했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흑인, 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인재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배제하는 것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앞으로는 모든 인종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임상시험 참여자 다양성 확보 등 DEI의 특정 영역에서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은 최근 '사이트 얼라이언스 프로그램(Site Alliance program)'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자의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MS, 일라이 릴리(Eli Lilly), 사노피(Sanofi) 등도 임상시험 참여자의 다양성 확대를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상태다.
미국 내 기업들은 현재의 정치적 압박과 법적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DEI 관련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소송이나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다양성을 축소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포용성 강화"라는 표현으로 DEI의 본래 목적을 유지하려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대응은 일각에서는 "현실적 조정"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성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DEI를 둘러싼 미국 사회와 글로벌 기업의 논쟁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